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3 22:54
우선 킹스스피치 감독이 이번엔 트랜스젠더라는 성적소수자를 다룬 부분은 흥미로워요.
하지만 저는 아카데미 출품용 최적화 영화라고 평하겠어요.
정확히 5만원권에 신사임당이 그려진 것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어요.
겉으로는 최고액권에 여성을 그려준 것 같지만 실제로는 화폐 주인공들 중 그 누구보다 가부장적이죠.
이 영화에서 아내는 배우자의 성별과는 무관하게 영원히 내조하는 현모양처일 뿐입니다.
자신의 인생과 즐거움을 찾아갈 생각은 도무지 없습니다. 그저 남편의 자아실현 셔틀일 뿐.
주제만 트랜스젠더지 실제로는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딱 좋아할 내용이죠.
2016.02.24 09:03
2016.02.24 09:32
(댓글 쓰다 보니 결말에 대해 말해버렸네요.)
남편인 에이나르에게 처음 여자 옷을 입힌 것도, 포즈를 취하게 해서 그림을 그린 것도, 파티에 데려간 것도
다 게르다가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무명 화가였던 게르다가 에이나르를 그린 그림들로 유명해졌고요.
저는 게르다가 에이나르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도록 이끌어준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더구나 '남편의 자아실현'의 결과는 사회적 성공도 아닌 죽음이니... 어찌보면 팜므파탈?? ^^)
2016.02.24 21:13
애초에 영화 첫 장면을 보세요. 잘 나가는 화가남편의 후광을 통해 데뷔하려는 게르다죠.
또한, 팜므파탈 자체가 주체적인 여성을 부정하려는 남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단어잖아요.
이 영화에서 릴리는 명예남성 정도의 역할로 보입니다.
2016.02.24 11:07
이 영화에서 게르다는 아이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지 여자라서 남자를 모시는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았어요. 게다가 아이너가 릴리가 되는 과정에서 아이너는 모든 것(가족, 사회적 관계, 기존의 직업 등)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그걸 아이너도 릴리도 게르다도 알고 있잖아요. 아이너/릴리가 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끈이 게르다인거죠. 게르다가 아이너의 선택을 지지한, 혹은 지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가 가요. 배경이 1930년대인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게르다는 상당히 주체적인 여성이라고 생각됩니다.
2016.02.24 21:16
물론 노골적인 가부장 영화는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굉장히 교묘한... 묵직하게 깔린 무언가를 느껴보세요. 만약 정 반대의 상황으로 남자가 되려는 아내의 트랜스젠더를 내조하는 아내의 분위기였다면 이 영화의 스토리는 영 다를 걸요?
2016.02.25 07:36
교묘한..묵직하게 깔린 무언가..라고 하셔도..ㅠ 느낌적인 느낌, 전체 영화를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그리고 남자가 되려는 아내를 끝까지 사랑하는 남편의 이야기였다고 해도
만약 게르다처럼 그려진다면 저는 그 남자 역시도 같은 맥락(세상이 너에게 등을 돌려도 나는 너를 배신하지 않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너의 모습을 나는 볼 수 있다/알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랑)으로 이해할 것 같습니다.
릴리가 명예남성이라는 생각도 안들어요.
게르다가 인간으로서의 아이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릴리로의 변화까지도 고통스럽게 받아들인거지 '남편이 하시는 일에 아내가 어찌 감히..' 이런 느낌은 전혀 못 받았어요.
2016.02.24 11:41
전 그녀니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요. 남자든 여자든 어느 누구도 하기 힘든 일을요
2016.02.24 13:44
저도 게르다 캐릭터 그리는 방법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처음에는 남자들은 여자가 쳐다보는 거 불편해한다면서 당당한 예술가처럼 보였는데 점점 남편 없이는 못살 것 같은 의존적인 여성으로 보였어요.
실존 인물은 진보적인데 영화는 정작 보수적이라는데 동의합니다.
2016.02.24 17:12
2016.02.24 21:16
이 글을 쓰고 생각난 건데 <님은 먼 곳에>는 참 잘 만든 영화같아요. 여주인공의 입장을 통해 보면 그렇단 거죠.
2016.02.25 01:27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그냥 여기서 끝내세요 너도 나랑 똑같이 불편함을 느껴야한다 자꾸 강요하지 마시고요
2016.02.25 15:25
기대많이 하고있었는데....갑자기 영화 보기 싫어지는데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