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바빴던 나날들을 보내고 한숨돌릴 시간이 나서 친구와 만났어요. 만나고 나서 으레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누가 돈을 쓸건지에 대한 가벼운 실랑이 말이죠.


 '이봐, 이번엔 자네가 살 차례야. 번갈아 가면서 사는 게 규칙이니까.'라고 선제공격을 날리자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어요. '그렇지 않아. 우리의 규칙은 번갈아가면서 사는 게 아니라 '불러낸 사람이 사는'거야. 자네가 날 불러냈으니까 밥은 자네가 사야지.'라고요.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내가 사기로 했어요. 아웃백을 먹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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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아웃백으로 걸어가는중, 친구가 한숨을 쉬며 '젠장, 건보료가 100만원이더군.'이라고 말했어요. 나는 그런가보다...라고 넘어가려다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어요. 왜냐면 1년 건보료가 100만원이라면 친구가 한숨을 쉴 리도 없거든요. 이거 설마 1달 건보료가 100만원이라는 건가 싶어서 물어봤어요.


 친구는 '맞아. 1달에 100만원이라네.'라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대체 뭘 했길래 건보료가 100만원으로 뛰었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어요.


 '아니, 난 몰랐어. 건보료는 아버지가 대신 내주니까. 그리고 그건 뛴 건보료가 아니라 작년의 건보료야. 어쩌다가 작년 서류를 봤는데 한달에 100만원씩 나왔더군.'



 2.친구가 말을 이었어요. 'ㅇㄼㅎ이 ㄳㅊ보다 무서운 곳 같군. 정말 칼같이 잡아내고 있어.'라고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의미를 물어보자 그가 대답했어요.


 '왜냐면 난 작년 연봉을 nnnn만원으로 신고했거든. 그래서 제법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어. 소득세를 제법 아꼈다고 말이지. 그런데도 그들은 한달 건보료를 100만원으로 때려버린거야. ㄳㅊ은 문제삼지도 않는 무언가까지도 다 찾아냈으니까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이 말은 이거예요. 월 100만원의 건보료는 최저고 이제부터 소득 신고를 FM대로 하면, 건보료가 더 올라갈 거란 뜻이죠. 솔직이 내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예요. 한달 건보료가 100만원...심지어 200만원 가까이까지도 갈 수 있다니?! 내가 그 돈을 내야 한다면, 나라면 미쳐 버릴 걸요. 왜냐면 나는 병원에 거의 가지도 않으니까요.


 어쨌든 설명을 들어보니 건보료라는 건 소득과 자산-재산세를 내야 하는 자산-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 같았어요.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건보료'라는 것의 기준에 한계는 있을 거 아니예요? 아무리 엄청난 부자라고 해도 한 사람이 건보료를 월 몇억씩 내진 않을 거니까요. 누군가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그 소득에 비례해 건보료를 무한히 올려대면 그건 완전 뒤집어 씌우기가 되는 거니까요.



 3.순간 어떤 무서운 사실에 생각이 미쳤어요. 친구가 그 정도의 건보료를 낸다면, 그의 아버지는 대체 얼마의 건보료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죠. 뭐 굳이 비유를 하자면 친구의 존재규모는 그의 아버지의 파편에 불과하니까요. 


 '이, 이봐...그럼 대체 자네의 아버지는 건보료를 얼마나 내시지?'라고 묻자 친구가 어떤 숫자를 내뱉었어요. 그 숫자를 듣고 경악하는 내게 친구가 말했어요. '아마 그 정도의 건보료가, 건보료라는 것의 최고점이겠지.'



 4.휴.



 5.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러 일어나기 전, 중얼거려 봤어요. '우리가 잘 될 수 있을까?'라고요. 사람에 따라 혼잣말로도, 또는 질문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친구는 대답했어요.


 '우린 이미 잘 됐어. 자네의 표현을 빌자면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일어난 일은 당연한 일이 되는 거야. 그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말이지. 이미 일어나버린 일은, 당연한 일인 거라고. 여기서 더...잘되어야만 하는 거야. 우리는 말이지.'


 친구는 킥킥 웃고는 '하, 자네의 야망은 끝이 없군.'이라고 말했어요. 다시 대답했어요. 


 '난 이제 야망도 없어. 내게 남은 건 욕망뿐이지.'



 6.차를 마시러 갔어요. 오렌지주스를 먹고 싶었지만 8천 5백원이었어요. 생과일주스라면 8천원대인 게 납득이 가지만 왠지 아닐 것 같아서, 8천원대에 오렌지주스를 먹기엔 좀 아까웠어요. 그래서 6천원짜리 바닐라라떼를 얻어먹기로 했어요. 


 친구는 스마트폰을 보며 혀를 찼어요. '젠장, 선작이 또 줄었어.'라면서요. 문피아인지 조아라인지 하는 소설 사이트에 소설을 올리는 모양인데,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았어요. 독자들도 떨어져나가고 있는 듯 했고요.


 친구에게 친구의 글쓰기의 재능에 대해, 이런저런 나의 감상을 말해 줬어요. 올려치기나 내려치기 없이 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격려가 되는 내용이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7.친구가 '이 대화는 재밌지만, 이쯤에서 일어나야겠군.'이라며 몸을 일으켰어요. 왜냐고 물으려고 하자 그가 앞질러 대답했어요.


 '7시에 들어가서 성당에 갔다 오는 거라고 뻥을 쳐야 하거든.'



 8.카페를 나와 걸었는데 의외로 친구는 내 격려에 힘을 얻은 모양이었어요. 사실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었는데...사실대로만 말하다 보니 격려가 된 거였지만요.


 '자네 말을 듣고 보니, 다시 글을 또 좀 써봐야겠어. 그만둘까 했는데 말야.'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말해 줬어요.


 '하지만 포기해도 돼. 작가가 되는 걸 포기하면 너는 그저 건물주니까.'


 그러자 친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말했어요.


 '자네가 지적한 대로, 그게 내 문제인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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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니...듀게에서는 3화 쯤에 프듀 번개를 하려고 했어요. 깽판이 최고조로 심해질 때가 그때거든요. 하지만 뭐...이번주 1화 방영일에도 와서 수다나 떨면서 프듀볼 분은 쪽지보내고 오세요. 누구든 상관없이, 프듀를 좋아하기만 하면 돼요. 귀엽게 꽁냥거리면서 프듀를 볼 수 있다면 인생에 위로가 되겠죠. 방은 드래곤시티에 내가 잡아 놨으니 치킨 하나만 사오심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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