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존에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었을때, 주당 12시간 초과근로까지 포함하면 주 56시간 근무였습니다. 

저희 회사는 3교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3조3교대로 하면 1주일에 168시간으로 56시간x3개조 168시간으로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 당시 현장직분들은 월 2회 쉬었는데, 월 2회 공장을 세운게 아니라 1개조가 쉬면 앞뒤조가 4시간씩 연장근로(=대체근무)해서 맞췄습니다.

그럼 주 60시간 근무가 되는데 문제 있는거 아니냐? 하고 생각했는데 예외조항이 해당된다고 하더라고요.

그외에 한개조가 통으로 쉬는 휴일외에 개인적 연차나 휴가 등을 서로서로 다른 조의 같은 포지션 사람끼리 대근해주고 그러더라고요. 


2.

그러다가 주40시간제, 일명 주5일제가 되었습니다. 

52시간으로 3개조 돌리면 156시간으로 12시간이 빕니다.

그래서 4조3교대로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서 회사가 쓴 꼼수는 기존에 1개조가 4명이고 3개조 12명이었다면, 1개조를 3명으로 줄여서 3명 x 4개조로 12명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에 4명 하던 일을 3명이서 해야 하니까 업무 강도는 아무래도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현장도 있고, 인원을 줄일 수 없는 쪽도 있었지만 하여튼 추가채용인원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고, 노조와도 합의를 그렇게 했습니다.

(네.. 어용노조 소리를 듣긴 해도 노조가 있는 것만으로 좋은 회사죠.. 하지만 사무직은 노조 없음)


3.

그런데 문제는, 근무시간 단축에 의한 급여감소였습니다. 연봉제인 사무직과 달리 현장직은 시급제거든요. 

회사에서 월급제로 바꿔보려고 몇번 시도했는데, 노사간의 불신(일한시간만큼 딱딱 계산해서 받는 시급제가 아니면 우리도 사무직들처럼 무임 추가근로를 하게 될 것이다)때문에 실패했습니다.

단순히 주 56시간의 실질근무시간이 52시간으로 4시간의 근무시간이 주는게 아니라.. 3개조가 4개조로 늘었으니 실제 근무시간이 42시간으로 12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2시간은 초과근로지만 4시간 미만이므로 1.5가 아니라 1.25 가중을 받게 되니까 주급(?)이 62시간분(초과근로시간 12시간에 대해 1.5 가중치 계산)에서 44시간으로 줄어듭니다. 기존에 받던 급여보다 30%가 깎이는 셈이죠. 

지금까지 너네 월 2일 쉬던걸 월 8일 쉬는걸로 바뀌니까 급여 30% 깎자... 하면, 대부분 받아들이기가 힘들겁니다.

급여가 작은 경우에는 30% 깎으면 아에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고, 급여수준이 높으면 높은대로 그 급여에 맞는 지출이 있는데 갑자기 30%를 깎으면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데 그걸 또 받아들이기 힘들죠.

그렇다고 근무시간인 30% 주는 만큼 시급을 30% 올려줄만큼 만만한 회사도 없고요.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노조랑 사측이랑 옥신각신 하다가.. 

시급 인상은 최소화하고, 생산활동을 하는 42시간외에 추가 근로시간으로 잡을만한 것들을 발굴해서 임금수준을 기존 56시간 할때 받던 것의 90% 까지 맞춰준다.. 라고 합의 했습니다.

그래서 근무시간 끝나면 2시간씩 남아서 청소를 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회합을 하거나 합니다. 


4. 

그래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에서 47시간으로 바뀌어도 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청소나 교육시키면서 시급을 줬었기 때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그냥 청소, 교육 덜 시키면 되죠.

그리고.. 애초에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때도 근무자의 숙련도 같은 소리는 안했어요.

무슨 대입시험 공부처럼 3당4락, 4당5락 같은게 아니거든요.

늘 같은 작업을 하는 현장근로자들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작업에 숙달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건 사무직도 비슷하죠.

숙련도의 차이는 경험의 차이인데, 20년 근무하면서 아무 트러블없이 같은 작업만 한 사람이랑, 10년 근무하면서 맨날 트러블 터지고, 제품 설계 바뀌고 스펙 바뀌는 곳에서 일한 사람이랑 비교하면 후자가 '더 능력있어 보입니다.' 누구나 처음 겪는 문제는 헤매지만, 이전에 같은 문제, 비슷한 문제를 겪었으면 그만큼 해결이 빨라지거든요. 그래서 더 능력있어 보이죠. 물론, 전자의 경우에는 그 작업의 장인 취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마도, 주40시간제로 바뀌고 십여년동안 법에 맞춰 근로시간이나 제도를 손본 곳에서는 35시간으로 바뀌어도 큰 혼란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휴일은 1주일안에 안들어간다는 행정해석을 꼼수로 활용해온 제조업들이 난리나겠죠. 

(아, 물론 사무직은 제외요.. ㅠ.ㅠ )


주 44시간제에서 40시간으로 바뀔때 기업들 다 망할것 처럼 난리가 났었지만, 십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40시간제 때문에 망한 기업 있다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바뀌어도 망할 기업은 없을 겁니다. 사실 그런 회사들은 더 무서운게 기존의 1주일을 휴일제외하고 주5일만 계산하던 행정해석을 주 7일로 바꾸는게 더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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