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Harold Prince 출연: George Hearn, Angela Lansbury, Cris Groenendaal, Sara Woods, Edmund Lyndeck, Calvin Remsberg, Betsy Joslyn, Ken Jennings, Sal Mistretta

스위니 토드는 19세기 영국의 이발사입니다. 순진무구한 손님들이 들어와 의자에 앉으면 면도날로 목을 그어 살해해 돈을 빼앗았고 그 시체는 아래층에 사는 러벳 부인이 요리해 파이에 넣고 팔았죠. 이 살인마 커플이 실존인물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그렇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실존인물이건 아니건, 그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무궁무진하죠. 소설, 연극, 영화...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79년작인 뮤지컬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인데, 이 작품은 1973에 발표된 크리스토퍼 본드의 연극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이 뮤지컬(그리고 본드의 원작 희곡)에 따르면 스위니 토드는 원래 벤자민 바커라는 이름의 이발사로, 누명을 쓰고 15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형생활을 했지요. 스위니 토드라는 새 이름을 달고 돌아온 그는 고기 파이를 만들어 파는 러벳 부인으로부터 아내 루시가 터핀 판사라는 악당에게 겁탈당한 뒤 음독자살했고 딸 조애나는 판사가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복수를 결심합니다. 그 과정에서 토드는 러벳 부인과 동업을 하게 되는데... 그건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발하러 온 손님들을 죽여 고기 파이로 만드는 거였죠.

참 흉악스러운 이야기이고, 이 작품은 그 흉악스러움을 온 몸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토드의 의자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살해당하고 고기가 되어 파이로 들어가고 남은 찌꺼기는 불에 타 없어지는데, 이 모든 건 굉장히 냉정하고 날이 선 블랙 유머를 통해 묘사됩니다. 관객들은 살인과 식인을 동시 목격하면서도 킬킬 웃을 수밖에 없어요.

이런 블랙 유머는 19세기 중엽의 런던이라는 세계에 대한 이 뮤지컬의 관점과 연결됩니다. 이 세계는 디킨즈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다이나믹하지만 감상주의는 거의 제거된 더럽고 컴컴하고 부패한 곳이죠.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구원이나 정당한 심판은 위에서 찾아오지 않아요. 다른 데에선 특급 대접을 받을 젊은 연인들도 여기서는 이기적인 신경증환자거나 순진무구한 바보고요. 이런 곳에서 식인과 강도질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들 역시 희생자들이 어디로 떨어질지는 신경도 안 써요. 중요한 건 토드가 과연 아내와 딸을 빼앗아간 사악한 터핀 판사에게 복수를 하느냐니까요.

[패션] 때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를 담아내는 손드하임의 음악은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선에 놓여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스타일로 부르는 20세기 오페라죠. 중간중간에 대사들이 나오긴 하지만 [마술피리]보다 특별히 더 많지는 않아요. 귀에 잘 들어오는 노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바그너식 라이트모티브를 까는 보다 호흡이 긴 음악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다의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음악의 스타일 역시 안전한 미국 극장 음악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고요.

노래들 역시 표현폭이 아주 넓은 편이에요. 조애나와 사랑에 빠진 토드의 친구 안소니 호프가 부르는 [Johanna]는 전통적인 브로드웨이식 러브송이죠. 하지만 조애나가 부르는 [Green Finch and Linnet Bird]는 신경질적인 20세기 스타일로 편곡한 콜로라투라 아리아와 같은 곡으로 결코 호프의 노래에 대응하지 않습니다. 스위니 토드와 터핀 판사가 두 번에 걸쳐 부르는 [Pretty Women]은 무척 감미로운 멜로디를 재료로 사악한 악의를 표현하는 재주를 부리고, [The Ballad of Sweeney Todd]은 섬뜩한 그리스식 코러스이며, [A Little Priest]는 번역이 거의 불가능한 경쾌한 영어 말장난이죠.

오늘 이야기할 DVD는 1982년 LA의 순회공연실황을 녹화한 것입니다.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은 아니고 캐스팅도 아주 일치하지는 않지만 당시 해롤드 프린스의 연출 하에 공연된 이 작품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지요. 이 작품은 에미 상을 세 개 수상하기도 했어요. 조지 헌이 버라이어티/음악 부분 남우주연상, 연출자인 테리 휴즈가 감독상, 지미 프레이저가 편집상.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이 작품은 영상물로는 그렇게 좋은 작품이 아닙니다. 80년대 초에 비디오테이프로 기록된 작품이라 화질 손상이 좀 있고 음질도 썩 좋은 편은 아니죠. 게다가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해도 카메라의 위치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워서 공연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요.

그래도 이 작품은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원래 이런 영상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이를 통해 원래 공연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익히기 마련이니까요. 지나치게 진한 무대 분장이나 특수 효과의 노출은 오히려 매력이고요. 그리고 아무리 흐릿한 텔레비전의 매체를 통과해야 한다고 해도 조지 헌과 앤젤라 랜즈버리의 섬뜩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연기는 쉽게 힘을 잃지 않아요. (07/07/06)

 
러벳 부인과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와 터핀 판사

 
토비와 러벳 부인

기타등등

전 정말 팀 버튼이 만든다는 새 영화 버전이 걱정됩니다. 조니 뎁이나 헬레나 본햄 카터가 과연 여기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조니 뎁이 노래 부르는 걸 들어보신 분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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