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칭 Seoul Searching (2015)

2016.10.19 21:55

DJUNA 조회 수:7126


[플래닛 비보이]의 감독 벤슨 리는 1987년에 모국 체험캠프에 참여하려 한국에 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서울 서칭]으로, 그의 영화 중 가장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죠. 영화에서는 1986년으로 시대가 수정되었는데, 아마 당시 민주화 시위 장면을 뉴스에 넣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격동기의 역사는 우리의 주인공들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요. 어쩔 수 없죠.

영화의 주인공들은 은근히 국제적입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민 2세대 아이들이 캠프로 몰려들었으니까요. 이들은 모두 한국계지만 국적은 다양합니다. 미국인, 영국인, 독일인, 멕시코인... 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 자기 나라의 스테레오 타이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온 클라우스는 지적이고 이성적인 모범생입니다. 멕시코에서 온 세르히오는 낙천적이고 여자를 좋아합니다. 미국인 캐릭터들도 고정된 틀에 넣고 크게 그린 인물들입니다. 펑크족인 시드, 마돈나 워너비인 그레이스, 군사학교를 다닌 마이크...

영화는 이들이 한국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느슨하게 엮고 있습니다. 캠프의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은 규칙을 깨고 파티를 열며, 입양아 출신인 크리스는 친모를 찾습니다. 시드를 포함한 몇 명은 서울 시내로 놀러나갔다가 곤경을 겪습니다. 시드는 캠프의 김선생과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이들 이야기의 일부는 80년대에 나온 존 휴즈의 영화를 연상시키고 일부는 입양인을 다룬 한국 드라마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양쪽이 다 그럴싸합니다. 해외에서 온 입양인과 한국인들을 모두 설득력있게 그린 얼마 안 되는 영화죠.

영화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소재는 아버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와의 갈등요. 이 영화에 나오는 청소년 대부분이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한국 아버지에 대한 나쁜 기억을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태권 소녀 수진의 경우는 심각해서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라를 떠난 경우죠. 주인공인 시드의 경우는 김선생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든 아버지와의 갈등을 상징적으로나마 해결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버지는 극복할 수 없는 상흔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그 상흔이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내용에 비해 좀 길게 느껴지긴 하는데,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지나치게 커플들을 엮어주려고 하는 게 걸려서 그렇지 각각의 에피소드는 재미있고 신선하죠. 문화적 충돌이 만들어내는 유머도 성공적이고요. 전문 미국인 배우, 전문 한국인 배우, 다양한 아마추어들이 공존하는 캐스팅도 성공적이죠. 무엇보다 존 휴즈 청춘영화스러운 80년대 낙천주의가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요샌 이렇게 냉소없이 건전한 청춘영화의 질감을 가진 영화들이 많지 않잖아요. (16/10/19)

★★★

기타등등
김완선이 짝퉁 김완선으로 카메오 출연합니다.


감독: Benson Lee, 배우: Justin Chon, Jessika Van, 차인표, 유태오, Esteban Ahn, Rosalina Lee, Albert Kong, Crystal Kay, 강별, 박지아, Sue Son, Nekhebet Kum Juch, David Lee McInnis, 최승국, Mina Fujii

IMDb http://www.imdb.com/title/tt256664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544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