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관련..

2016.05.30 19:52

올렉 조회 수:3389

좀 뒤늦게 '그것이 알기 싫다'를 듣고 생각했던 바를 적어봅니다. 


제가 처음 조영남의 대작논란과 그에 대한 진중권의 발언을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이 상황에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현대미술의 컨셉츄얼한 속성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가 아닐텐데 라는 거였어요. 


일단 우선 조영남의 회화 작업은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처럼 컨셉츄얼한 면이 강조되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회화적) 주제 해석과 소재 선택, 분석적 입체주의 비스무리한 색채 + 화면 구성 등에 기대는 (상대적으로)전통적인 회화 작품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고

해당 작품을 구매했던 사람들도 벽에 걸어놓고 '조영남'이라는 명사가 그린 '회화'로서 작품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작가의 개인적, 표현적 터치를 배제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컨셉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앤디 워홀과는 비교를 통해 조영남 대작 사건에 접근하는건 

미학이나 미술 이론의 권위자로서는 너무 거친? 접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그리든 상관없다라는 식의 해명보다는 오히려

유명 작가가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작품을 그리게 하는 것(또는 그리는 것을 보조하게 하는 것)은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다라는 것이,

좀 후지긴 하지만 보다 현실에 맞아떨어지는 설명인것 같은데

이 경우 '그알싫'에서 지적한 협업자에 대한 명시 의무? 또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많이 공감을 한 것이 비단 조영남같은 완전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아트테이너 외에도

개념 작업을 하는, 또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프로젝트의 성격상 많은 협업자/참여자들이 필요한 미술가들의 경우

'어시'의 역할, 또는 존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사람들을 거의 못봤기 때문이에요. 


유명한 설치 작가 중 하나인 서도호도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많은 조수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업의 캡션이나 도록 등에 이들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서도호는 어시의 존재 자체를 숨기진 않지만, (숨길수도 없겠지만)

'그알싫'에서 음악의 경우와 비교해본 것처럼 생각해보면 정말 큰 차이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사실 진중권씨가 지적한 것처럼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개념이 실제 제작보다 훨씬 중요하고, 작품의 창조적 주체를 결정하는 요소라면

어시, 또는 수많은 고용인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의 존재를 숨길 이유가 없고 보다 명확히 밝히는게 여러모로 맞는 선택인것 같은데

미술계에서는 왜 그것을 숨기고 작가 1인을 내세우는 '관행'이 존재하는 걸까요?


알수 없네요. 더 희한한건 이런 물음조차 '예술적 특수성'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얼버무릴 법한 미술계의 태도인듯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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