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좀비 호러영화 [오늘 밤 그들이 온다!]를 찍고 있는 뉴질랜드의 시골 마을에 그만 좀비병이 창궐합니다. 마을에서 좀비들이 몰려오지만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과 구분하기 어려워요. 이 상황에서 막 현장에 합류한 현장 보조인 우리의 주인공 웨슬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정도면 눈길을 끄는 시놉시스죠? 이 정도면 영화 소재로도 괜찮은 거 같고 게임 소재로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어느 쪽으로건 팔아먹기는 참 좋죠. 분명 이런 소재를 다룬 최초의 영화는 아니겠지만 꽤 신선해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괜찮은 설정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이걸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이 필요하죠. 그리고 가이 픽든의 [좀비 홀로코스트]는 부족한 게 많은 영화입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가 많이 부족합니다. 설정 아이디어만으로는 모자라죠. 이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잘한 아이디어들이 뒤를 따라야죠. 이 영화의 경우엔 영화 현장과 좀비물을 엮는 코미디와 호러 아이디어가 영화 한 편을 채울 수 있을 분량만큼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한 20분 분량정도밖에 안 돼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은 "진짜 좀비다!"라는 결정적인 대사의 전후 2,30분 안에 대부분 소비됩니다. 나머지는 그냥 평범한 좀비 액션이거나 영화판을 무대로 한 코미디죠.

그 평범한 좀비 액션은 그냥 중하 수준입니다. 분장은 괜찮고 나쁘지 않은 고어 장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듬이 나빠요. 코미디와 얽혀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우르르 달려드는 좀비들이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거나 액션을 하는 동안 갑자기 일단정지! 하는 것 같은 장면들이 상당수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빈 칸을 채워주면 좋은데,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20분 분량밖에 없다고요.

코미디 역시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오프닝을 보면 너무나도 유치하고 과장된 B급 액션 연기가 나와서 "이게 이들이 찍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촬영이 끝난 뒤에도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그 과장된 발연기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B급 연기를 합니다. 물론 과장된 B급 연기도 필요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계속 억지로 그렇게 웃기지 않은 농담들을 힘주어 읊으면 그렇게 웃고 싶은 생각이 안 들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쁘지 않은 소재입니다. 단편으로 만들었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거예요. 장편으로 만들 생각이라면 아이디어를 더 끌어모아야 했을 거고. 지금은 그냥 아쉽네요. (15/07/21)

★★

기타등등
좀비 엑스트라들을 모두 소개하는 엔드 크레디트는 좋더군요.


감독: Guy Pigden, 배우: Harley Neville, Jocelyn Christian, Ben Baker, Reanin Johannink, Mike Edward, Andrew La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253612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13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