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바낭이라...

2015.10.22 22:01

러브귤 조회 수:1697

# 벌써 10월이 막바지로 달리고 있습니다. 10월은 제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한 달 내내 생일 파티를 했었는데(정신차려!!) ..여기 오니까 고작해야 1-2주네요(그것도 많아!!)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신'이 나는 일이 적어진다는 것이 약간 슬퍼요.

 

암튼 그래서 생일이었었었습니다.

선물을 해 줄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집친구를 위해 제가 스스로 선물을 사고 보여주고 만족했었죠.

하지만 참을 수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

그래서 집친구가 늦는(항상 늦지만-_-) 어느 날 밤, 제가 끓인 해물탕에 소주를 한 잔 하고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집친구가 "어제 과음했더라. 생일이니까 봐주는데 앞으로는 나랑만 마시자" 라고 해서

멋쩍어 하면서 주방으로 내려갔지요.

그런데!! 스토브위에 내가 어제 못 보던 냄비가 있는겁니다!!!

가까이 다가가는데 스토브 옆에!! [아주 기본적인 요리] 에 대한 요리책이 펼쳐져 있었고, 펼쳐진 부분은 '미역국 끓이는 법' 이었습니다!!

'ㅁ' !!!!! 아니 이 사람이!!!

 

감격에 겨워 냄비 뚜껑을 열고 어디 간은 잘 맞췄나,,, 보려는데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분명히 색깔은 미역국 색깔이 맞는거 같은데 뭔가 이상해. 그리고 미역줄기가 심하게 굵어!!!

.....그렇습니다.

집친구는  냉동실에서 국물용 '다시마' 를 꺼내어 미역국을 끓인 거였어요. 아니지, 다시마국.

겸연쩍게 제 뒤에서 서성이던 그가 말하길 '망했어! 망했어! 왜 미역이 안 불어나는거야 러브귤아?' 라고 하더군요.

...국물용 다시마 다 써버린 집친구..

제 3x 번째 생일 선물로 큰 웃음을 줬습니다.

 

# 가끔 주변에 '재산'을 가진 분들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얻어 듣는 경우가 있는데.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더라구요.

전 지금 본의 아니게 타국에 살고 있는데 함께 지내는 분들 중에 좀 높은 직급인 분들도 계시고

혹은 한국에서부터 '태생적으로' 잘 살던 분들이 계셔요.

그래서 나중에 태어나면 그 분들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무심코 말했더니

친한 지인이 말하기를 '...너 줄서야해. 그 분들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다는 사람들 번호표 뽑아도 (여기서만) 100명 넘어'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했죠.

- 그럼 난 그 집 고양이.

.. 걔네 팔자가 제일 좋아보이더라구요. 때 되면 식사 챙겨줘 브러쉬 해줘 놀아줘 토닥토닥해줘 병원 데려가줘...

 

그런데,,,

며칠 전 제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말았습니다.

 

큰애: 아.. 난 다시 태어나면 oo 이모(..이사님 댁)네 캣으로 태어나고 싶다.

나:    왜..?(...내가 먼전데?!)

큰애 : 편안하게 놓고 먹으니까.. 무엇보다 공부 안해도 돼고(..숙제 중이었었습니다.)

둘째: 공부 안하면 바보가 돼애-!!

큰애 : 난 캣이니까 공부 같은거 안해도 돼!

둘째: 공부 한 캣은 oo 이모가 더 사랑해 줄꺼야!

나: 그래.. 공부를 한 캣이건 안 한 캣이건 사랑은 해 주겠지. 하지만 계속 딱딱하고 맛없게 생긴 사료만 먹고

  갇혀 지내고 기껏해야 한 15년 정도밖에 못 살껄?!

 

(상황 종료)

 

# 큰 아이 같은 반에 키가 크고 덩치도 큰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나봐요.

 가끔 큰 애한테도 시비를 거는데 당하고만 있지 않는 성격이라 자주 괴롭히지는 않는데

 얼마 전 큰 애의 학년에서 대학교로 소풍을 갔었어요.

 그 큰 아이가 거기에서 여러 아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와중에 큰 애에게 "어이! 작은 애! 쪼그만 애!" 뭐

 이런 식으로 놀려대며 말했었나봐요.

 제가 항상 '덩치만 크고 머리는 작은 멍청한 애들이 도발하는 말에 흥분하지 마. 너한테 이길 수 있는 거라고는

 덩치밖에 없으니까 약올라서 네게 그러는거야. 알고 있지?' 라고 했었기 때문에 별 달리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러다 그 아이가 갑자기 교정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보더니 돌을 집어 들고 막 던지더래요.

 그래서 큰 애가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합니다.

 "이봐! 하지마! 그러지마! 쟤 대학다니는 고양이야! 너보다 똑똑하다구!!!"

 주변에 있던 선생님과 친구들이 빵 터져 웃고 그 아이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니야! 아니라고!' 라고 했지만 돌은 내려놨다고 합니다.

 

# 여기서 가끔 남미에서 오신 분들을 많이 봴 수가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 중에 남미에서 오신 아저씨가 계시는데 늘 웃음 짓고 손 흔들어 주시곤 해서 기분 좋게 응답하지요.

 엇그제는 제가 운동하고 있는데 지나가다 멈춰서 보시더니 다가오셔서 말을 붙이셨어요.

 

 - 꼬레아나? 꼬레아나?

 

 저는 웃으면서 "예스- 아임 코리언" 이라고 대답했죠.

 

그런데 아저씨가 계속   " 아 꼬레아나~" 라고 연발 하시길래 저도 모르게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에 가슴 고동치게 하아네~" 를 불러야 하나...고민했습니다.

 

(주변 분들이 말씀하시길 "아, 가끔보면 남미분들 중에 영어를 아예 못 하시는 분들도 있어" 하셨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해했어요. )

 

# 이제 한 달하고 열흘 쯤 남았네요. 아- 신나라.

 

보쌈,삼겹살,곱창,순대,회회회회회회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9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6
126071 [왓챠바낭] 전 이런 거 딱 싫어하는데요. '헌터 헌터'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4.25 41
126070 에피소드 #86 [2] new Lunagazer 2024.04.25 26
126069 프레임드 #776 [2] new Lunagazer 2024.04.25 27
126068 ‘미친년’ vs ‘개저씨들‘ new soboo 2024.04.25 260
126067 Shohei Ohtani 'Grateful' for Dodgers for Showing Support Amid Ippei Mizuhara Probe new daviddain 2024.04.25 20
126066 오아시스 Be Here Now를 듣다가 new catgotmy 2024.04.25 49
126065 하이에나같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생각해본다 [1] new 상수 2024.04.25 169
126064 민희진 사태, 창조성의 자본주의적 환산 [5] new Sonny 2024.04.25 480
126063 3일째 먹고 있는 늦은 아침 new daviddain 2024.04.25 75
126062 치어리더 이주은 catgotmy 2024.04.25 138
126061 범죄도시4...망쳐버린 김치찌개(스포일러) 여은성 2024.04.25 278
126060 다코타 패닝 더 위처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악마와의 토크쇼 예고편 [3] update 상수 2024.04.25 148
126059 요즘 듣는 걸그룹 노래 둘 상수 2024.04.24 136
126058 범도4 불호 후기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4.24 186
126057 오펜하이머 (2023) catgotmy 2024.04.24 81
126056 프레임드 #775 [2] Lunagazer 2024.04.24 29
126055 커피를 열흘 정도 먹어본 결과 [1] update catgotmy 2024.04.24 170
126054 [넷플릭스바낭] 몸이 배배 꼬이는 3시간 30분. '베이비 레인디어'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24 312
126053 프렝키 더 용 오퍼를 받을 바르셀로나 daviddain 2024.04.24 40
126052 넷플릭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감상 [6] 영화처럼 2024.04.24 2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