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른 사람들보다 좋게 본 편입니다. 물론 루이스 캐롤의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아니에요. 지나치게 할리우드 판타지 액션물이 된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린다 울버튼이 쓴 각본의 논리가 공허하거나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건 충분히 용납될 수 있는 재해석입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정리가 필요합니다. 제임스 보빈이 감독한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오로지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만 속편입니다. 두 작품 모두 린다 울버튼이 각본을 썼고 이 영화의 각본은 루이스 캐롤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거의 빚을 진 게 없습니다. 눈에 뜨이는 건 거울의 사용 정도. 나머지는 울버튼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각본을 거친 것들이죠.

내용은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선장이 되어 중국에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앨리스는 그 동안 가문의 재산이 모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배와 선장이라는 직위를 모두 날리고 사무직 여직원으로 떨어질 판에 이상한 나라에서 호출이 날아듭니다. 매드 해터가 심한 우울증에 걸렸는데, 이 우울증을 고치려면 크로노스피어라는 시간 여행 장치를 시간으로부터 훔쳐서 과거로 돌아가 매드 해터의 가족을 구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잖아요. 루이스 캐롤의 이야기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그보다는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건 재미있으면 좋은 거죠. 하지만 울버튼의 이번 각본은 그렇게 재미가 있는 편이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울버튼의 세계가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곳이 아니라는 거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루이스 캐롤의 우주가 할리우드 판타지로 재해석되는 과정의 충돌에서 오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오로지 1편에서 통합을 거친 울버튼의 세계에서만 이루어지고 이곳은 그냥 흔해빠진 동화나라인 것이죠. 시간 여행 이야기 역시 익숙한 진로를 따르고요. 무엇보다 매드 해터의 문제가 시간여행을 해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전 이상한 나라의 모험보다는 시대착오적인 액션 영웅인 앨리스 킹즐리가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겪는 소동 쪽에 더 끌렸습니다. 물론 앨리스라는 제목을 단 할리우드 영화가 그런 이야기만 할 수는 없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크로노스피어를 타고 벌이는 시간 여행 액션보다 앨리스 선장이 말레이 해적과 벌이는 범선 액션이 더 재미있었는 걸요. (16/09/07)

★★

기타등등
왜 많이 나오지도 않은 조니 뎁의 이름이 미아 바시코브스카보다 먼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James Bobin, 배우: Mia Wasikowska, Helena Bonham Carter, Anne Hathaway, Johnny Depp, Sacha Baron Cohen, Rhys Ifans, Matt Lucas, Lindsay Duncan, Alan Rickman, Timothy Spall

IMDb http://www.imdb.com/title/tt25670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8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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