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인적으로 꼭 아카데미 수상을 희망하던 'Won't you be my neighbor'가 최종 후보 지명에 실패해 참 속상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격 탐구 같지만 결국 끝나고 보면 좋은 사회적 메시지을 담은 다큐 같았거든요. 
혐오와 조롱, 자극이 넘쳐나는 요즘 미디어에 이렇게 희망과 순수성을 이야기하는 다큐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이 작품 뿐 아니라 예비 후보로 오른 작품들 다 올해는 유난히 쟁쟁하긴 했어요.
ISIS의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On Her Shoulders나 뉴욕 경찰들의 업무 중 과실에 대해 다룬 Crime + Punishment도
다른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작품들의 주제도 오스카가 좋아할 스타일이지만 모두 후보에 못올랐죠.  

주로 해당 시대와 연관된 사회 이슈를 담은 작품에 상을 주던게 00년대 오스카 추세였다면, 요샌
작년 후보 Abacus: small enough to jail처럼 얇은 붓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작품들에도 시선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선댄스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이 아카데미 후보작과 겹치는 비중이 요즘들어 갈수록 커지는것도 그래서 그런 것 같구요. 

오스카 후보에 오른 다큐들을 전부 접하는 일이 한번도 없었지만 2018년엔 워낙 괜찮은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
기회가 되면 수상작이 결정된 이후에도 후보작을 전부 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후보작인 Of Fathers and Sons와 Hale County This Morning, This Evening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전국 개봉도 안했을거에요. 둘 다 미국내 인종/계급문제, 극단주의 이슬람과 같은 큰 이야기를 가족이야기에 집중하면서 풀어내는 모양이더군요.

훌루에서 배급된 Minding the Gap과 이번달 미국에 공개된 Free Solo, 작년부터 이미 공개된 RBG는 최근 감상했어요.

RBG의 이야기에서 제가 낯설었던 부분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긴스버그 판사는 해당 영화 소개에서도 대놓고 써져있듯 많은 
미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대법관들 중 한명이고 심지어 문화아이콘중 하나이기도 해서 요즘 젊은 층들 사이에서도 밈을 양산해내는 인물이니까요.
또 이미 긴스버그를 소재로 다루거나 캐릭터를 본딴 미디어는 이미 많이 나왔죠. 작년 같은 해 펠리시티존스 주연의 같은 소재 극영화가 개봉하기도 했잖아요.
옛날 미드 웨스트윙에서 보수강경파 법관과 티격대던 여성 법관이 기억나는데 그 캐릭터도 긴스버그의 이미지에서 차용된거라고 하더군요. 
영화는 우리가 아는 과묵하고 차분한 이분의 이미지를 더 굳히는 듯한데, 그게 보수주의자들에게 꽤 과격했을법한 이분의 법리해석과 판결에 더 대조가 생깁니다.
진정한 싸움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것'같은 무식한 논리가 아니라 자기 일에 얼마나 똑부러지게 임하느냐에 달렸다는 메시지 같더군요.
영화 주제가의 거장 다이앤워렌이 이 영화를 통해 열번째 후보지명을 받은 것도 반가웠습니다. 제니퍼 허드슨이 부른 I'll Fight라는 노래죠.

Minding the Gap은 요즘 미디어 추세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같습니다. 1인미디어 시대에 아마추어 영상인들의 편집이나 촬영조작 수준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는거죠. 스케이트보더인 이민2세대 청년이 직접 자신과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촬영하고 편집해 만든 이 영화가 각종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오스카 후보까지 올랐다는건 영화라는 매체의 성격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스케이트보드 문화만을 다루는걸 넘어, 각 인물들의 가정문제, 인종문제, 젠더인식과 폭력등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감독들의 주변인들의 개성있는 아우라가 마치 인디 극영화속 배우들의 독특한 메소드연기 같아보이더군요. 
마치 자기 신세에 대해 한탄하는 배우의 모놀로그처럼요. 그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는 얘기죠.

Free Solo는 알렉스 호놀드라는 암벽등반가의 삶을 조용히 팔로우하는 관찰다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익숙한 방식이죠. 영화는 진짜로 인간극장스러운
순간들이 많습니다. 두세명 이상을 넘기지 않을것 같은 제작진이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주인공과 그 주변인의 대화를 가만히 담아내요. 그러다 인터뷰를 통해
이 주인공은 자기 삶의 한부분을 또 조심스럽게 꺼내 해설해주는 식입니다. 이 방식은 어마어마한 절벽을 조감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프식
촬영방식과 대조를 이룹니다. 핸드헬드로 이사람의 일상을 거칠게 찍다가 아무래도 고가였을 법한 특수짐벌로 깔끔하게 이 사람의 등반을 팔로우하는 기술이
스무스하게 교차되는 방식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거대한 포부를 어떻게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실행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처럼 읽혔습니다.
주인공 호놀드와 감독 바사르헬리와 친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겠죠. 두 감독들은 이미 히말라야 등반팀을 따라가는 Meru라는 작품을 이미 만든적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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