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9 13:01
제 방에 이렇게 생긴 애가 들어왔는데 얘 이름이 뭘까요? ^^
기운이 없는지 코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찰칵찰칵 찍는데도 그냥 가만히 있네요.
살짝 건드려 보니 잘 기어다니기는 하는데 지금은 5분쯤 그냥 그대로 있어요.
배가 고픈가 하고 앞에 꿀 한 방울 떨어뜨려 줬는데 안 먹고
목이 마른가 하고 옆에 물 한 방울 떨어뜨려 줬는데 이것도 안 먹고...
저절로 굴러온 이런 애를 애완동물로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도망도 안 가고 되게 순한 것 같아요. ^^)
2017.06.09 13:21
2017.06.09 13:21
집게가 있는 벌레로 검색하니 대번에 나오네요. '집게벌레' ^^
허무해요. 이런 평범한 이름이라니...
2017.06.09 13:53
제가 준 물과 꿀을 쳐다도 안 보고 있다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고 낮잠 주무시나 봄 (1시간째)
이렇게 팔자 늘어진 벌레는 처음 보네요.
2017.06.09 13:59
밤에 출발하려는 듯
2017.06.09 15:03
2017.06.09 15:23
저도 처음엔 좀 놀랐는데 그동안 곤충 다큐멘터리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낯이 익은 느낌에다
도망도 안 가고 가만히 있으니 호기심이 생겨서 살짝 건드려도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얘가 몸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아요.
베란다에서 보들보들한 상추잎 하나 뜯어서 깔아줬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숨을 거둘 듯...
(화분에 묻어줘야겠어요. 3시간 가까이 친하게 지냈는데... ㅠㅠ)
2017.06.09 15:36
에이그 천수를 누리고 가는 길이길
2017.06.09 15:36
2017.06.09 15:48
2017.06.09 16:56
상추잎을 막 흔들어서 정신 차리라고 하니 조금씩 움직이기는 했는데...
(30분 동안 심폐소생술한 느낌이에요. 이거 원... ) 4시 10분에 운명하셨습니다.
혹시 먹을까 해서 뜯어온 상추였는데 얘가 상태가 이상해져서 이불이 됐네요.
벌레를 휴지로 꾸욱 눌러서 죽인 적도 많았는데 한 3시간 동안 옆에 있었던 생명체가 죽어가니
살리고 싶은 마음이 막 드는 게 이상하더군요. (덕분에 얘가 편안히 가지는 못한 것 같고...)
(여기까지 쓰다가 갑자기 얘가 다리를 부르르 움직여서 다시 심폐소생술 20분간 시행... 이번엔
파리채에 내장된 족집게로 살짝 잡아서 흔들기도 하고 => 이게 고문인가 의술인가 갈등)
그러다 결국 4시 30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상추 화분에 고이 묻어줬고요.
집게 벌레와 4시간 동안 불태운 시한부 사랑이군요. 사랑 얘기는역시 비극이어야...
2017.06.09 18:10
2017.06.09 19:03
다음에 또 벌레가 찾아오면 일단 건강검진부터 한 후에 마음을 줘야겠어요. ^^
2017.06.09 19:06
2017.06.09 19:47
저희 집이 좀 고층이라 고양이가 올라오긴 힘들죠.
주로 곤충들이 제 방을 좋아합니다. 전에 매미도 한 번 찾아 왔었고...
해 지는 게 잘 보여서 정말 좋은데 사진 실력이 없어서 언제나 슬픈 시간
(버둥거리며 뭘 좀 찍어볼까 하면 해님은 이미 저 산 너머로... ㅠㅠ)
2017.06.09 20:41
해지는 풍경 좋아요.
2017.06.09 21:23
해 지는 풍경이 좋다고 하시니 그런 시 한 편~
저녁 햇살
정지용
불 피어오르듯 하는 술
한숨에 키어도 아아 배고파라.
수줍은 듯 놓인 유리컵
바작바작 씹는데도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흑단추
네 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 점.
빨아도 빨아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2017.06.09 21:44
해가 지는 곳은 아주 먼듯 해요.
2017.06.11 12:55
가끔영화 님 댓글 때문에 내려오는 길이 너무 멀어요. ^^
2017.06.11 02:55
강원도에서 군생활하면 매일 보는 집게벌레네요.. 침낭 일광소독한다고 밖에 꺼내놓으면 이놈들이 침낭 안을 가득 채우고 있죠.. 성향상 어두침침하고 습한곳을 좋아하는 듯.. 그래도 공해에는 약한지 서울에서는 그리 찾아볼 수 없었네요. 군대에서 볼 수 있는 벌레중에(말벌, 그리마, 바퀴벌레, 곱등이, 지네...etc) 그나마 귀여운편에 속하는 놈들이라 그렇게 미움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게벌레가 사람을 별로 안무서워하긴 하는데, 대체로 밝은 곳에서 도망가지 않는 벌레는 대부분 기생충에 당한놈들이(연가시 등) 대부분이라 시체는 잘 처리하시는 것이 좋아요.
아 그리고 단단해보이는 모양새와는 달리 몸이 아주 연해요. 바스라지지 않게 조심해서..
2017.06.11 12:35
군대에 가면 많은 벌레들을 만나는군요. ^^ 저는 이렇게 집게를 가진 벌레는 처음 봐서
더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곤충에 관심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왔나 했죠. ^^) 처음엔 정말 멀쩡해 보여서 이런 슬픈 결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얘의 몸이 수축하면서 파삭파삭해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처음엔 몸에 윤기도 있고 탱탱한 긴장감도 있었는데 갑자기 생기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면서... 아, 얘가 죽어가고 있구나 알겠더라고요.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죠.
왜 얘가 대낮에 방 한가운데로 와서 제 옆에서 몇 시간 드러누워 있었는지...
이제까지 약 먹고 죽은 벌레를 발견한 적도 제법 있었고, 제가 때려죽인 곤충도 많았지만
한 생명체가 두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는 걸 눈 앞에서 보고 있으니 참 기분이...
언젠가 누군가의 죽음을 지키는 자리에 있게 된다면 참 힘들겠다 싶습니다.
(얘는 지금 화분에서 좋은 거름이 되고 있는지, 아니면 기생충을 뿌리고 있는지...)
2017.06.11 08:56
2017.06.11 08:58
2017.06.11 12:51
곤충을 키우는 건 어떤 기분일까, 커다란 유리병 같은 데 넣고 한 번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었죠. 소꿉놀이 하듯 꿀 한 방울, 물 한 방울 떨어뜨려주고 하다보니 이렇게 작은
생명체를 키우는 건 힘이 많이 들 것 같지도 않고 개나 고양이보다 오히려 쉽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상황이 급반전되는 바람에...
집게벌레의 집게는 보기엔 멋있는데 그걸로 저를 찌르려고 덤벼들면 당장 때려죽이게 될지도...
곤충이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집에서도 본거 같은데 거미도 그렇고 잠시 있다 먹을거 줘도 안먹고 그냥 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