2015.06.23 11:55
저는 여성입니다. 비장애인이고, 양성애자죠.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심지어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은근히 존재하는 양성애자에 대한 혐오 - '박쥐'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 와 차별을 종종 겪어왔고, 그러다보니 제가 겪는 혐오와 차별에 민감해요.
근데 내 일이 아니라고 해서 남성이 겪는 차별, 이성애자들이 겪는 차별, 양성애자가 아닌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이나 장애인이 겪는 차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느냐 하면 아닙니다. 오히려 차별당하는 객체로서 다른 이들이 겪는 차별에 공감하고, 그 모든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혐을 논하는 글에 '군대' 얘길 운운하면서 '군대가 더 힘듦', '남자도 살기 힘듦'이라는 반응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별개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일이 왜 함께 묶여서 비교되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여성으로 사는 거 힘들죠. 남성으로 사는 것도 힘들 거에요. 대한민국에서는 돈 없는 노인으로 사는 것도 힘들고, 수험생으로 사는 것도 힘들고, 군대에서 지내는 것도 힘들고, 미혼으로 사는 것도 힘들고, 기혼으로 사는 것도 힘들죠. 장애인도 힘들어요. 하지만 그 status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닌 바에야 + 바꿔도 또 다른 힘든 status에 빠질 뿐이라면 그 각각의 문제를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지, 괜히 묶어놓고 내가 더 힘드네, 아니 내가 더 힘드네, 해봐야 결국 힘든 사람들이 불행 자랑하는 거 밖에 더 되나요.
예전에 서울시 인권헌장에서 성소수자 부분이 빠진 일로 시청에 농성을 간 적이 있는데, 성소수자가 아닌 콜텍노동자분, 여성민우회, 장애인연합 등에서 나와 지지를 표하고, 함께 농성해 주시는 모습에 놀라고, 감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대'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당하고, 혐오받는 객체로서의 우리는 우리끼리 불행을 겨룰 게 아니라 함께 저항하는 주체로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급하게 써대서 글이 좀 거칩니다. (변명)
+ 아래 메피스토님과 naver님의 여혐 관련 글에서 군대 문제에 관해 '일평생(여성) 감옥에 갇혀 계속해서 정신을 갉아먹는 폭력, 혐오에 시달리는 것보단 2년간 (군대) 빡세게 고생하고, 그 이후로는 완전한 자유를 얻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라고 썼는데, 흥분("아, 또 군대부터 다녀오라는 논리야!!")한 상태에서 너무 쉽게 말해 버린 것 같아요. 성급했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2015.06.23 11:59
2015.06.23 12:03
동의해요~
2015.06.23 12:12
끄덕끄덕~
2015.06.23 12:14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양성애자에 대한 혐오가 있기도 하는 군요
2015.06.23 13:12
2015.06.23 13:29
2015.06.23 13:44
맞아요! 치유는 개뿔! 그냥 양성애자였던거지!
하지만 꼭 양성애자만 그러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선 '치유'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니던 남자목사가 남창이랑 관계를 가지다가 들킨 사례도 있어요.
2015.06.23 14:25
2015.06.23 14:30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니 네가 좋아지면 나는 계속 힘들거다' 라는 프레임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으니까요. 반세기 이상 이런 프레임으로 살아왔으니.
2015.06.23 14:34
군대 안가는 남자가 많다는 점에서 제목이 참 별로네요
2015.06.23 15:01
본문에서 언급한 두 글에서 부딪힌 게 여성 vs 군대였기때문에 저렇게 적었습니다.
2015.06.23 16:37
-
2015.06.23 16:48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목에서 군대와 여성을 든 것은 이전 메피스토님과 naver님의 글에서 여성 차별에 대한 대립항처럼 군대가 언급되어서였고, 본문을 보시면 누구나 혐오나 차별이 될 수 있음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누가 더 힘든지를 겨룰 게 아니라 그것이 모두 부당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안 간 이성애자 남성이라고 해서 말할 자격이 없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직접 겪는 일이 아님에도 그것이 부당하다고 말하고 행동하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기적인 인간이라 저 자신이 그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장애인 문제라거나,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없었었거든요. 저는 개인적인 차별을 겪고서야 그것이 부당함을 알았고 관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속한 무리와 관계없이 옳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감탄하게 됩니다.
2015.06.23 20:25
이 문제는 듣는 것 자체가 뭔가 굉장히 피곤한 일이래서 피하는 편인데, 이 글이 제게는 정답인듯 보여 기쁩니다. 급하게 옳은 글을 써대시는군요. ㅎ
2015.06.23 21:55
군대라는 단어가 나와서 너무 흥분하여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댓글에서나 여기서나 마구 쓰신 게 너무 티가 납니다.
군대 대 여성의 글이 아니었고 거기선 군대가 여혐 문화의 시발점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군대문화가 뿌리 깊은 데 거기서부터 여혐이 탄생하는 거 아니겠느냐는 글이었지만
많은 여성 분들이 또 군대부터 가라는 논리야 라고 받아들이곤 우리가 군대보다 더 힘들다. 하면서
여기 적힌 글처럼, 여성 대 군대의 글로 해석해버리더군요. 솔직히 이젠 여혐이 이런 식의 잘못된 반응에서 시작된다고까지 믿기 시작합니다.
뭐 여기저기서 군대 얘기 꺼냈다는 이유로 확대 해석 및 거짓말로 사람 몰아가는 게 참 대단하네요. 저는 그 두가지가 연결되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했을 뿐이고 군대를 비난했을 뿐인데 세상에 군대도 힘드니까 여자 힘든 건 꺼져 라는 식의 사람으로 몰아가는 여자들. 반성하세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솔직히 판님이 정말 감정과 편견을 섞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제 댓글들을 정독하지 않았다고 손모가지를 걸죠. ㅉㅉ
2015.06.24 00:56
그냥 답변하지 않고 넘어갈까 하다 적습니다.
도니다코님은 메피스토 님의 글에서 일관되게 여성문제가 군대보다 힘들리 없으며, 여혐의 이유는 군대가 원인일 가능성이 클 거라는 주장을 반복하셨죠. 여러 명이, 여러 번에 걸쳐 그게 아닐 수 있음을 지적했음에도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셨습니다. 제가 흥분을 한 건 '군대'라는 단어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군대 경험이 최악이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삶이 자신처럼 힘들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도니다코님의 태도때문이었죠. 아파보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게 더 쉬워진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만사 그렇듯 타인을 이해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저는 여전히 도니다코님의 주장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흥분해서 도니다코 님의 주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말을 좀 격하게 한 것도 사실이긴 하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외국으로 삶의 터를 옮기실 정도로 나쁜 경험을 하신 것에 대해서도 유감입니다. 그게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부디 시간에 상처가 무뎌지길 바라겠습니다.
그나저나 정독은 했으니, 도니다코님의 손목은 이제 제 것인가요. (흥분했으니 무효인가...)
동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