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시즌2는 아직 못 봤습니다.



 - 줄거리 요약이 간단해서 좋네요. 요즘엔 범죄 수사물에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처음으로 연구하고 현장에 도입한 FBI 범죄 분석 요원이 '그 일'을 시작해서 해내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스릴러물입니다.



 - 원작이 되는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죠. 뭐 실존 인물 본인이 자기 얘기 쓴 거니까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래서 읽어보면 극적이고 긴장되고 그런 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저야 뭐 안 읽어봐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어렵습니다만. 드라마의 주인공들 이름이 원작자가 아닌 것만 봐도 드라마는 그냥 실존 인물과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들을 소재로 만들어낸 픽션이라고 봐야겠죠.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현실적인 분위기로 전개되는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어디까지나 '분석' 요원이고 그래서 사건 현장에 뛰어들어 직접 해결하고 그런 내용은 거의 없어요. 주인공인 젊은 요원, 그와 툭탁거리며 함께 일을 해 나가는 중년 요원과 여성 학자. 이렇게 셋의 개인사들이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프로파일링 기법의 개념이 잡히고 그게 발전되어 나가며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들을 차분하게 보여줘요.



 - 개인적으론 1화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아무 사건도 안 벌어져서' 입니다. ㅋㅋ 아니 정말로 그냥 아무 일도 없는 건 아니죠. 주인공 요원이 현장에서의 실패로 맘 상하고, 그래서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공부하러 다니다가 애인을 만나고, 운 좋게 만난 선배 덕에 프로파일링의 토대를 닦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고...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이런 장르에서 기대할만한 것, 그러니까 엽기적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거기에 주인공이 뛰어들고 이런 내용은 첫 화에선 하나도 나오질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첫 화에 강한 임팩트를 줘서 시청자들을 낚아채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생각할 때 상당히 대범한 첫 화라고 할 수 있겠죠. '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닙니다'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스타트라고나 할까요.



 - 원래 샤를리즈 테론이 판권을 사 놓고 이런 게 어울려 보이는(??) 데이빗 핀처에게 권유해서 성사된 프로젝트라고 하죠.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조디악'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시리즈입니다. 시대 배경도 비슷하구요. 제작자가 같다 보니 비주얼이나 음악 사용도 비슷하고. 또 살인 장면의 스릴 같은 것보단 범인 추적에 인생을 건 사람들 사이에서의 드라마에 더 방점을 찍는다는 면에서도 닮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핀처는 이걸 다섯 시즌까지 만들어서 완결시킬 계획이라는데, 아마 '조디악'에서 상영 시간의 한계로 다루지 못 했던 수사관들의 드라마를 원 없이 풀어 놓지 않을까 싶어요.



 -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별 일 벌어지지 않는데 긴장되고 무서운' 드라마라는 겁니다.

 적어도 시즌 1이 끝날 때까진 살인 장면은 하나도 안 나와요. 주인공들이 살인범들에 의해 물리적 위험에 처하는 장면도 거의(?) 없구요.

 이야기의 전개 속도도 참으로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한데... 그런데도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교도소에서 살인범들을 대면하고 인터뷰를 하는 장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워낙 분위기를 그럴싸하게 잡아 놔서 주인공이 여자 친구랑 노닥거리는 장면, 선배가 집에서 아내와 입양된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심지어 여성 학자가 자기 집 근처에 숨어 사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놓아주는 장면(...)들까지도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ㅋㅋ 그냥 맘 편히 보게 되는 장면이 별로 없어요. 금방이라도 뭔가 나쁜 일, 비극적인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우중충하고 음험한 분위기를 상영 시간 내내 끌고가는데 그게 가끔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아니 도대체 이 장면이 뭐라고 긴장되는데?) 효과적이어서요. 오히려 정말 가끔 나오는 실제 살인범을 대면하는 장면이 평온하게 느껴질 정도였네요. ㅋ



 - 암튼 뭐 일단 '조디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한 드라마구요. 좀 독특하고 무거운 스타일의 스릴러를 원하시는 분들도 도전해보실만 합니다. 요즘 스릴러물들의 대세인 빠르고 자극적인 스타일과는 많이 달라서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시즌2의 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던데 시즌1을 다 끝낸 김에 일단은 시도해보려구요.



 - 사족이지만. 내내 나오는 이야기가 '어렸을 때 부모의 불화, 가정 폭력,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학대 경험' 이야기가 매 사건 마다 똑같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이 드라마 보면서 불쾌할 사람들도 많겠다 싶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14
126049 프레임드 #774 [2] Lunagazer 2024.04.23 51
1260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4.04.23 300
126047 잡담) 특별한 날이었는데 어느 사이 흐릿해져 버린 날 김전일 2024.04.23 118
126046 구로사와 기요시 신작 클라우드, 김태용 원더랜드 예고편 [2] 상수 2024.04.23 223
126045 혜리 kFC 광고 catgotmy 2024.04.23 199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22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263
126042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12
126041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53
126040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Sonny 2024.04.22 1076
126039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78
126038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79
126037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6] 잔인한오후 2024.04.22 341
126036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37
126035 눈물의 여왕 13화?를 보고(스포) [2] 상수 2024.04.21 312
126034 [왓차바낭] 선후배 망작 호러 두 편, '찍히면 죽는다', '페어게임'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4.21 244
126033 프레임드 #772 [4] Lunagazer 2024.04.21 41
126032 LG 우승 잔치는 이제 끝났다… 3년 뒤가 걱정이다, 구단도 냉정하게 보고 간다 [5] daviddain 2024.04.21 203
126031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굉장하네요 [10] Gervais 2024.04.21 965
126030 [왓챠바낭] 다시 봐도 충격적일까 궁금했습니다. '성스러운 피' 잡담 [4] 로이배티 2024.04.20 67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