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2016)

2016.03.30 21:13

DJUNA 조회 수:10889


'충격실화스릴러'라고 홍보하고 있긴 하지만 이철하의 [날, 보러와요]는 절대로 실화를 옮긴 작품이 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여기서 '실화'는 영화가 소재로 다루고 있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종종 일어난다는 의미밖에 없어요. 어차피 '충격실화스릴러'는 포스터와 보도자료에만 적혀 있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으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나남수라는 방송국 PD가 주인공입니다. [추적 24시]라는 프로그램으로 잘 나가다가 수상쩍은 일에 말려들어 1년 간 '자숙'하고 있던 그는 화재사고로 수많은 사망자가 난 정신병원에 강제감금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는 강수아란 여자의 일기가 적힌 수첩을 받고 이 사건을 캐기로 결심합니다. 알고 봤더니 강수아는 화재 사고가 일어났던 날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고요.

영화는 나남수의 수사과정과 강수아의 회상을 오가면서 전개되는데, 고맙게도 전자의 비중이 높습니다. 초반 30분은 속도감도 꽤 있는 편이고 관객들의 궁금증도 적당히 자극합니다. 그 이후 회상은 예상대로 가학적이고 선정적입니다만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저로서는 고맙죠.

하지만 여기까지가 장점의 거의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몽땅 단점이에요. 가장 큰 문제는 이 이야기가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는 것이죠. 물론 세상은 험악한 곳이고 영화에 나오는 악당들보다 더 끔찍한 인간들이 부글거리겠죠. 하지만 바깥 세상이 어떻건 영화는 자기가 다루는 인물들과 이야기에 최소한의 현실감을 불어넣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영화엔 그게 안 되어 있어요. 캐릭터들은 극단적으로 재미없는 캐리커처이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엉망입니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거짓말과 말도 안 되는 수사과정이 엮여서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굳이 영화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는 각본이 나온 거죠. 추리소설 독자들이라면 거의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반전이 있는 추리물과 선정적인 고문 포르노, 정신보건법과 센세이셔널리즘을 좇는 언론에 대한 비판 속에서 영화는 끝까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그걸 알아낸 다음에 각본작업을 시작했다면 보다 말이 되는 영화가 나왔을지도 모르죠. (16/03/30)

★☆

기타등등
중반 이후에 나온 유건의 캐릭터는 너무 뜬금없어서 배우가 불쌍해질 지경입니다.


감독: 이철하, 배우: 강예원, 이상윤, 최진호, 지대한, 김종수, 천민희, 이학주, 최윤소, 유건, 다른 제목: Insane

IMDb http://www.imdb.com/title/tt557690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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