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듀게에 이런 글을 썼나 가물가물한데.. 

저는 응팔은 본 적이 없습니다. 대강 페북에서 도는 짧은 영상 정도는 봤는데요. 

그래서 보라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댓글을 보다보니 '폭력성'에 대한 말이 나와서 문득 생각난게 있어서요. 


저는 종종 유독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폭력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별것 아닌것 가지고 그런다' 라고 할만한게 아니라, 진짜 말도 안되게 (특히 옛날 작품 일수록?) 

여주인공의 폭력성이 개그코드, 심지어는 해당 캐릭터의 매력 같은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작품들이 있는 듯합니다.


대표적으로 지금 떠오르는건 웹툰 '핑크 레이디'의 겨울이와 응사의 여자 캐릭터들인데요. 

겨울이는 그냥 시도때도 없이 주먹을 날려서 남자캐릭터를 메다 꽂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이게 너무 어색하고 

뭔가 불편하고 그런데(그냥 민망하거나 불쾌할 상황에서 바로 주먹이 나가다니.. 분노조절 장애인가) 이게 그냥 클리셰같이 여겨지는 것 같아요. 

아무리 만화캐릭터라고 해도 뭔가 "폭력성"이 캐릭터의 성격 중 하나인 것도 이상하고요. 격투물도 아니고..

 

응사같은 경우 콕집어 거슬리는 캐릭터는 없었지만, 그냥 여성 캐릭터들 전반이 아주 쉽게 남자 캐릭터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분위기였던 듯 합니다.

기억에 남는것 중 하나는 야구부 매니저로 나왔던 여성 캐릭터가 야구부 선수가 뭐라고 실없는 소리를 하자 정강이를 걷어차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이것들이 불편한 이유는 여성 캐릭터들의 이러한 '결함'이 매력으로 여겨지는 부분인것 같아요. 

비상식적인 폭력성이 귀엽다거나, 웃기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일단 '약한' 여성이 '강한' 남성을 때리는 것이다, 라는 상황에 대한 전제가 있기 때문인듯 한데

이 '강함'과 '약함'에 대한 쓸데없이 강한 성차별적 고정관념도 좀 거슬리고요. 

또 하나는 민망함, 화, 불쾌감 같은 감정이 성숙하게 다스려지지 않고 바로 폭력적 표현으로 이어진다는, 

(마치 혀짧은 소리처럼)유아적인 인격이 '귀여움'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별로입니다.


그냥 이런 과도한 판타지 순정물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반복하는, 해묵은 클리셰 중 하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여자가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남자를 때려도, 화를 내도, 변덕을 부려도,

받아줄수 있는 남자 캐릭터 라는 것 자체가 판타지인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거겠죠. 


그런데 저한텐 그게 좀 구려보이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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