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반 산트의 [돈 워리] 시사회를 보고 왔어요. 원제는 [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 짧게 줄인 국내 제목과 의미가 반대죠. 국내 제목은 장애인인 주인공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원작의 제목이기도 한 원제는 자신의 장애를 스스로 냉소하는 느낌이거든요.

영화의 주인공은 존 캘러핸이라는 포틀랜드의 만화가예요. 원래는 페인트공이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뒤로 만화가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창작의 고통 같은 것에 그렇게까지 집착하지는 않아요. 대신 교통사고 이전에도 알코올 중독자였던 캘러핸이 AA 모임에 나오면서 조금씩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더 관심 갖고 지켜봅니다. 전 이게 논리적인 거 같아요. 창작은 그냥 하는 거거든요. 중독을 극복하는 것이 더 어렵죠.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니까요. 이 과정이 창작에 영향을 끼친다면 좋은 거고.

장애인의 인간승리 드라마인 건 맞아요. 영화는 이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날 생각이 없지요. 그게 영화의 한계일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종류 영화의 강요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캘러핸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것, 교통사고 이후 예술가로서 새 삶을 시작한 건 모두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캘러핸을 성자처럼 떠받들 이유도 없는 거죠. 캘러핸의 만화가 가진 불쾌하거나 논쟁적인 특성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으로서 분명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이 무조건 비판의 면죄부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 영화는 캘러핸의 만화를 즐기지만 완전히 옹호하지도 않고 중간에 있는 회색지대도 충분히 보여줍니다.

장애인 예술가가 주인공인 영화이니 당연히 명배우의 명연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고 이 영화에서는 호아킨 피닉스가 그 역을 하고 있습니다. 종종 클로즈업 장면에서 로빈 윌리엄스 얼굴이 나와서 깜짝 놀랐었어요. 알고 봤더니 거스 반 산트는 20년 전부터 로빈 윌리엄스와 이 영화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동안 캘러핸도 죽고 윌리엄스도 자살하고. 사연이 많았지요. 그렇다면 피닉스와 윌리엄스의 유사성은 우연이 아니었던 걸까요? 피닉스는 사실 캘러핸을 연기하는 윌리엄스를 연기했던 걸까요? 모를 일. (19/07/20)

★★★

기타등등
[캐롤]의 배우 두 명이 나와요. 하나는 루니 마라. 다른 한 명은 캐리 브라운스틴. 한 화면에 잡히지는 않지만 한 공간에 있는 장면은 있습니다.


감독: Gus Van Sant, 배우: Joaquin Phoenix, Rooney Mara, Jonah Hill, Jack Black, Tony Greenhand, Beth Ditto, Mark Webber, Ronnie Adrian, Kim Gordon, Udo Kier, Carrie Brownstein

IMDb https://www.imdb.com/title/tt628812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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