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배자 Les Maîtres du temps (1982)

2010.02.06 23:57

DJUNA 조회 수:4360

감독: René Laloux 출연: Jean Valmont, Michel Elias, Frédéric Legros, Yves-Marie, Monique Thierry, Patrick Baujin, Pierre Tourneur 다른 제목: Time Masters, 타임 마스터

[시간의 지배자]는 스테판 울의 소설을 각색한 르네 랄루의 두번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미개의 행성]이 체코 애니메이터들을 부려먹으며 만든 종이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이 작품은 헝가리 애니메이터들을 부려먹으며 만든 일반 셀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전체적인 디자인을 잘 나가는 만화가 뫼비우스가 했다는 거죠.

스토리는 부모를 잃고 페르디드라는 행성에 고립된 소년 피엘을 구출하려는 우주선 선장 자파의 모험담입니다. 피엘이 가지고 있는 건 아빠가 준 마이크 뿐인데, 피엘은 이걸 말하는 장난감쯤으로 생각합니다. 설명하기 귀찮은 자파 일행은 계속 살아있는 장난감 '마이크'로 행동하며 피엘과 연락을 취하죠.

아무리 어린애라고 해도 항성간 여행이 가능한 세계에서 태어난 그 정도 나이의 아이가 마이크의 개념도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전 없다고 봅니다.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마이크를 진짜 생각하는 존재로 안다'라는, 조금 재미있을 것도 같은 아이디어를 위해 무리수를 둔 거죠.

영화 전체가 그런 무리수로 가득 합니다.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이치가 맞지 않아요. 과학적인 오류 따위는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우린 이런 장르의 작품에서 그런 오류들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이 사람들은 위기에 빠진 아이를 구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행성에 들러 친구를 만나 하루 밤을 보내고 괜히 맘에 둔 여자와 수영을 하지 않나, 승객이 하나 달아났다고 해서 괜히 캡슐을 타고 내려가 잡히질 않나... 구출 과정 중 선장이 돈을 더 내랄까봐 애를 유인해 죽이려는 삼류 악당은 또 어때요?

스토리 역시 그저 그렇습니다. 애당초부터 믿음이 안가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그 사람의 행동들도 재미 없는 거죠. 이 모든 것들 힘겹게 끌고가는 랄루 특유의 지루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영화는 실제 러닝타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그것 역시 억지로 끌어온 생기 없는 시간 여행 패러독스를 이용한 것이라 재미가 없고 또 설득력도 떨어지는군요. 영화가 주려는 감동 역시 먹히지 않고요.

비주얼은 어떨까? 랄루는 이번에도 외계 행성의 생태계를 묘사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고 그건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지루하고 표정은 굳어있으며 애니메이션도 지나칠 정도로 평면적이군요. 뫼비우스의 디자인도 그냥 만화책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보통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게 더 나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반대입니다. 화면이 크니 결점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군요.

[시간의 지배자]는 [미개의 행성]이 보여준 가능성은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단점만 반복하는 영화입니다. 그렇게 신경써서 봐야 할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01/08/14)

★★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정동 A&C를 찾았습니다. 그 극장이 아직도 살아있었는지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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