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2016.05.28 00:50

올렉 조회 수:773

수업을 통해 개인 면담을 받았어요. 지도 교수는 똑똑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그만큼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학생들이 무서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동시에 존경하고 신뢰하기도 하죠. 


교수가 몇 주째 저에게 하는 말은 거의 비슷해요. 예전의 에너지나 적극성으로 돌아가라는 요지의.. 

그리고 요새 저한테 왜이리 느긋하냐와 같은 말을 합니다. 저는 답을 알고 있지만 솔직히 대답할수가 없네요. 


'예전'의 저라고 함은 저 자신을 입증해야할 필요, 그래서 인정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을 무렵이었던듯 한데

그래서 이리저리 애쓰고 분투했던것이 에너지가 있다거나 적극적이라고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타인들의 평가란 것은 정말 뭐랄까 자기들 좋을대로인것 같아요. 

요새 제가 느긋해진것은 그냥 다른 사람들 평가에 별로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인것 같구요. 


그것이 새로운 고민이긴 해요. 제 에너지나 적극성의 출발이 타인의 시선이었던 것이 명백한듯 한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어지니 자유로워졌다기보다, 자발적인 동기라는것 자체가 없는게 아닐까라는 상태가 되어서요. 

책도 읽지않고 공부도 적당히 하고 전공도 적당히 하고있어요. 


저는 원래 다른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그 관심이 많은 행동의 동기가 되었던 것 같은데

요새의 느낌은 모든 사람들은 인간적인 모순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내/외적 문제와 싸우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나 자신과 크게 다를것이 없다는 생각에 예전같은 치기어린 호기심이나 관심도 생기지 않고

어쩌다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과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박처럼 느껴져서

별로 열성적으로 임할 기분이 들지 않아요. 


사람들은 재미없고,

그리고 설령 재미가 있다고 해도 저와는 상관이 없네요. 


얼른 완벽하게 굴을 파고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09
126049 프레임드 #774 [2] update Lunagazer 2024.04.23 45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update 조성용 2024.04.23 261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04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10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180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12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update 로이배티 2024.04.23 252
126042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04
126041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52
126040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update Sonny 2024.04.22 1024
126039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77
126038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79
126037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6] 잔인한오후 2024.04.22 333
126036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37
126035 눈물의 여왕 13화?를 보고(스포) [2] 상수 2024.04.21 310
126034 [왓차바낭] 선후배 망작 호러 두 편, '찍히면 죽는다', '페어게임' 잡담입니다 [10] update 로이배티 2024.04.21 243
126033 프레임드 #772 [4] Lunagazer 2024.04.21 41
126032 LG 우승 잔치는 이제 끝났다… 3년 뒤가 걱정이다, 구단도 냉정하게 보고 간다 [5] daviddain 2024.04.21 203
126031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굉장하네요 [10] update Gervais 2024.04.21 957
126030 [왓챠바낭] 다시 봐도 충격적일까 궁금했습니다. '성스러운 피' 잡담 [4] 로이배티 2024.04.20 6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