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감상문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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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OJ 심슨은 전처와 그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사람이다. 법정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그가 실제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 그 변호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무죄 판결이 났을 때... 미국의 모든 흑인들은 미친 듯이 환호했다. 정말로 세상이 뒤집힌 듯 난리였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그렇게까지 기뻐한 것일까? 이들의 환호에는 뭔가 '정의가 구현되었다'는 데서 오는 감정이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들이라고 실질적으로는 이 사람이 살인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그 살인이 정당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다음은 내가 생각한 그들이 환호한 이유이다.


어떤 사회에 A와 B라는 그룹이 있다. 모든 개인은 이들 중 하나에만 가입되어 있다. (다른 조건은 없다고 일단 가정하자) 두 그룹에 속하는 개인 중에 선한 이도 나쁜 이도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선한 짓을 하는 이도 있고 나쁜 짓을 하는 이도 있다. 대부분의 사회에선 나쁜 짓을 행한 자들을 잡아내어 적절하게 처벌하기 위한 경찰과 법원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한 사회가 있다. A그룹에 속하는 이들 가운데 나쁜 짓을 하면 약 70% 정도의 비율로 잡혀서 처벌된다. 그런데 B그룹에 속하는 이들은 나쁜 짓을 벌이면 하는 족족 잡혀서 벌을 받는다(이 형벌의 강도가 범죄의 수준에 맞는지 여부는 지금 논의의 주제는 아니다)


그런데 다른 사회에서는 A그룹이나 B그룹 나쁜 짓을 할 경우 잡혀서 처벌받을 가능성이 똑같이 70%이다. 자, 두 사회 중에 어느 시스템이 더 공정하다고 보이는가?


흑인들이 기뻐한 이유는 심슨의 무죄가 앞의 사회에서 뒤의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메갈이나 워마드가 천사들이 사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공정한 관점에서 보면 악행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짓을 수없이 많이 자행하고 있다. '강간범에 대해 욕해 주는' 차원을 떠나서 실제로 아무 잘못 없는 남성들을 싸잡아서 욕하고 있으며 심지어 장애인과 미성년자 등 현실적인 약자들까지 폭언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집단의 힘으로 이에 비하면 무력한 개인들을 가차없이 짓밟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폭력성이 자신들을 향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남성들의 두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악행을 언급하는 것과 '그러니까 처벌해야 된다'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반대 그룹의 '처벌받지 않고 행해지는 악행'에 대해서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룹으로 볼 때 A와 B의 처벌 비율을 동등하게 하라는 요구는 분명 의미와 현실적인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문제는 아무 죄없이 메갈 워마드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다. OJ 심슨으로부터 살해당한 전처와 그 애인은 대의를 위해 아무 불만 갖지 말고 희생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는 나의 주관적인, 그리고 매우 위험한 결론이 도출된다. 실질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공식적으로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대의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사람들이 세상의 윤활유가 되긴 하지만 윤활유가 너무 많아도 기계에는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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