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잡담]닭과 치킨

2015.09.20 09:31

bro 조회 수:1897

새벽마다 잠을 깨우던 수탉 일곱마리 중 네마리는 다른 곳으로 갔어요.

스스로 간 건 아니고, 이웃에게 고충을 이야기 했더니 보냈습니다.

세마리는 남아 아직도 우렁차게 울고 있지만 이제 창문을 닫고 자는 철이 되어 견딜만 합니다.

어제는 이웃들이 하루 집을 비운다며 닭 물 주기와 달걀 꺼내기를 부탁해서 그런다고 했습니다.

닭은 30마리 정도 되는데, 물은 아침 점심 저녁 세번을 주어야 합니다.

달걀은 두번 꺼냅니다.

그냥 두면 한닭이 품어버리고 다른 닭은 둥지에 못 들어가서 바닥에 알을 낳습니다. 그럼 깨지기가 쉬워요.

꺼내러 들어가 보니 이미 한 놈이 품고 있어서, 배밑으로 손을 넣어 꺼냈더니 녀석이 공격을 했어요.

맞으면서 꺼냈습니다. 저도 때리고 싶었지만 딱히 때릴 곳이 없는데다 남의집 닭이니까요.

넓은 공간에서 꽤 깨끗이 키우는 닭이지만 물 주러 들어가 보면 참 지저분해요.

이놈들은 꼭 물통에다가 똥을. 그걸 또 먹고. 목욕도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꽁지는 다 빠져있고 궁둥이 쪽은 벌건 살이 다 드러나 있어요.

꽁지 깃털 멀쩡한 놈은 너댓마리 정도입니다.

얘들이 아마 짱을 먹은 것 같습니다.

알은 하루에 스무개쯤 낳더군요.


저녁에 물 주고 알을 꺼내고 치킨을 시켜버렸습니다.

아이도 없는데 혼자 시키는 건 처음이었는데, 혼자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동네 치킨집은 거의 15년 단골인데, 이 동네 처음 살때부터 동네 유일, 지금도 유일한 치킨집입니다.

사장님과 같이 늙어가고 있어요. 제가 더 많이 늙었어요.

한달에 한번 정도 시키는데 15년이다 보니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어느집인지 알지요.

아이가 어릴 때 탄산 음료를 먹이지 않으려고 콜라는 안 주셔도 돼요, 하고 주문했더니 사이다를 갖다 주셨어요.

15년째 우리집엔 사이다를 갖다 주십니다.

사이다도 필요없어요란 말을 처음에 못해서, 계속 사이다를 먹고 있습니다.

차라리 콜라가 나은데.


반마리를 채 못먹고 지금 냉장고에 들어 있어요.

전에 어느 소식지에 짧은 글을 썼는데 '치킨'을 시켜 먹었다, 라고 썼더니 편집 또는 교정 보는 분이 '통닭'으로 바꿔서 실었습니다.

닭이 치킨이 아니듯, 통닭과 치킨도 다른 것이 아닌가요.

말은 안했지만 (그냥 인쇄를 해버렸으니까요) 무척 찝찝했어요.

통닭은 파는 곳도 없고 먹어 본 적도 없는데.

치킨은 여러 조각이라 '통'닭일 수 없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동네 유일 치킨집 상호가 00 통닭이었어요. 지금은 간판을 바꿔 00치킨이 되었지만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쓸데 없는 글을 길게 썼지만 일요일이고 하니 글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그냥 올립니다.

혼자 치킨 얼마나 드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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