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9 15:13
(드라마 브로드처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로 분류될 만한 내용은 없겠지만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현재 제 넷플릭스 계정의 '시청 중인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많은 드라마가 쌓여 있습니다.
시작은 했는데 끝까지 보지 못한 작품들이에요;;
첫 번째 에피소드조차 끝내지 못한 것들도 있고, 중간까지 가다가 못 간 것들도 있어요.
그러다 어제 오랜만에 완주한 드라마가 생겼는데 바로 영국드라마 '브로드처치 Broadchurch'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제가 본 한-미-영국 드라마 중 세 손가락? 정도 안에 들 정도였어요.
사실 저는 영국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았어요.
'셜록'도 재밌다니까 봤는데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니 그저그렇더라고요.
아주 예전에 미스핏츠, 스킨스 정도를 봤고, 최근에는 마르첼라, 블렛츨리 클럽, 티핑 더 벨벳 정도 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느낀 것은 - 원작의 색깔이 분명한 작품을 제외하고 - 어두운 분위기, 미드보다 조금 적나라하고 불친절한 묘사 정도였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지면 유럽 영화를 보기 힘들듯 드라마도 그런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낯선 느낌.
아 그런데 브로드처치(지명입니다) 이 작품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겁니다.
초반부터 끝까지 드라마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 일단 압도적이었어요.
카메라는 그냥 장면장면을 엽서로 찍어내도 될 것 같은 풍광들을 잡아냅니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드라마의 정체성에 한 몫을 하는 느낌으로 보는 맛이 있었고요.
배우들 역시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어간 느낌이었어요.
기본적인 플롯은 평범합니다.
다소 폐쇄적인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이방인과 마을 토박이인 두 형사가 풀어가는 이야기예요.
기본 내용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범인이 누구냐 하는 사실 못지 않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가운데 나타나는 다양한 군상들, 인간의 본성과 성찰이 핵심입니다.
시즌 2까지 나왔고 시즌별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시즌 1이 더 흥미로웠지만 시즌 1과 2를 모두 아우르는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부조리함이 가득한 가운데서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가려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 1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변 인물들, 사건이 아니었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주 내용입니다.
집단 심리, 타인에 대한 성급한 단정이 낳는 위험한 오해들, 결국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나타나는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는 뒷통수까지.
쓸데 없는 장면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촘촘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묘사된 것이 좋았어요.
사실 시즌 2도 재미있긴 했는데, 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대편 변호사의 이의 제기가 없더라고요.
변호사가 증인 심문 중 설정과 가정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묘사하면서 "그런 것 아닙니까?"라고 다그치는데,
"이의 있습니다. 변호사가 진술하고 있습니다"라는 이의 제기가 전혀 없었어요.
미국과 영국의 법은 물론 다르겠지만 저런 걸 허용한다면 불공평하게 전개될 판결이 많을텐데 좀 이상했습니다.
어찌 됐든 어제 2시즌까지 다 봤는데,
중간중간에 흘려놨지만 한 번만 봐서는 놓치기 쉬운 정황들을 결론과 다시 짜맞춰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다시 처음부터 보려고 합니다.
완전한 결말인 느낌이어서 2시즌으로 완료된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시즌 3 제작 중이더라고요. 비록 진짜 마지막 시즌인 것 같지만요.
1시즌이 더 남아서 행복합니다. *_*
2016.08.29 15:36
2016.08.29 15:46
아, 음악 얘기를 빠뜨렸네요!
음악도 무척 좋았는데 유명한 사람인가보네요. 저도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2016.08.29 15:43
아... 저도 본 드라마네요. 일단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는 평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전 너무너무X100 지루했어요. '여자 형사는 왜 저렇게 감상적인거지, 남자 형사(데이빗 테넌트)는 왜 저렇게 무능한거지.'라고 계속 불평하면서도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겨우 봤습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혹시나 수사/추리물을 기대하고 보시면 대실망하실 것이고 잔잔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아마도 재미나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딴 이야기지만 영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독마틴이 꽤 취향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넷플릭스에서 사라져 있더군요. ㅠㅠ
2016.08.29 15:54
헉.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집중해서 봤는데 너무너무 지루하셨다니 의외네요!
여자 형사는 왜 저렇게 감정적이지 -> 저도 초반에 그런 느낌 때문에 짜증나긴 했어요. 차차 나아져서(특히 2시즌) 그럭저럭 봤는데, 보다보니 정이 가더라고요;;
독 마틴 처음엔 뭔가 했는데 '닥터 마틴' 말씀하신 거죠? 계속 있었는데 이상하다 싶어 확인했는데 지금도 있네요 :)
(하도 넷플릭스에 드라마 뭐 있나 파다보니 뭐가 있는지 다 외운 거 같아요 -_-)
저는 아직 안 봤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영드에 재미를 붙일 줄이야.
2016.08.29 16:03
사실 저도 영드는 거의 본 것이 없어요. 말씀하신대로 특유의 어두운 느낌, 건조한 분위기, 그리고 독특한 유머가 잘 적응이 안되더군요.
그런데 또 그 괴상한 유머감각이 참신하게 다가오기도 하더라구요. 외국에 간 바보(원제: idiot abroad)나 IT 크라우드 같은.. 이것도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아직 있을런지..
닥터 마틴은 따뜻한 드라마예요. 제 생각엔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6.08.29 16:30
2016.08.30 12:30
음.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추리물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추리를 위한 머리 굴리기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진 않아서요.
더군다나 2시즌은 법정씬이 절반, 또다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이랍니다. 그래도 한번 보시길 권해요. :)
2016.08.29 16:44
2016.08.30 12:36
찾아보니 BBC/AMC에서 방영한 작품이네요.
제가 하우스를 안 봐서 박사님은 잘 모르지만 톰 히들스턴이라니.
어머 그리고 브로드처치의 엘리 형사님도 등장하시잖아요!
요즘엔 넷플릭스에 있는거 아니면 안 보지만 이건 좀 보고싶네요.
2016.08.29 16:44
2016.08.30 12:45
Vera, DCI 뱅크스, Wallander 모두 구미가 당깁니다. 세 작품 모두 현재까지 방영 중이네요.
원래 수사물은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 드라마 뭐 볼까 검색하면 '죄다 범죄/수사물이잖아! 다른 걸 좀 보여달라고!' 이랬었어요; -
미국이 아닌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수사물에 왕창 관심이 생겼어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
2016.08.29 17:33
2016.08.30 12:46
시즌 3은 2017년 방송 예정이라고 하니 그 때 한꺼번에 정주행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2016.08.29 17:37
닥터후의 테닥 목소리를 맨날 더빙판으로 봐서 그렇게 좋은 줄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되었네요
2016.08.30 12:47
아, 그렇더라고요. 알렉 형사님이 닥터후로 원래 유명한 배우시라고.
배우 검색했다가 얼굴이 달라보여서 놀랐었습니다;;
2016.08.29 17:38
2016.08.30 12:49
저도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고르는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모르는 드라마도 많고 해서; 그래서 듀게에서 언급된 드라마들을 먼저 보곤 합니다 :)
2016.08.29 17:40
저도 재밌게 본 영드네요.
영드 미드랑 비교하면 화면 자체가 좀 차가운 톤인 것 같아요. 주인공들의 미모도 평범한 인물들이 많구요
배경이 되는 마을 풍경이 참 아름답죠. 그런곳에 한 일주일만 살다오고 싶네요 ( 더 있다가는 지겨워질 것 같아서..)
여형사분이 좀 감정적이긴 한데 그건 작은 마을의 특징 (모든 사람이 다 인간관계로 엮여있는)과 피해자 가족과의 친분때문에
남일이 아니라 자기 일이라 느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도 시즌2보다는 시즌1이 훨씬 더 재밌었는데 시즌3가 나온다고 하니 기대되네요
2016.08.30 12:58
의외로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많았네요.
엘리 형사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도 맞는 것 같아요.
형사로서의 자질 문제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결국 그러한 딜레마를 어느정도 극복했다고 봅니다.
시즌 3은 새로운 사건 이야기라고 해요. 어떻게 마무리될 지 저도 기대 중입니다.
2016.08.29 20:18
2016.08.30 13:00
저 루터 에피소드 1개 보고 말았어요;
루스와 루터의 앞으로의 관계가, 아 저에게는 좀 낯설 것 같은 예상에 쭉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하신 분들이 많은 것도 알고 있어요. 언젠가는..;
2016.08.30 04:57
시즌이 막 끝난 HBO의 The Night Of도 추천합니다.
2016.08.30 13:04
찾아봤습니다. 평점이 어마어마하게 높네요. 영국 드라마가 원작이고요.
HBO라 따로 챙겨봐야겠지만 보고 싶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