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오후 및 기타
[죽을 사람은 죽고, 현재의 자원을 최대한 아껴가며 활용하여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다른 무엇보다 직설적으로는 죽을 사람을 죽게 할 정치적 결정을 누가 할 수 있을지.]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100%인 가상의 질병과 달리, 코로나19는 중증도 이상 발병률과 치사율 모두 100%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의 질병입니다.
아직 더 나은 통계가 없으므로 CCDC가 내놓은 80/15/4/1 비율을 인용하면 감염인구 중 의료자원 투입을 요하는 비율은 최대 20%, 이 중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1%예요. 한정된 의료자원을 이들 중증 환자에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중증 환자의 추가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가용자원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판단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 생각되진 않는군요.

이미 병실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이던 확진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들이 나왔죠. '의료자원 고갈'은 현실이고 자원 배분의 실패도 가시화됐으니 그 적절성과 효율성을 점검해야한다는 지적이었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정부가 확진자를 4단계로 분류, 고위험군 환자에 자원을 우선 투입할 방침이라 발표했더군요. 늦게라도 고치게 됐으니 다행입니다만, 지금까지 그렇게 운용되지 않았다는 의미잖아요?
이쯤되면 내기해도 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정부는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들을 외면하고 낡은 매뉴얼에 따르고 있었다 봐야죠.

s(n)의 지수적 증가가 지속될 경우, '누구를 치료할 것인가'같은 극단적 선택상황에 놓일 수는 있겠죠. 상황이 그쯤되면 윤리적 갈등은 사치라 해야 할테니 큰 의미는 없다 봅니다만, 의사는 신이 아니고 누구를 우선적으로 치료할지를 판단할 뿐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게 아니죠. 사람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뿐.

자원의 소진이 어째서 정치적 문제가 되죠? 엔트로피 증가에 역행할 정치적 해법 같은게 있나요?
'소진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효용 평가의 문제일 뿐 '사용하면 없어진다'는 단순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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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어느 시점에서 '완전한 국경봉쇄'에 돌입하고 현재의 대응 매뉴얼대로 이 기간 입국자들에 대한 능동 추적이 행해졌다 해도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미)1월 말경에는 광범위한 지역사회의 2차 감염을 기정사실로 전제하는게 현실적입니다.]

1월 20일경 '완전한 국경봉쇄'같은 실현불가능한 극단적 조치을 취했어도 이미 늦은 시점이라 실패했을거라 얘기하는데 뭔 대구 봉쇄니 하는 소리를 하는 분들은.. 지능의 문제냐, 양심의 문제냐를 묻지 않을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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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ground
'경각심'이란 질병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겠죠?
질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 개인의 방역 수준이 향상될 것이므로 감염 확산의 위험은 감소할 것이다.. 합리적 기대라 하겠고, 이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질병의 확산에 대한 공포'가 불가결하다면 이론의 여지가 없겠죠. 어쩌겠습니까, 좋게 말하면 알아먹질 못한다는데.
사망자 수도 좀 과장해서 발표하면 효과가 더 좋겠군요. 허위의 사실을 공표할 순 없으니 적당히 '감염의심 사망자'같은 지표를 만들어서 부풀리면 되겠죠.

하지만 그 결과에 도달하는 수단으로 공포가 불가결한가, 최선인가, 또 그 부작용은 없는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포란 각자 자의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니 보편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공포에 기반한 행동에는 부작용들이 따르죠. 원래 그닥 합리적인 존재도 아니지만, 집단적으로 공포에 휩쓸린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예측불가능한 위험을 자초하곤 하잖습니까? 뱅크런이라든가 광우병이라든가..

현 상태에서 위기 수준은 t의 길이에 달려있다 얘기했었죠. 이걸 늘리기 위한 조치들은 당연히 일상에 크고 작은 불편과 제약을 가져오죠. 사태가 장기화될 수록 피로는 누적되고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 여기 공포를 끼얹어 정신적 소진을 가속하는게 좋은 전략일까요?
그게 아니라도 역치는 계속 높아질테니 상황이 지속적으로 끔찍하게 악화되지 않으면 긴장은 자연히 이완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정부는 사태가 종결되는 시점까지 단순하고 정확한 메시지와 행동수칙을 반복적으로 교육하는게 나을거라 봅니다. 손 잘 씻어라, 사람 많은 곳 가지 마라, 마스크 쓰고 다녀라, 몸 안좋으면 나다니지 말고 경과 관찰해서 신고해라.. 공포 외의 수단으로 이걸 지킬 수 있게 만드는게 행정력 아니겠습니까? '비용은 걱정하지 마라, 정부가 책임진다'를 기대하고 하는 얘기지만, 어째 펭수랑 나란히 손씻는 대통령 영상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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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의 의미를 생각해 보죠.
확진자란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된 자를 의미하므로, 확진자는 검사대상자를 그 모집단으로 합니다. 검사대상자는 능동추적이 가능했던 감염 의심 인구일 뿐, 실제의 감염자나 그 접촉 인구를 의미하지 않죠. 여기서 한번 착시가 발생합니다.
다음으로 검사대상자들 중 양성반응을 보인 자는 모두 확진자로 발표되는데, 이들 중 80%는 감기와 같은 경증을 앓거나 자각조차 없는 감염자들입니다. 따라서 '확진자의 수'는 의료자원이 투입되어야 할 인구 s(n)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되고, 여기서 또 한번의 착시가 발생하죠.

감염 실태를 추산할 근거가 될 수 없으니 감염 위험의 판단에 도움이 되질 않고, 중증 환자의 수도 아니니 발병시 위험을 판단하는데도 도음이 되지 않으면서 이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크죠.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은 누적 검사 수가 많기 때문이고, 확진률은 도리어 외국에 비해 낮다!!라며 좋아하는 분들이 있던데.. 낮은 확진률은 검사 대상 선정이 비효율적이었다는 의미고, 동시에 누적 검사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의 자원이 낭비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며칠 크게 증가한 확진자 수와 확진률은 이 숫자가 정확한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걸 보여주는 좋은 예죠. 대구 신천지 신도들 중 우선적으로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확진률은 약 80%, 이전 누적 확진률의 30배죠.

이쯤되면 표본편향이니의 문제 이전에 이런거 해서 어디에 써먹나 싶은 수준이죠, 개념적으로도 그렇고. 하루에 1~2천명씩 확진자가 늘었다 해서 패닉할 일도 아니고, 그 숫자가 한자리 수라 해서 '곧 종식될 것'이라 설레발 칠 근거도 되지 못하는, 있으나 마나에 가까운 지표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있습니다!!'라는 전시효과 외엔 의미도 없고, 이제 3000명에 육박하면서 그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우니 눈치봐서 슬그머니 내리는게 정부에나 사회적으로나 좋을 것이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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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
검사와 감염 확산 억제 사이엔 별 관계가 없거든요. 격리-치료 단계까지 가야 감염원의 기능이 상실되고 억제 효과가 발생했다 할 수 있죠.
같은 얘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다르죠.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격리해야 하지만, 격리에 검사결과가 필요하진 않거든요. 필요조건-충분조건 인거죠. 자율적 판단으로 자가 격리하는데는 자원이 요구되지 않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모든 격리가 기관 격리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일은 불가능하죠.
그러니 더 나은 전략은 누구나 방역에 주의하고 의심스러우면 자가격리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검사 자원과 치료 자원을 투입하는 겁니다.

개인의 자율적 판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있죠. 한계는 있습니다. 고위험군, 의료 취약계층의 경우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할 수 없고 정부가 개입해서 관리해야죠. 당연히 해야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잘 하고 있으려나? 자원이 없을텐데..
말 안듣는 사람들 꼭 있죠. :)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능동 추적이라고 협조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포기해야 하는 포션이 있는거죠.

능동 추적 검사에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습니다. 확진자 하나가 발생할 때마다의 추가적인 검사대상 발생은 확정적인데 반해 감염 확산의 방지는 개연적이란 말예요. 핵인싸 아닌 다음에야 대개 전파 가능한 접촉 인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추가된 검사대상이 양성이라면 감염이 이미 완료된 것이라 간주할 수 있고 확산 방지 효과는 없었던 셈이 됩니다. 또 이들이 음성이라면 추가로 투입된 검사자원은 낭비인 거죠. 이들이 앞으로 감염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시면, 그러길래 개인 방역과 자가 격리가 필요한거죠.

검사 자원은 치료 자원과는 별개 아니냐.. 일견 그렇게도 보입니다만, 현재는 양성 판정이 나오면 치료 자원이 자동적으로 투하되는 구조예요. 정부가 확증된 감염원을 방치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역학적으로 감염이 의심되는데 음성 판정이 나오면? 검사 자원을 추가적으로 투입해야 하죠.

금전적 비용은 설비와 자원 확충에 사용될 수 있고, 검사에 투입되는 인적 자원의 대부분은 비상시 치료 자원으로 전용 가능한 인력입니다. 인간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면 아무리 잘 훈련받은 전문가라도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죠. 사태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수적으로 인력을 운용하는게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감염자 수의 증가는 지수적이므로 이미 검사능력을 상회하고 있을 가능성도 예상해야죠. 확진자가 증가하면 검사 대상은 대충 그 5배수 이상 증가하게 되고, 매일 추가되는 검사 대상의 수가 검사 능력을 초과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사람을 갈아넣어서 따라잡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죠.

다시 얘기하지만, 인구 이동을 차단해서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는 얘길 한겁니다. 중국이든 대구든 마찬가지예요. 저 문장을 읽고 어떻게 대구 차단 얘기가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군요.;;;;;

'일본을 본받자'라 한 일이 없죠. 미국이나 독일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가격리 우선, 유증상자 중심. '독일을 본받자'라면 좀 기분이 나으시려나 모르겠네요. 쟤들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걔들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다른 전략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지를 생각해보란겁니다. 걔들이 우월한 조선인이 아니고 문프를 못가진 불쌍한 애들이라 그렇다는 척수반사에 의한 답 말고, 합리적 사고에 기반한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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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핀탑
정부는 쓸데없이 설레발을 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유증상 자발 신고자에 대한 검사비용을 면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홍보했더라면 31번은 더 일찍 발견됐겠죠. 개인 차원의 방역 및 자가 격리 요령을 교육하고 유인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할 일이고, 실행의 장애요인이 있다면 제거하는 것도 정부의 일입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관리가 부재했기에 신천지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확진 감염자에 대한 의료자원 투입 기준을 이제야 결정하고 있다는 건 한심한 일이죠. 의료자원 고갈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태였고 대비할 수 있었어요. 이것들은 전부 정책의 실패입니다.

중국발 입국자의 전수 조사는 불가능하죠. 12월 1주차부터 따져도 이미 12주가 경과했습니다. 1월 말 시점에서 이미 누적 100만이 넘어가는데 무슨 전수 조사를 합니까, 태반은 국내에 있지도 않을텐데.
더구나 지금 시점에서 조사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입국 금지하자는 쪽이 차라리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로 무의미한 자원의 낭비죠.

같은 시기에 코로나19의 전파력이 WHO 발표보다 강하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었어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부가 WHO의 공식 발표 외에는 방역 정책 수립에 반영하지 않는다해도, 1.4를 기준으로 삼진 않았겠죠. 제 정신이라면.

'지금이니 그렇게 말할 뿐 당시엔 누구도 모르지 않았느냐'란 주장을 하고 싶으신 듯 한데.. 해난 사고와 달리 감염병의 유입과 확산은 예측하고 대처하는게 가능한 재난이죠. 박근혜를 탄핵으로 끌고간 사건은 단 몇 시간만에 종결됐으니 뭘 어떻게 해볼 기회도 없었지만, 지금은 최초 확진자 발생으로부터도 5주 이상 경과한 시점입니다. 그때 왜 그랬는지가 아니라 왜 아직도 그 모양인지를 답해야죠. 뭘 이런 변명을 합니까, 구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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