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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갖고 있던 DVD를 벼룩 처리하려고 정리중입니다.

그 중에 '흐르는 강물처럼'이 굴러나와서, 아 이 영화 참 좋아했는데 보내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습니다.

넷플릭스와 아이튠즈를 모두 찾아봤는데 목록에 없고 (이동네 스트리밍 서비스가 라이브러리가 많이 부실합니다. 좀 괜찮은 영화들은 거의 없어요. 저작권 문제라고들 하던데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보고 결정하자'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 1992년작이니 20년이 넘었네요.

그래도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20세기 초반이다보니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영화에서 격세지감을 느낄 수는 없고

몬타나의 아름다운 자연과 영상미는 여전히 그대로고요. 덤으로 브래드 피트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죠.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낚시하는 영화'라고 해서 보러 갔었죠. 저는 민물낚시에는 취미가 없습니다만 송어 낚시는 다르죠. 송어는 그래도 민물생선 중에서는 먹을 만한 생선이니까요. 

플라이 낚시에 대해서는 무지했는데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돌려 보면서 어째서 낚싯줄을 휘두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며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아역으로 조셉 고든 레빗이 출연했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브래드 피트에 이어 그 때는 무명이었으나 지금은 유명해진 또 다른 배우였네요.

단돈 1달러에 처분하려고 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올때까지 계속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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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넷플릭스에 한국 드라마랑 예능 방송들이 대거 업로드되어 뒤 늦게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제일 먼저 봤어요. 제가 공효진 팬이거든요. 흥미로운 주제에 부당한 사회적 편견을 깨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나름 재미있게 만들어서 몰입도도 높았습니다. 단 한가지 적응이 어려웠던 건 조인성의 역할인데 제가 이 배우가 연기한 건 10여년 전에 보고 처음이라 그렇습니다.

발리에서 생긴일에서 아주 어린 티가 나는 철부지 역할, 그리고 전혀 몰입이 안되었던 쌍화점에서 본 게 다였는데 그 사이에 장족의 발전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어느정도 성숙한 티도 많이 납니다. 조인성 아닌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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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고 있는 건 미생인데요. 이제 3회까지 봤어요. 그런데 완전 고구마예요.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 끄적이지 않으면 해소가 안될 것 같아 씁니다.

첫번째는 여전히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드라마에서의 직장 묘사인데요.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대체 어떤 회사에서 저렇게 서로 반말하면서 걸핏하면 고함을 질러대고 실수했다고 옥상으로 데려가 달리기 시키고 이런 회사 본 적 있으세요?

인턴들이 장그래 낙하산이라고 왕따시키는 것도 그렇고, 팀원들도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애가 왔다고 일도 안 주고 왕따시키고 그러는데 이런 행동이야말로 징계감 아닌가요?

입사한지 열흘밖에 안되는 인턴들이 (장그래를 제외하고는) 큰 건의 계약들을 뚝뚝 따내는 것도 그렇고요.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날고 기는 경력사원이라도 새로운 회사에서 비품실이 어디 있는지 안 가르쳐주면 어떻게 아나요?

할 일 없어 맨날 힘없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주인공을 보다가 빡쳐서 꺼 버렸습니다. 

대체 저게 어떻게 대한민국 직장생활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저도 원작 만화의 팬이고 그래서 하나도 안 빼고 열심히 봤는데 제가 본 거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오늘 아침 무료로 열려있는 첫 몇 편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역시 원작이 훨씬 현실적이고 장그래의 성격도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게 자격지심에 억눌린 애가 아니예요.

오과장도 당장 일할 사람 필요한데 인턴이 와서 불평을 하긴 했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못되처먹은 인물이 아니고요.

인턴들도 합리적으로 행동하고요. 드라마처럼 대 놓고 왕따, 뒷담화는 없네요. 

현실을 생각해도 인턴들이 드라마처럼 행동하다가 인사팀에 보고 들어가면 어쩌려고 저렇게들 경우없이 행동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장그래는 바둑을 하던 버릇으로 사람을 만날때마다 짧은 시간에 수를 읽고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데 이건 드라마에서는 아주 생략되어 있어요. 캐릭터들에 대한 이질감이 어디서 왔는지 알겠습니다.

윤태호 작가는 부장이랑 차장이랑 누가 더 높은지 모를 정도로 직장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고 했는데 열심히 취재해서 아주 현실적인 직장만화를 만들어냈어요.

그걸 드라마 제작진들이 모두 망쳐놓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위해서 배경과 인물들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과장하고 싶은 의도는 이해하겠으나

방송국도 직장일텐데 연출, 피디는 본인들은 자기 직장에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합니다. 서류철 집어던지고 욕하고 고함지르고 군기잡고 뜀뛰기 시키고 왕따에 뒷담화에 정말 그러나요?

넷플릭스에 업로드된 드라마입니다. 전 세계가 그걸 보고 한국 직장은 저런가? 오해할까봐 무섭습니다.

남친님도 흘낏흘낏 보다가 한국인들은 왜 저렇게 시종일관 갑질이냐? 라고 물어요.

물론 현실은 땅콩회항이라든지, SK 맷값이라든지 (오늘도 각목으로 직원을 두들겨팼다는 임원얘기가 뉴스에 떴습니다) 드라마를 능가하는 사례들이 일어납니다만

그건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뉴스에 나온거죠. 모든 직장이 그런식으로 돌아간다면 뉴스에 나오지도 않을 거예요.

또 가족같은 회사의 사장님 갑질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겠으나 적어도 이 드라마는 대기업이 배경인데 현실을 너무 왜곡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저도 이직을 포함해서 한국에서 직장생활 10년을 했는데 저런 곳은 단 한 번도 못봤거든요.  

 

리뷰를 찾아보니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이런 평을 갖고 있어요.

제가 없는 10여년 동안 후퇴해서 모두 저렇게 변한 게 아니길 바라겠습니다.

여러분의 직장환경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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