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를 하려고 하지만 최근엔 달달한 로맨스 영화는 전혀 보고 싶지 않고-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든, 불륜이라면 더더욱 싫고- “암살이나 베테랑처럼 역사물이거나 수사물, 스릴러가 아니면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보고 싶지가 않았어요. “태양의 후예구르미 그린 달빛같은거 말이죠. 뭐랄까, 그런 달달 로맨스의 대사나 상황들이 전~혀 느낌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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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하역사물과(“제국의 아침” “용의 눈물” “명성황후” “해신같은 정말 옛날 대하사극) “시그널같은 수사물 “Criminal Instinct season6"까지를 다 보다보니 뭔가 드라마를 봐야되더군요. 서두가 기네요.

 

그랜 토리노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들었는데 그의 이전 영화처럼 치열(?)하다기보다는 고독한 노인과 내성적인 소년의 우정과 성장기를 다룬 전형적인 성장영화, 하지만 전 이런 성장영화류와 세대간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비슷비슷하더라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전쟁 참전용사였고 전형적인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백인 노인이죠. 인종에 대한 편견, 남성의 역할 등등,,,, 그는 이웃에 사는 몽족(중국의 한 종족)들을 싫어하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에 그 집 남매들과 가까워지게 되고 외로운 소년의 남성 역할 모델이 되어주죠. 오히려 멀리 사는 자식들은 아버지는 그저 괴팍하고 비위맞추기 힘든 노인네일뿐입니다. 그래서 외로운 노인은 이웃 친구들을 얻고 소년은 성장하는 훈훈한 결말을 향해 가는거 같지만 끝은 현실의 잔인함, 그럼에도 인생은 계속된다라고 할까요? 역시 누군가의 성장을 도왔던 밀리언 베이비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좀 더 자신의 상처받고 죄책감을 떠안고 있는 내면과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의 어려움, 종교에 대한 거부감과 그래도 끝내 속죄를 하는 인간적인 약함을 더 많이 보여주었죠. 끝이 가슴아파서 엔딩을 내가 고칠 수있다면 좀 더 해패엔딩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미 비포 유간병인과 환자의 애정, 성별이 다르지만 유아 낫 유를 연상하게 해요. 루게릭병 환자인 피아니스트가 길거리의 떠돌이 여대생인 간병인을 만나고 전형 간병인답지 않았던 여자가 헌신적인 친구가 되고 루게릭병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함께 하면서 그녀의 죽음 뒤에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이것도 성장 영화죠.

 

첨엔 안락사를 다룬 잔잔한 애정영화라는게 영 끌리지가 않아서 정말 거의 안볼뻔 했어요. 잘생기고 부유하지만 몸이 마비된 청년과 간병인인 여자 사이의 애정도 현실적이지 않았구요. 하지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유형의 여주인공의 도저히 끌리지 않을 수 없는 밝은 매력과 큼직한 미소, 독특한 패션감각은 어느 굳은 마음도 움직일 수 밖에 없을거 같더군요.

-미인은 아니지만 그 아름답고 환한 미소가 번질 때면 그녀의 사랑스러움에 진심으로 질투가 나요- 영화의 결말을 놓고 논쟁을 벌일 수도 있는 영화죠. , 보통 영화라면 루이자의 사랑스러움과 헌신이 윌의 삶의 의욕을 높여주고, 포기한 인생을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리고 루이자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그런 바람과는 달리 윌은 불구자가 되기 전의 자신의 삶을 생각하면 더 이상 이대로 살아가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면서 안락사를 선택해요. 장애를 이겨내고 이런저런 일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장애인들도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인들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마치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게 극복의 힘을 보여주는게 의무라고 생각한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유능한 직장인이고 만능 스포츠맨이었고 사랑하는 여자도 있었던 남자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그 고통을 누가 감히 참고 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살아있는건 소중하니까??? 안락사는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윌의 선택은 존중받아야했죠. 오랜 세월 사귀었지만 루이자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무지한 애인을 떠나서 루이자는 그녀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새 출발을 하게 되구요.

 

밤에 이 영화를 혼자 봤는데 놀랍게도 영화가 끝난 다음에 혼자서 미친 듯이 목놓아 울었어요. 영화를 보고 그렇게 울었던건 정말 수년 만인거 같아요. 나자신에게 당황스러웠어요. 연애감정이 다 죽었다고 했지만 힘든 상황에서 마음을 열어간 남녀가 애정을 느끼게 되었던 그 감정의 진정한 울림, 하지만 이별, 영원한 이별. 꼭 죽음이었어야했나 저런 사람은 마음에 평생 묻게 될텐데 그랬습니다. 만약 살아서 그들이 함께 했다면? 그건 또다른 이야기겠죠.

 

 

러브&드럭스

고등학교 남학생한테 멜랑콜리하며 에로틱하고 앤 해서웨이의 몸매가 좋아서 매우 감사했던 영화라고 추천을 받았죠. 무려 남학생한테 로맨스 영화를 추천받는다는건 정말 희귀한 일인데요. 아이의 말로는 여자는 손을 덜덜 떨며남자는 그런 그녀를 돌봐주는 그런 내용이라고 들었어요. 전 여기서 drug을 마약이라고 생각했고 마약갱생과정에 있는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도와주는 그런 내용일거라고 완전 오해를 했죠.(그런 내용이 더 흥미롭긴 한데요. 그런 내용의 영화가 있었던거 같기도 하구요.) 여자는 파킨슨병이고 남자는 플레이보이에 비아그라 판매로 주가를 올리는 에너자이저같은 사람이죠. 둘은 처음부터 가벼운 섹스로 시작하고 여자는 그 이상의 깊은 관계로 들어가는걸 두려워해요. 그리고 남자가 그녀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자 부담스러워져서 그를 떠나죠. 결말은,,, “햇빛을 바라보는 행복한 순간을 말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앤 헤서웨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남자는 뛰쳐나가서 그녀를 붙잡고 함께하기로 하죠. 파킨슨병 4기의 아내를 둔 남자가 가능하면 그 여자를 떠나라고 견딜 수 없을거라고 말했지만, 평생 자기자신 밖을 사랑하지 않았던 자만심으로 가득한, 더구나 대도시로 승진까지 한 남자가 아무리 앤 헤서웨이같은 매력적인 여자라도 불치병으로 무너져 내리는걸 옆에서 돌봐주면서 최후까지 함께하는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영화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아요. 제 주변에서 아주 오래된 부부 중에 아내가 파킨슨병에 걸렸는데 수년동안 온갖 병수발을 다들었던 분이 계시긴 했죠. 두 분은 전혀 영화처럼 로맨틱한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그 분의 아내 사랑은 정말 특별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현실에선 파킨슨병이 아니라 조그만 결점, 부족한 조건만으로도 거절당하고 버림받는걸 숱하게 보는걸요. 시험보기 직전에 이별통보받는 사람도 숱하게 많이 봤고 조건으로 이리지리 저울질하다가 아닌 조건이면 일찍 접는게 현명한 세상이죠. 잘 나가는 남자가 병든 여자를 끝까지 사랑한다는건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할래요.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일중독자인 40대 여성 PD가 전원도시로 이사오면서 이웃들과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이야기, 40대의 사랑과 가족이 아닌 사람들끼리의 공동체의 가능성, 적어도 좋은 이웃의 가능성이라고 할까요. 내가 이 드라마를 봤던건 40대이기에 더 이상 다가오는 사랑조차 받아들이기 힘들고- 젊고 잘생긴 연하남에 세프에 자상하기까지한 남자가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역시 드라마의 환타지 속에서- 그 젊은 남자에게 주인공은 감사하지만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무슨 일이든 무료한 일상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설레임을 가지고 있던 여자였지만 막상 다가온 사랑 앞에 무감각했어요. 옆에는 질투하는 옛애인도 있죠. 내가 가장 절절하게 와닿았던 대사는 스토커같은 옛애인에게 집착이든 사랑이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그 감정 자체가 부럽다라는 말이었죠. 계속 혼술이나 하겠냐는 술집 주인에게 애인이 없으면 어떠냐, 40대가 되고나니 내가 하던 일이나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하소연하는 그런 말들 그게 지금 제 마음같아서요.

 

잊지 못할 운명적인 첫사랑을 죽음으로 이별하고 일에 파묻혀 살다가 과거의 사건과 얽힌 남자를 만나게 되는 그런 설정은 그닥이지만요. 그리고 주절주절 그래이스 아나토미처럼 인생의 격언을 독백하거나 진지하게 조언하는 대사가 나올 때마다 뒤로 물러나게 되긴 합니다. 그래도 달달 청춘 드라마와 막장 드라마들 사이에서 용케 건져서 마음을 한 구석이라도 주고 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미 비포 유를 보고나서 어딘가에 내 운명적인 사랑이 있을 것처럼, “운명의 사랑병이 도졌나 싶었어요. 평생 외롭게 사는 것보다는 1년의 사랑을 선택하겠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처럼 제 마음 한 구석은 운명적인 사랑을 놓지 않는거 같네요. , 현실은 이래도 저래도 안생겨요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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