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뀐 채 수도 없이 반복되는 질문이니, 오늘 여기서 확실하게 하죠.

이 영화 게시판에 리뷰가 올라와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 영화에 대한 저의 선호도와 큰 상관이 없습니다. 전 우디 앨런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 사람의 영화 리뷰들은 최근작 몇 편에 대한 것들밖에 없죠. 전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그 사람 영화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그건 몇몇 숫자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전 1994년부터 하이텔에 온라인 리뷰를 써왔습니다. 이 사이트를 연 건 1999년이고요. 그리고 리뷰 대상들은 대부분 신작 또는 비디오나 DVD, 텔레비전 같은 매체를 통해 다시 접했던 영화들이었습니다. 전 영화를 본 뒤 이틀을 넘기면 리뷰를 쓰지 않습니다. 제 기억력을 신뢰하지 않으니까요.

그 동안 리뷰의 빈도수도 변했습니다. 하이텔에서 전 한 달에 서너번쯤 리뷰를 올렸습니다. 많을 때면 열 편쯤 올릴 때도 있었지만 귀찮으면 한 번으로 그쳤고요. 사이트가 생기면서 리뷰 수는 증가했습니다. 무식하게 매일 업데이트 정책을 세웠으니까요. 그래도 몇 년 동안은 하이텔 리뷰들을 재활용했기 때문에 주말을 뺀 나머지 요일을 모조리 새 리뷰로 채우는 이 페이지의 습관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입니다. 다시 말해 2000년 이전의 리뷰들은 그물망이 상당히 헐거우며 1994년 이전의 리뷰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의무감으로 그 빈 공간을 커버하는 일 따위는 하지도 않고요.

오늘 어떤 분이 타란티노의 대표작들 언급이 왜 없냐고 물어오셨습니다. 답변은 이렇습니다. 타란티노는 지금까지 세 편의 독립된 장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첫 영화 [저수지의 개]는 1992년에 나왔습니다. 전 그 영화를 꽤 일찍 본 편이지만 해당이 안됩니다. 당시엔 리뷰 따위는 쓰지도 않았으니까요. [펄프 픽션]은 1994년에 나왔습니다. 하이텔 리뷰란에는 실렸지요. 전 그 글을 아직 여기에 올리지 않았는데, 그건 그 동안 그 영화에 대한 의견이 조금 변하고 정보도 더 쌓여서 리뷰를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남은 건 1997년에 만든 [재키 브라운]인데, 원래 하이텔에 올라왔던 글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왜 [펄프 픽션]을 다시 보고 올리지 않냐고요?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DVD를 모셔두고 되풀이 볼 만큼 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므로 지금 당장 올라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말이 [펄프 픽션]을 '싫어한다'는 뜻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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