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의 속편을 기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오리지널은 무협 장르를 그냥 새로 만든 것이나 다름 없는 놀라운 작품이었고 아카데미 수상작이었으며 전세계적인 히트작이었습니다. 적어도 양자경은 다시 나올 게 분명했고 오리지널 영화에 소스를 제공해준 원작도 남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번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기본만 해준다면 근사한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이상한 길로 빠졌고 드디어 원작의 무술감독이었던 원화평이 감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와호장룡: 운명의 검]의 예고편이 떴을 때는 다들 어리둥절했습니다. 분명 양자경과 청명검이 나오는데 이건 암만 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속편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대사입니다. 영어예요. 전 개인적으로 중국어권 세계를 다룬 영화가 영어를 쓰는 게 그렇게까지 싫지는 않습니다. 그 번역에서 나오는 묘한 긴장감을 즐기기도 해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 [와호장룡]의 영어 더빙 버전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존 푸스코의 영어 각본과 그에 맞추어 영어를 할 줄 아는 아시아 배우들을 끌어 모은 캐스팅은 아무래도 원작과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영화 티가 나죠. [와호장룡] 역시 서구적 감수성을 꽤 많이 담고 있는 작품이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관통하는 강한 중국적 분위기가 날아가지는 않았죠.

액션과 이야기 자체는 소문만큼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전설의 검을 둘러싼 평범한 무협영화 이야기예요. 원작을 그렇게 많이 바꾸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원화평의 감각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니니 액션의 질은 상당한 편이죠. 아무리 모양이 이상하고 낯설어도 만만치 않은 프로페셔널들이 개입한 영화니까요.

문제는 이 영화가 그냥 잉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안의 [와호장룡]은 원작의 일부만을 취했지만 각색 과정 중 스스로를 완결시킨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옥교룡의 후일담이 궁금하신 분이 있나요? 원작을 그대로 취했다면 속편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았겠지만 이안의 영화의 속편은 별 의미가 없는 아이디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원작의 스타일이나 정서가 그대로 보존된 것도 아니니, 이 영화는 그냥 뜬금없이 나온 비디오 영화처럼 보입니다. 있어도 나쁠 건 없지만 큰 관심은 안 가죠. 그리고 오리지널의 팬이라면 그런 어설픈 존재감 자체가 싫을 거예요. (16/03/06)

★★

기타등등
원작에서 두 젊은 주인공과 연결되는 옥교룡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대체된 모양입니다. 다행인 거 같아요.


감독: Woo-Ping Yuen, 배우: Michelle Yeoh, Donnie Yen, Harry Shum Jr., Natasha Liu Bordizzo, Jason Scott Lee, Eugenia Yuan, Chris Pang, Juju Ch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65211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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