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게시판 몇 페이지 전을 클릭해보면 Shatov님이 재미있는 working paper를 링크해주신 포스팅이 나옵니다. 포스팅의 제목은 "성차별에 대한 간단한 몇가지 생각"이고요. Shatov님 포스팅의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포스팅의 댓글에서 Shatov님은 Yana Gallen이라는 박사과정 학생의 Job market paper를 소개했습니다. 논문 전체는 여기 있어요. 상당히 읽기 즐거운 논문입니다.

1. Shatov님은 댓글에서 "주제 부분과 올해 잡마켓 페이퍼로 선행 연구 부분을 보시면 점점 차이가 아닌 부분에서의 차별이 줄고 있다는 것도 확인 하실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 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이 댓글에서 Shatov님이 쓴 '차이'라는 용어는 교육이나 직업의 선택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행연구 부분을 읽어봐도 "차이가 아닌 부분에서의 차별이 줄고 있다"는 내용은 찾기 어려워요.

the wage gap literature finds that, despite the important role of occupation (차이) on wages (see Goldin [2014], for example), the wage gap has persisted over time and a large portion of the gap is unexplained by observables. (3페이지)

countless studies of the relative wages of men and women have found gaps which have neither fallen away over time (7페이지)



2. "선진국의 경우에는 사실상 차별이 거의 없어졌다는 연구들이 최근에 나오고 있다"고 Shatov님은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은 좀 자세히 기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덴마크는 선진국이지만 선진국은 덴마크가 아닙니다. 한국조차도 가장 최근에 선진국으로 편입된 나라 (twitter Ask a Korean님의 견해)로 분류되니까요. "덴마크를 샘플로한 연구를 보면, 다른 조건을 통제했을 때 남녀간의 임금격차는 16%이고, 이 중에서 75%는 생산성 격차로 설명되며, 25%는 생산성 격차로 설명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거예요.

그런데 덴마크가 어떤 나라인가 하면 The Economist (3/5/2015)의 glass ceiling index에서 67.4 (out of 100)를 기록한 나라예요. OECD 평균 (60.3 out of 100)을 훨씬 웃돕니다. 미국의 경우가 58.2 (out of 100), 한국의 경우는 25.6(out of 100)입니다. 덴마크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남녀평등한 편이라는 것은 OECD (2014) 리포트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집안일을 분담하는 데 1등인 나라는 노르웨이이고, 덴마크와 스웨덴이 바로 그 아래를 차지하고 있어요. 여자가 약 55% 정도 집안일을 하고 남자가 약 45% 정도 집안일을 합니다. 전 세계에 나라가 약 200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집안일을 평등하게 하기로는 2, 3등을 다투는 나라가 덴마크라는 것이예요. (참고로 남자와 견줘보아 여자가 가장 많이 집안일을 하는 나라는 인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녀평등한 사회가 인류의 미래라면, 이 미래는 결코 균등하게 퍼져있지 않아요 (윌리엄 깁슨 말을 빌려오자면). 가장 미래에 근접한 그룹의 첨단에 있는 나라가 덴마크입니다.

3. 물론 Shatov님의 ""선진국의 경우에는 사실상 차별이 거의 없어졌다는 연구들이 최근에 나오고 있다"라는 말은, "거의"라는 부분을 제외하면, 귀기울여 들을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이 차이는 Oostendorp (2009) 에 따르면 선진국일 수록 경제성장이 이루어짐에 따라서 남녀간 임금격차는 줄어드는 편이라고 합니다. 즉 여러분이 미국이나 덴마크나 프랑스에 사는 여자들이라면, 세계화 (globalization)은 남녀평등에 좋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고 해요.

“This study finds that the occupational gender wage gap tends to decrease with increasing economic development, at least in richer countries, and to decrease with trade and 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in richer countries, but finds little evidence that trade and FDI also reduce the occupational gender wage gap in poorer countries.”

이 연구를 읽으면서 저는 트위터에서 SunbaeLee라는 분의 트윗을 떠올렸는데요. 이 분은 홍콩사람과 결혼해서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 패션관련 책 저자입니다. 이 분이 한 트윗 중에서 이런 게 있어요.

모로코에서 아르간 열매 까기는 농촌 여자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집단 작업장에 보내주는 남편은 아주 진보적인 거라고..ㅠ 그렇게 공들여 짠 아르간 오일이라 봐야 우리 기준으론 정말 싸다. 유럽에서 병에 담기면 고가 화장품이 되는 것.

사람이 정말 경제적 인간이라면, 남편은 아내가 나가서 돈 벌어오는 것을 환영해야 옳은데, 돈을 벌어오겠다고 하는데도 작업장에 보내주지 않는 보수적인 남편이 있다는 것이죠.

이 sunbaelee님의 트윗은 이번 달에 돌아하신 더글라스 노스 교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타부라든가 문화라든가 전통을 포함한 구속이 institution의 일부이며, 이때문에 어떤 나라들은 가난한 채로 머문다는 institutional economics로 알려진 분이죠. (이와 무관하지 않게, 2015년 9월 The Economist는 인도라든가, 중동이라든가 모로코를 포함한 북아프리카라든가 라틴 아메리카라든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남녀차별 때문에 GDP를 충분히 못 끌어올리고 있다는 기사를 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남녀불평등을 self harm이라고 부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클릭해보면 중국은 동아시아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서 남녀평등면에서 더 앞서가고 있어요. 참고로 사이먼 프레이저대학의 Rosaline Tung 교수의 연구를 봐도 중국 비즈니스계가 한국, 일본과 비교해봤을 때 훨씬 더 여자들에게 열려있고 평등합니다.

4. 올들어서 미국에서는 남녀간 임금격차와 관련 기사가 더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중심적인 이코노미스트나, 보수적인 월스트릿 저널도 맥킨지/Lean In 연구를 바탕으로 대거 특집기사 (2015년 9월 30일 자)를 냈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직장에서 남녀차별이 있고, 이로 인해서 경제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이런 것을 보면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제경제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이, 더 앞서가기 위해서 남녀간 차별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조사하고 또 없애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부잘하는 학생이 오답체크해서 더 잘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예요. 하지만 이런 연구들에 바탕해서, "선진국들에선 남녀간 임금격차가 "거의" 없다 라고 말하는 거나, 그 선진국들 중에 우리나라가 끼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오류예요. 게다가, 선진국 중에서 미국 하나를 딱 짚어서 봐도, 업계간 차이가 존재합니다. 포춘지가 이와 관련해서 올해 기사를 냈어요. Gallen의 논문에서도 덴마크의 성별 임금 격차는 업계간 차이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지요. 


5. 남녀간 임금격차를 설명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neoclassical economic view이고 또 하나는 사회학적 관점예요. 물론 sociological view라고 해도 하나 두개는 아니지만 말이예요. neoclassical economic view에는 Shatov님이 잠깐 언급한 노벨상 수상자 Gary Becker가 나옵니다. human capital theory (Gary Becker 1975; Mincer & Polacheck 1974)는 남녀간 임금격차가 여성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여성은 "여자들 일자리"를 선택하고, 남자는 "남자들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반면에 사회학쪽에서는 institutional inertia와 사회적 피드백 효과를 강조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Yana Gallen의 논문과 연결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예요. Yana Gallen의 논문은 덴마크에서 남녀간 임금격차가 있는데 이게 16%라고 했어요. 덴마크 남자가 6천만원 벌 때 여자는 같은 직종, 같은 연령, 같은 교육 받고 5천만원 조금 넘게 받아요 (84%). 한 천만원 차이가 납니다. 이 천만원을 쪼개보니까 750만원은 생산성 차이로 설명이 됩니다. 250만원은 생산성으로 설명되지 않아요. 이 부분은 institutional inertia나 사회적 피드백 효과나 혹은 다른 이유로 설명이 될 수도 있겠죠.

(참고로 Yana Gallen은 이 전체 임금 중 4%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해요. 여성은 임금을 갖고 더 달라고 네고하는 경향이 적고 남성은 네고하는 경향이 크다는 거예요 (6페이지). 이 경향은 Babcock & Laschever 2003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보고되어왔어요. 만일 여성이 네고하지 않아서 임금을 적게 받는다면 그건 여성의 탓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연구를 보면 여성이 왜 임금을 네고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와요. 여성이 임금을 네고하려고 하면 사회는 거기에 대해서 페널티를 크게 준다는 거예요 (Bowles et al. 2007). 남자의 경우에는 사회적 페널티가 미미하지만, 여자의 경우에는 사회적 페널티가 큽니다. 즉 니가 여잔데 감히 임금을 협상하려고 해? 해서 외려 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협상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덴마크 여자가 남자보다 생산성이 적기 때문에 750만원 적게 줬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 회사는 750만원에 대해서는 인적자원을 차별한 게 아니예요. 오직 250만원에 대해서만 인적자원을 차별을 한 것이죠.

그런데 회사가 인적자본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과, 국가에서 남녀차별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예요. 왜냐하면 여성생산성이 하락한 750만원의 차이가 사회적 차별의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예요. 여성의 생산성이 낮아진 그 원인이 남녀차별적 문화 (예: 여자에게 더 많은 가사노동을 기대하는 사회) 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한 인도의 경우를 들죠. 인도의 경우 여자가 남자와 견줘 집안일을 훨씬 많이 합니다. 따라서 직장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지죠. 아이가 아파서 조퇴를 해야한다든가, 저녁을 차려야하기 때문에 주의집중이 분산된다든가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여자들은 저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퇴근을 일찍 해야하고, 퇴근을 일찍 해야하기 때문에 좋은 직장을 잡기 힘들어지고, 좋은 직장을 잡는다 하더라도 승진기회가 줄어듭니다. 집안일에 신경을 뺏겨서 생산성이 남자보다 낮고, 이 때문에 회사에서 여성에게 임금을 적게 지불했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인적자본을 성적으로 차별하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이 여성은 남녀차별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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