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쿠아즈

2019.12.19 18:18

은밀한 생 조회 수:471

전 다쿠아즈를 좋아해요
다쿠아즈는 머랭 안에 이런저런 필링을 채워 넣어 오븐에 구운 걸 차갑게 식혀 먹는 디저트인데 때로는 과일을 넣기도 하죠.
전 그중에서도 허무하고 조용하게 사라지는 머랭의 바삭함이 두툼한 필링의 달콤함을 열어주는 식을 좋아해요. 옥수수 필링이나 앙버터 필링 같은.. 허망하고 화려한 맛.

근데 마카롱보다 흔치 않고 맛있는 집도 드문지라 괜찮은 가게를 한군데 알고 있다는 게 매우 뿌듯한 와중에, 오늘도 늘 하던 대로 몇 가지 다쿠아즈를 사서 한 입 베어 물고 우물거리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도는 거예요. 까딱하면 먹다 말고 엉엉 울 뻔했어요. 진짜.... 왜? 아니 뭘 또 눈물이 나고 그러냐. 설마 옥수수 다쿠아즈가 너무 맛있어서? 이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웅크리고 앉아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작업 중인 그 사람이 생각나서? 흠. 엄마는 이런 맛있는 게 있는지도 모른 채 이대로 돌아가실 거라 생각하니 그랬을까.... 아니. 전부 다 아닌 것 같아요. 아니 뭐 맞는 것도 같아요. 아니 아닌 것 같아....

참 이 개연성 없는 눈물의 정체는 뭘까요
근데 가끔 찰나에 사라지는 기쁨을 만나면 대략 3초 간격으로 슬픔도 같이 올라오는 것도 같아요. 어릴 때부터 꼭 그렇더라고요. 마치 환하게 빛나는 걸 손에 쥐었다 놓치는 그런 기분이 들어요.
무연히 부유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말이나 영상을 좋아하는데, 이것도 비슷한 감정 같아요. 안타깝지만 따뜻한 기분.

전화기에 번호를 눌러보다 관뒀는데, 점점 더 말을 하려다 관두는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서 조금 무섭네요. 생각은 매일 하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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