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2 01:48
저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견해를 드러낼 때마다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유난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유형을 좀 나열해보자면,
- 여행을 다녀야 견문이 넓어지고 인생을 보는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 여행을 다니지 않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아이고 불쌍해라 여유가 없는 너의 인생은
- 여가시간에 여행을 다니지 않는 것은 추진력과 행동력이 없는 것이다
- '나도 너 같았는데 다녀보니까 말이야 얼마나 좋던지'
살면서 여행 많이 다녀서 이 사람이 좀 멋지고 확 좀 트였구나 싶은 예를 한번도 못봐서 그런지
여행 안다니는 내 인생에 불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냥 그렇습니다만
굳이 여기 계신분들은 여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여 글 써봅니다
제가 느끼기에 여행은 즐길거리의 총 집합 같아요. 자극적이고 싫어하기 힘들죠
시간을 보내고싶은 사람과 일상을 벗어나 좋은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새로운 풍경을 즐기니까 좋을 수 밖에 없어요
뭔가 떡볶이, 치맥? 이런 느낌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당연한 걸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느낌이라 신기합니다.
2017.10.22 08:03
2017.10.22 08:53
2017.10.22 09:26
3번째만 조금만 그럴 듯
2017.10.22 13:40
전 여행 좋아하지만 주변에 여행이 싫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한테 부러 여행이 얼마나 좋은지 자랑하진 않습니다. 사람이 백명이면 백가지 취향이 있는 게 당연한 법인데요. 공격하는 주변 사람들이 좀 별로네요.
2017.10.22 13:50
동감입니다
2017.10.22 15:17
요즘은 인터넷으로 같은 정보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다 보니, 여행도 그냥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진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여행하면 견문이 넓어진다'도 그냥 학습한 문장같은 느낌이고요. 여행도 다 같은 여행이 아니고 내용이 중요한데, 장소 이동만 한다고 견문이 넓어질리가요. 유명한 장소에 가서 sns에 올릴 사진 100장쯤 찍고, 또 맛있는거 먹으러 가서 음식 사진 100장쯤 찍고 돌아오면, 그 잠깐 즐기고 오는걸로 무슨 새로운 통찰이 그렇게 생기는지 의문입니다. 솔직히 제대로 문화 체험이 되는 여행을 하는 사람 그다지 못봤다고 생각해요. 감히 말하자면 많은 경우는 '나 그거 해봤어'라고 말하기 위한거 같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도 기간이 길다 보니 전세계 관광지 어딜 가나 한국 사람 천지였는데, 특히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경우는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더군요. 애들은 이제 박물관 그만 가고 싶다고 칭얼거리고 있고, 젊은 엄마 아빠는 사람에 치이며 애들 챙기느라 영혼 탈출한 표정.. 뭐 여행이란게 고생이 9할이라도 1할의 추억 때문에 가는거긴 하지만요.
2017.10.22 16:20
견문이 넓어지기까지 하려면 최소한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은 묵으면서, 현지인과 어느 정도 소통도 하며 지내봐야 하는거 아닌까 싶은데.. 그냥 여러군데 찍고 오는 여행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남는건 없었던거 같아요. 말씀하신 떡볶이나 치맥처럼 기분 전환 정도랄까, 그래도 경험치 같은건 좀 쌓이는 느낌이지만.. 요즘은 안방에서도 많은걸 접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게다가 저는 심각한 길치이고 소위 빠릿빠릿함이 좀 떨어지는 성격이라, 새로운 장소에 가면 스트레스가 좀 있더라고요. 어릴 때야 호기심도 많고 체력도 있으니 힘든 것도 감수할 수 있었다지만, 이제는 혼자서는 찾아다닐 엄두도 안나고.. 그냥 궁할 때 가끔 패키지 여행이나 다녀야 하나 싶네요(...)
2017.10.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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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5:06
2017.10.22 18:57
2017.10.23 00:32
위에 어떤 분이 언급하신 것처럼 여행으로 견문을 넓힐려면 관광지 돌아다니면서 찍기가 아닌 한 곳에 일정 시간이상 머물면서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거주식' 여행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여행 블로그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면 그닥 새로운 내용이 없어요. 그냥 이거 먹었다. 유명한 곳에 갔다. 예쁜 곳에서 사진 찍었다. 다른 한국인을 만나거나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대충 이런 내용;;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을 가거나, 딱 테마를 정해서 무엇을 리서치하는 여행을 하거나, 중간에 봉사활동을 하는등 생산적인 일을 하는 등의 활동을 했을때 견문이 넓혀진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유흥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잘한' 여행은 좋은 책, 영화 등등의 활동을 넘어서는 경험이었습니다.
2017.10.23 12:55
남이 싫다는 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태도는 그 주제가 여행이든 뭐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만..
'견문'이란 것에 대해 아주 진지하고 대단한 그 무엇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싶습니다. 관광지만 찍고 오는 여행에서도 잠시 생각할 그 무엇, 느껴보는 그 무엇이 없을리가요. 그게 사람 자체를 순식간에 변화시킬 엄청난 파워는 없겠지만 책이나 영화나 강의나 딴 건 안그런가요. 여행 다녀온 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다고 그게 의미없다고 단정할 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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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친절하더라는 일본 사람들의 접대를 직접 받아봤을 때, 베트남의 오토바이 가득찬 거리에서 직접 매캐한 냄새를 맡았을 때, 정말 뜨거운 사하라의 햇빛을 피부로 체감했을 때,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도약하는 순간 주위가 조용해지고 바람소리만 들릴 때, 등등...패키지로 관광지만 찍고 남들 하는 걸 따라하는 여행에서도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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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삶의 지혜를 얻고 교훈을 배운다는 의미의 '견문'보단 책과 인터넷을 통해 접하던 것들, 혹은 몰랐던 것들을 실제로 체감하고 느낀다는 의미의 좀 더 가벼운 '견문'은 확실히 넓어지겠죠. 돌아다니면서 소소하게 부딪히는 낯선 것들, 유흥에 대한 경험도 소중한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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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자의 비애'라는 시리즈물을 게시하고 있는 메피스토입니다.
근데 시리즈물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다 똑같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