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8 20:53
개정된 지는 좀 지났으나 어쨌든 가장 최근에 개정된 한글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여
제가 학교를 다녔던 도시 Pusan은 공식적으로 Busan이 되었고 생소한 탓에 한동안 유지했었던 학교 이름도 바뀌고 PIFF 로 시작했던 영화제는 BIFF가 되었습니다.
완전히 정착된 것 같더라고요.
한국인이 즐겨쓰는 성씨 표기 Kim만 빼고 거의 다 바뀐 듯.
그런데 여기서 살다보니 그게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현재 쓰이는 한글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 특히 로마자를 모국어에서 사용하는 나라의 사람들보다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체계가 분명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앞에서 든 예와 같이 Pusan이 Busan이 되는 바람에 무진장 헷갈려하는 외국인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Busan이라고 발음하지 않죠. 단어 첫머리에 오는 ㅂ은 무성음인데 B는 유성음이거든요.
너는 왜 Busan 을 Pusan 이라고 말하는 거냐고, 그리고 이거 설명해주지 않으면 다른 말인줄 알죠.
아니면 제가 그걸 기억하고 힘들여서 억지로 유성음 Busan으로 발음을 해야 합니다.
직장동료 하나가 문화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녔었는데
ㄱ = g, ㄷ = d, ...이런식으로 글자를 영어 단어에 일대일 대응으로 가르치는데, 막상 말할 때는 그 소리가 아니어서 무지 헷갈리다가 그만뒀습니다.
한글이 표음문자이기는 하나 영어처럼 유성음, 무성음 소리로 구분이 되는 게 아니라서 외국인들이 들으면 그 갭이 큽니다.
그래서 우리말 로마자 표기는 그냥 한국인을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일까요? 영어로 쓰는 건 영어 (혹은 로마자)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읽기 편하라고 만든 것 아닌가요?
그런데 또 외국어의 한글표기는 현지발음과 가장 유사하게 적는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여서
산 호세를 새너제이라고 적는 것. 정말 새너제이 처음 신문에서 봤을 땐 산 호세인줄은 꿈에도 생각 못함.
웃기는 건 주변에 원어민들이 (세너제이 출신은 아니지만) 세너제이라고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제가 산 호세라고 말해도 아무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없다는 거예요.
저한테는 '시애틀'을 씨애를'이라고 적거나 대니얼을 '대녈' 이라고 적는 것과 비슷해 보여요. 그런데 그렇게 적어 놓으면 영어 발음에는 조금 더 가까울지 몰라도 그게 Seatle인지 Daniel인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녈은 마의 그 유성음, 무성음때문에 영어발음과 어차피 다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국인이 알아보기 쉽게 그냥 시애틀, 대니얼 이라고 적어도 되지 않을까요? 어차피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것, 한글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영어를 쓰는 사람을 위한 건 아니잖아요.
2016.10.28 23:07
2016.10.29 01:16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전의 한글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이 발음하기 편한 (그리고 비슷하게 나올 확률이 높은)쪽으로 표기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한국사람을 위한 표기라는 것에 한 표를 보태고 싶습니다.
2016.10.29 01:35
재밌는건 미국사람들한테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얘기하고물어보면 대부분 k 발음으로 알아듣습니다. k였다가 g로 바꾼건 한국의 영어 교육에서 g = ㄱ 라고 세뇌한게 원인인거 같아요. 제가 음성학에 대해 별로 아는건 없지만 한국어 기역은 단어에 따라 k에 가깝게 발음하기도하고 g에 가깝게 발음하기도 하는듯.
산호세는 아스트랄한 한글 표기법 때문에 논란이 많은 부분이긴 한데.
그래서 산호세 사람들은 산호세를 어떻게 발음하나 들어봤더니 제각각이더군요. 쌘호제이 정도가 비슷한데 ㅎ이 좀 약하고 연음현상 때문에 새너제이라고 표기하는게 무리는 없을거같애요. 사실 이게 영어가 아니고 스페인어라서 뭔가 좀더 스페인어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영어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있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동네 사람들은 뜻만통하면 액센트같은건 굳이 따지지않는 성향이라..
표기법의 목적은 통일을 하는데 있겠죠. 지킨다고 꼭 읽을수 있는건 아닌거같아요.
하여간. 한글이 어느나라 말이든 표현할수있다는 뽕은 좀 그만팔아야되요. 그네들 입장에서는 마꾸도나루도랑 아무 차이없습니다.
2016.10.29 02:10
외래어는 처음 도입이 중요한거 같아요. 밀크 나 산호세 나 시애틀 이나 처음부터 미역, 새노제이, 시애를 이었다면 모두 그렇게 알텐데
그렇지 못하니 굉장히 혼란스럽죠.
저는 불란서 언어 전공인데요 점차 한국에 이 나라 언어를 전면에 내세운 가게들이 많아지면서 아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걸 느끼고 있어요.
이를테면 마르세이유 (marseille 막세이), 바스티유 (bastille 바스티), 밀페유 (millefeille 밀퍼이) 등의 단어들은 저렇게 발음하면 원어민들은 한번에 이해 못하죠. 발음기호만 알아도 저렇게 나올수가 없는데 아마도 일본 발음을 응용한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무엇보다 한국에선 케백불어를 기준으로 삼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발음이 현지 언어와 동떨어져 있죠. 이를테면, 모음에서 "아" 로 발음되야하는 것들은 "애"로 , 대표적으로 와인을 방 vin v 발음 신경쓰자면 봥 이정도;; 로 해야하지만 "뱅" 이라고 하죠. 이러면 현지에선 아주 심한 남부 사투리 발음이거든요 이를테면 뱅쇼 가 아니고 방쇼 인거죠. 그리고 "빵"의 경우도 불어로 똑같이 "빵"인데 빵오쇼콜라 는 뺑오쇼콜라가 되버리구요. 또 "어" 발음은 "아"로, 예를 들면 크루아썽 을 크루아상 이라고 쓰죠. 아무래도 한글에 적용되는 법칙이 적용되기도 하겠죠. 또 "어" 로 발음하는 부분은 "스펠링이 O 이다 보니 "오" 로 발음이 되죠. 대표적으론 사과는 pomme 뻠 이라고 해야하는데 뽐므 라고 쓴다거나;; 문제는 이 "뽐" 이라는 단어가 또 존재한다는 거죠. 물론 현지인들은 얼추 이해를 하게되면 굳이 교정을 안해주니 무엇이 틀렸는지도 잘 인식을 못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디져트 가게를 낸다거나 하면서 또 잘못된 불어 발음을 전파하죠). 언어들의 외국어 호환이 아무래도 쉬운게 아니니 처음 단어로 익숙해진것에 계속 맞춰지는거 같아요.
위에서 언급하신 것 처럼 부산 이라는 철자 보다는 무성음 발음에 초점을 둔 p 로 표기가 덜 혼란스럽듯이, 스펠링을 제쳐두고 발음에 집중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한글이 어느 나라말이든 표현할수 있다는 뽕 좀 그만 팔았으면 하는것에 동의해요. s,z,g 구분도 안되는데 어딜봐서 그럴까요?
2016.10.29 09:07
2016.10.29 16:18
이런 주제는 얼마전에 콩글리시 찬가란 책도 내신 쿠융훽님이 이야기 잘 하실 것 같은데....
'불란서'라고 표기하시니 말인데요, 사실 외래어 표기가 현지 발음과 최대한 가까워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불국, 법국, 불란서...이렇게 들어왔고 지금은 프랑스로 정착된 편이지만 불란서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니지 않나요? (한국어 사용자들은 이게 어느 나라를 가리키는지 다 이해하고요). 한글이 어느 나라 말이나 다 표기할 수 있는 글자가 아니니 더욱 발음과의 최대 유사성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듯합니다.
2016.10.29 03:27
2016.10.29 11:49
외국어 한글표기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로마자 표기를 쓰는 언어들 중 영어가 제일 널리 퍼져있다보니(특히 한국에서는 미국식 영어)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Vientiane이란 도시는 사실 현지어로 읽으면 위앙짠이고, 저 표기는 불어 표기거든요. 불어식으로 읽으면 위앙짠 비슷하게 발음되는데 이걸 영어로 읽으면 비엔티안이 되는 거죠. 왕위앙(현지발음)-Vang Vieng(불어 표기)-방비엥(영어식 발음), 냐짱(현지발음)-Nha Trang(베트남어 표기)-나트랑(영어식 발음), 니차쿤(현지발음)-Nichkhun(태국어 romanization)-닉쿤(-오류를 동반한-영어식 발음)도 같은 경웁니다. 해당언어와 단어 자체의 인지도에 따라 원음과의 간격이 결정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옛날 책에는 거의 나트랑으로 표기(구글검색결과 498,000건)되다 최근들어 여행자가 많아지면서 그나마 '나짱'(434,000건, '냐짱'은 146,000건) 정도로 표기되는 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태국 푸미폰 국왕이나 수완나품 공항은 그 romanization의 모호함(Bhumibol, Suvarnabhumi)에도 불구하고 워낙 홍보가 많이 된 탓에 제대로 된 현지발음을 표기하고 있는 거겠죠. 이걸 쓰다 궁금해서 '부미볼'로 검색해보니 "푸미폰 국왕의 이름을 딴 부미볼 댐" 이런 게 나오네요. ㅎㅎ 태국어로는 완전히 같은 건데 말이죠.
한국어의 영어 표기든 외국어의 한글 표기든 가능하면 실제 발음에 가깝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런데 San Jose는 '산 호제'로 발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샌 호제'로 발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발음 표기는 참 골치 아픈 문제네요. ^^
'산 호제' (좀 더 정확히는 '싼 호제'?? ^^)
'샌 호제' (이것도 좀 더 정확히는 '쌘 호제'?? ^^)
어떤 표기를 실제 발음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선택할 것인가도 쉬운 문제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