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국 침입 프로젝트 Coin Heist (2017)

2017.01.07 17:50

DJUNA 조회 수:3925


에밀리 해긴스를 기억하세요? 2006년에 [Pathogen]이라는 68분짜리 장편 좀비 영화로 데뷔했던 감독이죠. 여기서 모든 사람들이 주목했던 건 감독의 나이였습니다. 1992년생. 촬영하고 완성한 건 2004년이었으니 12살 때 작품이었어요. 좀비 영화를 찍는 해긴스의 모험은 이후 [Zombie Girl: The Movie]라는 다큐멘터리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긴스의 경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IMDb를 보면 그 뒤로도 꽤 많은 영화들이 있어요. 지금까지 감독작만 해도 7편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신작인 [조폐국 침입 프로젝트]는 2017년 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엘리사 러드윅의 소설을 각색한 이 장편영화는 해긴스의 영화들 중 가장 주류에 속합니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범죄물입니다. 주인공들은 필라델피아의 사립학교 학생들. 교장이 횡령혐의로 체포되고 학교가 재정란에 빠지자 교장의 아들을 포함한 네 명의 학생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얼마 전에 견학을 간 적 있는 조폐국에 침입해서 일부러 불량 주화를 만들어 팔아 학교를 살리자는 거죠.

뭐랄까. 굉장히 익숙한 재료와 이야기들입니다. 보통 성인 주인공으로 만들어지는 장르물에 틴에이저 주인공들을 집어넣은 다음 살짝 톤 다운시킨 영화죠. 당연히 장르가 추구하는 서스펜스나 지능대결의 가능성은 조금 위축됩니다. 물론 틴에이저 주인공으로도 얼마든지 극단적으로 갈 수 있지만, 해긴스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조폐국 침입 프로젝트] 보다 집중하고 있는 건 범죄물 장르가 아니라 틴에이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전통적인 청소년물입니다. 여기서 영화는 아주 진지해요. 여러 모로 80년대 존 휴즈 영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캐릭터 설정은 전형화되어 있지만 네 주인공들은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이들의 배경, 성격, 고민은 꼼꼼하게 묘사되고 무엇보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계급차별, 인종차별, 성차별에 따른 편견 묘사 역시 꽤 진지한 편입니다. 부모와의 갈등 역시 쉽게 풀리지 않고요.

영화는 장르물을 만능 도구로 쓰지도 않습니다. 조폐국 침입이라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으니 깔끔하게 해결하고 끝내버릴 법도 한데, 영화는 대충 건너뛰지 않습니다. 특히 결말이 그래요.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관객들이 당연하게 기대하는 '사이다' 장면이 없어요. 의외로 담담하고 씁쓸하죠. 앞으로 저 아이들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싸움을 벌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달까요. 12살부터 영화를 만들기 위해 투쟁해 온 24살 감독의 세계관이 이 영화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17/01/07)

★★★

기타등등
해커 소녀로 나오는 알렉시스 G. 졸은 유튜브 스타더군요. 궁금해서 들어가보니 바이섹슈얼로 커밍하는 동영상이 떡.


감독: Emily Hagins, 배우: Alexis G. Zall, Alex Saxon, Sasha Pieterse, Jay Walker

IMDb http://www.imdb.com/title/tt57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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