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대화하는 방법

2019.09.30 13:34

칼리토 조회 수:746

부모가 되면 깨닫는게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보고 배우며 누군가에게서 조언을 들을 수 있겠지만 육아의 모든 것은 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는 점. 


말을 하지 못하는 최초 유아기를 지나 먹고 싸고 걷고 말하고 글을 쓸줄 아는 단계에 접어들면 육아의 양상도 바뀌죠. 그때부터는 티비와 게임기, 장난감과 놀기에 몰두하려는 아이들을 붙잡아 책상 앞에 앉히고 공부를 시키거나 운동을 시키고 책을 읽혀야 하는 단계에 접어듭니다. 


부모란 존재 자체도.. 어렸을때 스스로의 부모에게 분명 불만과 짜증이 있었을텐데 그건 홀랑 까먹어 버리고 아이들에게 뭔가 요구하는 게 많아지죠. 반대로 대화하려는 의지 자체는 줄어 듭니다. 일단 부모가 옳으니 너는 내 말을 들어라. 싫으면 나가거나.. 체벌을 받거나 니가 좋아하는 게임을 못하게 된다.. 라고 당근과 채찍을 휘두릅니다. 비율로 판단해보자면 대략 당근이 3이고 채찍이 7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요. 부모란 존재는 좀 이기적이고 많이 독단적이고 상당히 폭군스럽습니다. 이게 다 너와 너의 인생을 위해서란다...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어제는 아이들이 난데없이 거실에서 자겠다고 협상을 걸어왔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렇듯이 아이들 방에는 침대도 있고 문을 닫으면 조용하고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컴퓨터나 티비도 당연히 없죠. 그런데 잘 시간이 넘어 이제 좀 오붓하게 티비도 보고 컴퓨터도 해볼까 싶은 아빠에게 거실을 내놓으라니요. 이게 왠 말도 안되는 소리야?? 라고 잠깐 생각하고 그러지 마, 방에 가서 자, 말 안들으면 이번주에 게임 못해.. 3단 콤보를 날렸는데도 이 녀석들 요지부동입니다. 말만 들어주면 뭐도 하고 뭐는 안하고.. 협상을 걸어오더군요. 오.. 머리가 컸구나. 짜식들.. 


당근을 준다고 할까? 채찍을 좀 큰걸로 바꿀까.. 잠시 고민하다가 알았다. 그렇게 하자꾸나..하고 순순히 거실을 내줬습니다. 아이들은 희희낙락.. 덮는 이불을 깔고 덮고.. 불꺼진 거실에서 금새 잠이 들어 버리더군요. 딱딱해서 배길텐데..흠.. 


아이들이 왜 그럴까요? 왜 푹신한 침대 놔두고 딱딱한 거실 바닥에서 잠을 자고 싶은 걸까요?? 분명히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머리가 굳어서 메모리폼이 깔린 제 침대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잠을 설치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주장에 스스로를 다치게 하거나 가족을 힘들게 만들거나 사회와 다른 시민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는 것들만 없다면 들어주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빠.. 책에서 본 다이나마이트를 만들어서 체육관에서 한번 터뜨려 보고 싶어요.. 같은 것 말이죠. 뭐.. 그런 짓을 할 놈들이야  부모에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하지도 않겠다만.. 


대화라는 것은 애초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그 지점부터 시작한다.. 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모니까.. 내가 선생이니까.. 내가 더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더 돈이 많고 권력이 많으니까.. 라고 전제해서는 대화가 힘이 들죠. 나의 위치를 높게 규정하고 권위를 세우고자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시점부터 꼰대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그런 교훈을 얻어요. 


지난 서초동 번개 인원이 몇명이냐... 를 가지고 논란이 많습니다. 뭐..몇명이면 어떻습니까? 백만명 이백만명이 되면 이야기를 들어줄건가요?? 그럼 그 숫자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때까지 모이면 될 일이죠. 분명한 건.. 개혁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에게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고 아이들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처럼 머리가 굳은 꼰대들이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거죠. 


나이는 먹었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한심한 사람들이 공직에 있고 언론에 있고 그 밑에서 부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이해하겠지..라고 해도 이해를 못하니.. 코앞에서 촛불이라도 흔들어 줘야 이해를 할 모양입니다. 이번주, 다음주, 다다음주.. 대화를 하고 이해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될때까지.. 사람들이 모이고 초에 불을 붙이고.. 마치 축제처럼 마치 소풍처럼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상황은 논리나 숫자가 아니라 각자의 태도와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기 신념대로 살아갑시다. 남의 말에 너무 휩쓸리지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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