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웰의 비밀 Roswell (1994)

2010.02.12 20:33

DJUNA 조회 수:4773


1.

1977년, 30년전 일했던 로스웰 기지를 다시 찾은 제시 마셀은 예전에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로스웰의 비행접시 추락 사건을 아직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습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는 당시 사건에 관련되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다시 만나면서 당시 로스웰에 일어났던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갑니다. 그러던 그에게 타운젠드라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접근해 오는데...


2.

글쎄요. [로스웰의 비밀]은 성실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로스웰 사건'에 대한 모든 공식 입장과 소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 하나 보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은 로스웰 사건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로스웰의 비밀]은 신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제시 마셀의 주장을 사실로 믿고 그에 따라 스토리를 전개하지만 그렇다고 [엑스 파일] 식 음모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화끈한 장면들은 모두 증언을 통해 전달되고 그 증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타운젠드는 이 영화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로스웰의 비밀]은 로스웰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모론에 관객들이 휩쓸려 가길 원하지도 않는 것이죠. 영화는 대충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흥분되는 이야기죠?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세요.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우리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실한 만큼 맥빠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로스웰의 비밀]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로스웰의 비밀]을 기다리며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에 훤한 사람들일 겁니다. 그네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정보 이상일 거란 말이죠.


3.

[로스웰의 비밀]의 또다른 문제점은 이 영화가 극영화라는 것입니다. 꽤 잘된 극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르 자체가 영화의 발전 가능성을 막아 버립니다.

 

우선 극영화라는 장르 때문에 우리는 진짜 일어난 사건과 픽션을 가려낼 수가 없습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은 픽션이 섞이지 않은 정보입니다.


극영화라는 장르는 영화의 박진감도 떨어뜨립니다. UFO와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관객들이 바라는 것은 '진짜' 느낌입니다. 순수한 SF 영화와는 달리, UFO 영화에서는 특수 효과가 두드러질수록 흥미가 떨어집니다. 아무리 잘 구성했다고 해도 그건 결국 가짜니까요.


역시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게 가장 나았을 겁니다. 그게 훨씬 많은 정보를 직접 전달할 수 있고 으스스한 기분도 더 강렬하게 풍기니까요. 정 드라마로 하고 싶다면 중간 중간에 실존 인물의 인터뷰를 넣는 방법도 있었겠고요.


4.

[로스웰의 비밀]은 지금까지 일어났던 로스웰 소동을 요약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뒤로 일어난 여러 소동들 (그 수상쩍은 외계인 해부 필름, 미국무성의 '진상' 발표...) 때문에 그 요약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또 모르죠. [로스웰의 비밀] 자체가 이런 소동의 시작이었을지. (99/10/11)


★★☆


기타등등

국내 출시된 비디오는 실제 러닝타임보다 10분 정도 짧더군요. 90분짜리 비디오 테이프에 맞추려고 자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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