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출산, 그리고 잡담

2015.11.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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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야기를 쓰는게 좀 두려웠지만 쓰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어떤 이에겐 이 얘기조차 상처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주저되었어요.
그러나 이전에 두려움에 가득차서 썼던 글이 있고 위로가 매우 되었기에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두려워하던 임신중독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먼저 양수가 터져 아이를 낳았어요.
미리 휴가를 들어간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첫째때처럼 일했다간 또 중독이 왔거나 안왔더라도 일하다가 그냥 아이를 낳을뻔했어요.

비오는 금요일밤에 놀러온 조카와 첫째아이를 돌보며 무심히 저녁을 보내고 있다가 일주일 넘게 있던 가진통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낌이 싸해서 밤 11시에 병원에 갔어요. 더 아프거나 하는건 아니라서, 아닐 가능성이 95%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냥 갔어요.
병원에서도 진행률 0%이며 내일 아이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집에 왔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양수가 터졌죠.
그리고 다시 병원에 가서 아이를 낳았어요.
직감은 무섭군요.

태어난 아기는 첫째 신생아때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사진을 바꿔도 모를 정도...
그리고 남편과 첫째아이에겐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절대 모르는 유전적 특징이 있는데 그게 이 아이에게도 있더군요.
유전은 강합니다.

산후조리원이 워낙 비싸서 한국여자를 비판할 때 종종 언급되는 키워드이긴 합니다만,
산후조리원은 조리를 하는 곳이라기보단 육아훈련소에 가까워요.
두세시간마다 수유콜을 받고 때되면 밥먹고 틈틈히 자고 하다보니 하루가 그냥 훅훅 지나갑니다.

비가 오는지 촉촉해보이는 거리를 "풍경"으로만 보니 참 예뻐요. 단풍든 가로수도 예쁘고 기다란 자동차행렬도 예쁘고 반듯반듯한 건물들도 예쁘고.
포동하게 볼살이 올라 가끔 방긋 웃기도 하는 신생아를 보고 있으니
세상이 이렇게 예쁘고 좋은데
왜 다들 미워하고 싸우지 싶어집니다.
나조차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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