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용산, 레플원)

2018.04.16 14:48

여은성 조회 수:869


 1.친구와 영화를 보러 용산에 갔어요. 이미 식당가 영업이 종료된 터라 식사하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죠. 친구는 매우 철저해 보이는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썼어요. 


 밤의 용산 거리를 오랜만에 걸으니 예전에 겪었던 조증의 5%정도는 돌아온 것 같았어요. 100%를 느낄 일은 다신 없겠죠. 이리저리 걸었지만 먹을 만한 식당이 없어서 한 치킨집에 들어갔어요. 프랜차이즈 치킨집과 포차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 가게였죠. 



 2.평소에 가는 술집을 가면 짜증스럽기도 해요. 치킨집보다 50배 비싸지만 치킨집에 가는 것보다 50배 행복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비합리적인 가격에 종종 짜증나긴 하죠.


 하지만 오랜만에 금요일 밤의 술집에 들어가고 20초가 지나자, 50배 가격은 이유가 있는 거라는 걸 상기하게 됐어요. 캬바쿠라 룸의 가격은 일반 술집의 50배의 행복을 사는 게 아니라 50배의 조용함을 사기 위해 매겨진 가격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서요. 그걸 잠깐 잊고 있었거든요. 정말...매우 시끄러웠어요.



 3.게다가 가게 앞에는 계속 담배를 피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었어요. 문제는, 빌어먹을 인간들이 들어올 때마다 문을 닫지 않는거예요! 그래서 그때마다 욕지거리를 하며 내가 직접 가서 문을 닫고 돌아왔어요. 가게 안으로 엿같은 담배냄새가 유입될 때마다 혈압이 올라가는 기분이었어요. 그게 몇 번 반복됐고 좀 투덜거렸어요.


 '젠장, 저 놈들은 왜 문을 닫고 들어오지 않는 거지?'라고 투덜거리자 친구는 '게으르니까.'라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게으르면 죽어야지.'라고 말하자 친구가 다시 대답했어요.


 '글쎄. 나는 죽지 않고 있잖나. 자네도 죽지 않고 있고.'



 4.휴.



 5.'그야,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니까. 죽지 않아도 되지.'라고 말하자 친구는 피식 웃으며 '저 사람들도 자신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살걸.'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들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친구가 입을 열었어요.


 '어쨌든. 걔네는 '비록 가난하지만 실은 매우 멋진 나'컨셉을 잡으며 살고 있겠지. 트위터 같은 거 보면 많이들 그러잖아.'


 적당한 리액션이 떠오르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이자 친구가 말을 이었어요.


 '그리고 걔네가 '비록 가난해도 사실은 매우 멋진 나'컨셉에 심취해 있는 동안에는 부자들의 뚝배기를 깨러 오지 않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폭동이 유예되는거군. 그래도 언젠가는 일어나겠지만.'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니까 이 녀석이 두려워하는 건 미세먼지와 폭도인가.'라고 생각했어요. 



 6.밖으로 나오자 빗물이 몇 방울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가 오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자 친구가 '잘 됐군.'이라고 대답했어요.


 '무슨 소리야! 비가 온다고! 비를 맞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잖아.'라고 외치자 친구가 말했어요.


 '비가 오면 미세먼지가 사라지잖아.'



 7.레플원을 봤어요. 약간 놀랐어요. 보통 이런 종류의 영화에선 500조원이나 게임 운영자 같은 실질적인 보상이 주인공에게 실제로 주어지진 않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500조원과 게임운영자 권한을 통째로 가져가더군요. 


 한데 말이죠, 500조원이 있으면 현실이 게임 속보다 더 게임 같지 않겠어요? 어이없게도 주인공과 동료들은 500조원이 생기자 게임 서버를 닫아 버려요. 일주일에 이틀씩이나! 폭동이 두렵지 않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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