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잠이 '쏟아진다'라는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게 잘 만든 표현이라는 걸 여러번 느꼈어요. 비가 쏟아지면 아무리 구르고 피하고 하려해봐야 물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잠이 비가 쏟아지듯이 퍼부어지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요즘은 새벽에 들어와서 키보드를 잡고 일기를 쓰려는 순간 잠이 쏟아져버리는 경우가 너무 잦아요.



 2.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해 질타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어요. 누구나 전문가 행세를 하려하고 누구나 극단적인 의견만을 낸다고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인터넷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 사람 사는 데가 그런 것 같거든요.


 잘 생각해 보면 현실에서 마주치는 놈들도,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 체 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인터넷에서나 술자리에서나 극단적이지 않은 온건한 의견은 존재감이 늘 없고요.



 3.그런 면에서 보면 인터넷이 차라리 현실보다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왜냐면 현실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결국 한 번에 한 사람씩밖에 발언할 수 없잖아요? 사람들이 모여 앉았는데 2~3명이 동시에 서로 할 말을 하고 있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대화-대결의 형태를 띈-는 똑똑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예요. 말을 '많이' 한 사람이나 말을 '크게' 한 사람이 왠지 옳은 것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거든요. 


 그리고 위에 썼듯이 현실에서의 대화는 한번에 한 사람씩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말꼬리 잡기나 끼어들기, 제지하기 등등의 스킬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요. 말 자체의 내용보다는 태도나 인상, 기세가 크게 좌우하는 거죠. 그야 말하는 태도나 기세가 내용에 권위를 부여하는 건 인터넷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현실보다는 그 정도가 약하죠.



 4.휴.



 5.어쨌든 인터넷에서는 그래요. 좋게 말하면 점잖은 사람, 나쁘게 말하면 기가 약한 사람도 충분히 의견은 개진할 수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말을 할 기회가 없으면 아무도 알 수가 없으니까, 그 점은 인터넷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는 애초에 발화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사람이라도 그가 좋은 의견을 내놓으면 누군가는 보니까요.


 현실에서 점잖게 굴면서도 발언권을 많이 가지려면 기가 센 놈들이 알아서 발언권을 양보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데...그건 차라리 성격을 개조하는 것보다도 힘든 일이니까요. 



 6.그야 인터넷의 문제는 현실의 압력이 존재하기 않기 때문에 극단성이나 공격성이 오버플로우 되어버린다는 점이긴 하겠죠. 조던 피터슨의 말마따나 '처맞지 않을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절대로 처맞지 않을 상황을 이용하기로 작정해버리면' 그곳은 난장판이 되고 마니까요.



 7.휴...주말이네요. 시간이 지나가고 있어요. 시간은 딱히 귀중하지 않지만 젊음은 귀중하거든요. 그 점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너무 슬픈 일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0
111104 재밌게 본 케서방 영화 [1] 가끔영화 2020.01.19 5118
111103 안부와 함께 시간을 거스른 상담글. [2] 악어가죽 2020.01.19 703
111102 금주 4주차, 이연복의 목란 후기 [5] 예정수 2020.01.19 1575
111101 2020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조성용 2020.01.19 352
111100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 공연을 봤습니다. [10] S.S.S. 2020.01.19 750
111099 영화잡담 - 뱅크잡, Charlie's Country, 꿈의 제인, 기생충 [15] 양자고양이 2020.01.19 824
» 이런저런 일기...(현실과 인터넷의 대화) [3] 안유미 2020.01.19 483
111097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108~109 [6] 샌드맨 2020.01.19 336
111096 영화 <디아워스>와 마이클 커닝햄+ 필립 글라스 [18] 어디로갈까 2020.01.19 846
111095 디아틀로프 고개 실종사건 [1] 가끔영화 2020.01.18 668
111094 [KBS1 독립영화관] 메이트 [1] underground 2020.01.18 379
111093 김윤석 감독의 데뷔작 '미성년'을 봤어요 [11] 로이배티 2020.01.17 1436
111092 김실밥, 투표 거부와 무임승차 [3] 타락씨 2020.01.17 910
111091 "더 페이버릿, 왕의 여자" 짧은 잡담 [14] 산호초2010 2020.01.17 1020
111090 감히 베토벤의 기분 / 행복한 라짜로 [3] toast 2020.01.17 552
111089 일요일의 남자.. 일요일에 귀국후 공항에서 기자회견 예정 [4] 가라 2020.01.17 1027
111088 삼국지 조조 이야기 [3] 얃옹이 2020.01.17 638
111087 계획 [2] 어제부터익명 2020.01.17 359
111086 [듀게인?] 영상편집용 노트북 추천 구걸합니다 [6] skelington 2020.01.17 471
111085 (회사 바낭) 출장 [10] 그냥저냥 2020.01.16 71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