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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렐] 

  오스카 수상작인 단편 다큐멘터리 [프리헬드]를 2008년 가을에 무척 감명 깊게 봤었는데,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 기획 중이란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기대를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단편 다큐멘터리 버전에 비하면 영화 버전은 매우 심심한 편입니다. 일단 이야기를 장편 영화로 늘리다보니 전자에서 엿보여졌던 절박한 드라마는 많이 희석되었고, 평면적인 캐릭터 묘사 때문에 줄리안 무어, 엘렌 페이지, 마이클 섀넌, 그리고 스티브 카렐과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는 모습은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닙니다. 얼마 전 개봉된 [서프러제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에 가서 직접 보여 지는 실화가 훨씬 더 감동적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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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울다]

  국내에서 살짝 개봉하고 금세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한 본 중국 영화는 익숙한 유형의 깡촌마을 이야기를 성실하게 굴려가면서 의외로 상당한 감정적 순간들을 자아냅니다. 참고로, 저처럼 본 영화를 지아 장커의 [산하고인]과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마시길 바랍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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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코포니아]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파우스트]를 봤을 때의 그 답답함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최신작인 [프랑코포니아]를 보는 게 좀 망설여졌지만, 다행히 본 영화는 생각보다 덜 답답했습니다. [러시아 방주]만큼이나 대담하고 황홀하지는 않을지언정, 이것저것 둘러다보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볼 만한 흥미로운 시각적 경험이었습니다. 단지 90분짜리 비디오 에세이 그 이상은 아니다고 빈정거리고 싶은 충동이 간간히 들었지만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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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가이즈]

 [나이스 가이즈]는 감독/각본가 셰인 블랙의 전작 [키스 키스 뱅뱅]과 여러 모로 비교됩니다.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본 영화도 LA를 무대로 한 가운데 능청 떨면서도 동시에 노골적으로 느와르 미스터리 코미디를 굴려가지요. [키스 키스 뱅뱅]처럼 후반부에 가서 늘어져가는 가운데 얄팍한 티가 나지만, 라이언 고슬링과 러셀 크로우의 2인조 코미디 연기는 쏠쏠한 재미가 상당하고 이들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씩씩하게 발휘하는 앵구리 라이스는 앞으로도 계속 주목할 만한 젊은 여배우가 될 것 같습니다. (***)   

   

P.S.  자막이 너무 튀어서 간간히 짜증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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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재탕 인상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지만,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가 평균 수준의 성과에 그쳐도 웬만한 다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영화들보다는 낫다는 걸 확실히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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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전쟁: 굿킬]

  국내에서 이번 달 개봉된 [아이 인 더 스카이]와 비교 대상으로 삼을 겸해서 앤드류 니콜의 최근작 [드론전쟁: 굿킬]을 미리 감상했었습니다. 영화 속의 민감한 이야기 소재야 곰곰이 생각해 볼 거리가 많긴 하지만, 정작 영화는 나른하고 냉정한 분위기 아래에서 머뭇거리기만 합니다. 니콜의 전작 [로드 오브 워]가 연상되는 부조리한 순간들이 간간히 등장하지만 영화는 블랙 코미디가 될 만큼 신랄하지도 않고, 진지한 드라마로 평가하려고 해도 캐릭터와 이야기에 그다지 깊이가 없습니다. 흥미를 잃을 정도로 지루하진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밍밍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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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좀비 영화라고 해서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했지만, [부산행]은 예정된 경로를 따라 달려가면서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를 뽑아내는 장르물입니다. 좀비 자체는 장르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액션과 서스펜스를 위한 효과적 도구로 잘 사용되었고, 덕분에 영화는 기차 안과 밖에서 여러 인상적 시퀀스들을 만들어냅니다. 어느 지점에서 걱정했던 대로 김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멜로로 빠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어두컴컴한 헬조선 애니메이션 영화들이었던 [돼지의 왕]과 [사이비]의 감독 연상호는 본 작품으로 알찬 실사 영화 데뷔를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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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인 더 스카이]

 개빈 후드의 신작 [아이 인 더 스카이]는 한 드론 작전의 진행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까이서 지켜다 봅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동아프리카 이슬람 테러 조직 핵심 멤버들의 비밀 모임이 곧 있을 것이란 첩보를 바탕으로 계획된 다국적 합동 군사 작전이 진행 중 예상외의 상황에 부닥치는데, 이에 따른 고민과 갈등은 가면 갈수록 쌓여가는 긴박함 속에서 더더욱 부풀어져만 갑니다. 간과할 수 없는 크나큰 위험이 눈앞에 있으니 미사일 발사 허가는 당연한 것 같아도, 거기에 따른 법적/도덕적 책임 및 정치적 파장은 그냥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설상가상으로 상황은 더 난감해져만 갑니다. 영화 속 배우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참고로 본 영화는 올해 초에 세상을 떠난 앨런 릭맨의 마지막 출연작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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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멜리]

 한 부부가 저녁 외출을 즐기는 동안 그들이 고용한 베이비시터가 그들의 세 아이들을 맡게 되는데, 그녀에겐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 정도만 말씀드려도 나머지 줄거리는 대강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에멜리]는 작위적인 구석들이 여기저기 있음에도 불구 비교적 썩 잘 나온 장르물입니다. 이와 비슷한 부류의 많은 스릴러들이 대개 그렇듯이 결말부에 가서 많이 덜컹거리니 완전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천사의 아이들]과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이후로 성인 배우 경력을 착실히 쌓아온 사라 볼저가 펼치는 스산한 연기는 쉽게 잊을 수 없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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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19금 일기]

  푀베 글뢰크너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미니의 19금 일기]는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성장 드라마입니다. 자유분방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온 15세 소녀 미니는 여느 또래 소녀들처럼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상당한 감정을 품어왔던 그녀는 어느 날 그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그녀는 첫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재상의 이유로 영화는 상당히 찝찝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영화는 주인공처럼 단도직입적 자세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유머와 진솔함을 사이를 잘 오가고, 알린 코민스키-크럼와 로버트 크럼의 영향이 다분히 보이는 19금 애니메이션 장면들은 도발적이면서도 발랄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아마 본 영화 이후로도 자주 접할 것 같은 신인배우 벨 파울리의 연기도 좋은 가운데, 크리스틴 위그와 알렉산데르 스카쉬고드도 주변에서 든든한 조연 연기를 선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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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위치]

 [더 위치]는 17세기 뉴잉글랜드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선 잘 설명되지 않는 이유로 어느 한 가족이 그들의 청교도 공동체를 떠나 한적한 숲 근처에서 새로 터전을 잡게 되는데, 얼마 안 되어 별로 안 좋은 일이 터지게 된 후 이들은 정체모를 기운에 휩싸이게 됩니다. 정말 숲 속에 뭔가 사악한 게 존재하는 지에 대한 여부는 끝에 가서도 완전 만족스럽게 대답되지 않지 않지만, 영화는 분위기와 긴장감으로 서서히 관객들을 불안하게 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그 뭔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찬 순간들을 제공합니다. 한마디로, [바바둑]과 [팔로우]에 이은 작은 아이디어를 갖고 상당한 성과를 끌어낸 소품 수작 호러영화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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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나가고] 

 모 트위터 유저 인용 

 “You can never go wrong with Hirokazu Kore-eda.”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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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브리바디 원츠 썸!!]

   [보이후드]에 이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다음 작품인 [에브리바디 원츠 썸!!]은 텍사스 주의 어느 대학교 캠퍼스가 배경입니다. [보이후드]의 주인공이 결말에서 대학으로 진학한 걸 고려하면 속편 같아 보이지만, 전자의 배경이 21세기라면 후자의 배경은 1980년이고 그러니 1970년대를 무대로 한 링클레이터의 전작 [멍하고 혼돈스러운]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하여튼 간에 영화는 개학 전 며칠 동안 신나게 놀려고 작정한 남자 주인공들을 느긋한 내러티브 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대면서 우리가 링클레이터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의 개성과 유머, 그리고 재치를 선사합니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가면 갈수록 슬며시 웃음이 나오면서 주인공들에게 어느덧 호감이 가게 되더군요. 물론 꽁생원 범생인 전 그렇게 질펀하게 노는 건 예나 지금이나 질색이지만 말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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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슨 본]

 모 블로거 평 인용

 “Like “The Bourne Legacy”, “Jason Bourne” is a redundant blockbuster action film which is not boring but unsatisfying, and it is disappointing especially when you consider the numerous dependable talents gathered for its production. I do not know whether it will be followed by another sequel as hinted during its final minutes, but I may be interested in how they will decide on the title of that possible new sequel, which will surely not be named “The Bourne Redundancy””.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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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룸]

 한 무명 펑크 록 밴드가 오리건 주를 돌아다니던 중 돈이 떨어져서 인적 드문 숲 속 한가운데 자리 잡은 네오나치 스킨헤드 갱들의 단골 바에서 공연하게 됩니다. 염려했던 것과 달리 공연은 생각보다 잘 돌아갔고 밴드 멤버들은 약속대로 후한 사례를 받지만, 지지리 운 없게도 이들은 떠나기 직전 못 볼 걸 본 탓에 곧 아주 위험한 상황에 갇히게 됩니다. [블루 루인]의 감독 제레미 솔니에는 90분 정도 되는 상영 시간 동안 이 단순한 설정을 꾸준하게 구석으로 밀어붙이면서 어둡고 가차 없는 냉혈 호러 스릴러를 만들어 내고, 이는 비교적 약한 결말에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상당한 인상을 남깁니다. 배역 설정 상 패트릭 스튜어트의 비전형적 악당 연기가 당연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지만, 본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 된 후 얼마 안 되어 갑작스럽게 사망한 안톤 옐친을 비롯한 다른 출연 배우들도 마찬가지로 좋습니다. (***)        

  P.S.

  영화의 제목은 공연 전후에 공연자들이 대기하는 장소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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