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는 그렇게까지 믿음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설득력과는 별도로, 거대한 미로 속을 질주하는 소년들이라는 이미지는 강렬했고 영화는 그에 맞는 에너지와 속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단점들은 여전히 노골적이었지만 그걸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영화였죠.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은 전편의 가장 큰 무기를 하나 버리면서 시작합니다. 여전히 [메이즈 러너]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아이들은 미로를 떠났어요. 그들은 구출되었고 같은 경험을 한 다른 아이들도 만났습니다. 하지만 안심한 것도 잠시, 아이들은 크랭크라는 좀비들이 날뛰는 도시의 폐허와 황무지에서 위키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영화 설정에서 가장 무리수인 미로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전편보다 조금 말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개성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번 영화의 배경은 그냥 흔해빠진 재난영화의 무대에 불과하니까요. 여전히 전편의 설정을 물려받았으니 말이 안 되는 건 여전하고요.

전편에 이어 나오는 고정 캐릭터들은 모두 조금씩 손해를 봅니다. 선명하게 부각되는 건 브렌다나 호르헤, 애리스 같은 새 캐릭터들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기존 캐릭터들을 끌고 관성비행하고 있을 뿐이죠. 여기서 가장 캐릭터의 매력을 빨리 잃는 건 주인공 토머스인데, 일단 전형적인 이성애자 백인 남성 주인공 캐릭터라 처음부터 선명성이 부족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기능성에 캐릭터가 희생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그는 그렇게 좋은 리더도 아니에요. 지식도, 비전도, 계획도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집중하면서 볼 만합니다. 이야기의 속도가 빠르고 액션에 힘이 있으며 설정 설명을 하느라 질질 끄는 일도 없지요. 단지 전편에서 보았던 '어처구니 없지만 뭔가 새롭고 이상한 것'의 매력이 부족할 뿐입니다. (15/09/22)

★★☆

기타등등
이 영화의 희생양 테마는 한 번 탐구해볼 만 합니다. 적어도 이번 편까지는 토머스보다 위키드의 논리가 더 강하거든요. 다음 편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아직은 원작을 읽을 생각까지는 안 들고.


감독: Wes Ball, 배우: Dylan O'Brien, Ki Hong Lee, Kaya Scodelario, Thomas Brodie-Sangster, Dexter Darden, Alexander Flores, Jacob Lofland, Rosa Salazar, Giancarlo Esposito, Patricia Clarkson, Aidan Gillen, Lili Taylor, Barry Pepper

IMDb http://www.imdb.com/title/tt404678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9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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