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코로나와 학교, 방학

2020.03.01 02:26

로이배티 조회 수:1077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건국 이래 최초로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개학이 일주일 미뤄졌습니다.

좀 당황스럽지만 뭐 여기까진 괜찮아요. 그까이 거 여름방학 1주일 줄이면 됩니다. (사실은 눈물을 흘리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 상황을 보면 다음 주까지도 일단은 코로나는 확산 분위기일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죠. 그러면 아주 높은 확률로 한 주가 더 밀립니다.

그렇게 되면 여름 방학이 (보통 4주 남짓이니까) 보름으로 줄어들겠죠.



하지만 방학이 준다!! 보다 교사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1학기 학사 일정을 다 변경하는 걸 피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보통 학교들이 4월 마지막 주 쯤에 1차 지필 평가(설마 아직도 '중간고사'라는 표현 쓰는 할매 할배는 안 계시겠죠? ㅋㅋ)를 치르는 걸로 일정을 잡는데 이게 한 주 줄어드는 것까진 감당을 해도 두 주가 줄어들어 버리면 시험을 치를만큼 진도를 나가기가 아주 힘들어져요. 게다가 중학생의 경우엔 1학년은 일제 지필평가를 안 치르기 때문에 선배들 시험 보는 동안에 직업 체험을 다녀야 하거든요. 거의 대부분이 외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고 이런 프로그램들 예약을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만, 학사 일정이 바뀌면 이런 예약이 싸그리 다 리셋이 되겠죠. 게다가 지금 상황에선 1학기 내내 코로나 시국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아마 외부로 나가는 체험학습은 다 캔슬하고 아예 교내에서 진행하는 걸로 새로운 활동을 잡아야할 겁니다. 오 마이 갓. (참고로 제가 바로 그 올해 중1 담당인 동시에 방학 동안 직업 체험학습 예약을 진행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3주 이상 밀리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1학기 학사 일정이 다 뒤바뀌는 건 당연히 확정이구요. 덧붙여서 교육부에서 수업 일수를 조정 시킬 확률이 큽니다. 방학 때문에요. 정확히는 3주까지는 아니고 3주 꽉 채우고 며칠 더 넘겨야 수업 일수 조정이 가능해지는 걸로 되어 있어요.


사실 방학이란 게 그냥 단순하게 학교가 한 달 쉬는 기간이 아니거든요. 그 한 달 동안에 부모들이 휴가를 써서 학생들과 여행을 가구요. 방학 특수를 통해 소상공인 및 기업인들이 돈을 벌구요. 이래저래 '방학 기간'이라는 게 사회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1주일 이하로 줄어들어 버리면 거의 전국민의 올해 인생이 꼬이게 되죠.

근데 그걸 또 이래저래 조정하다 보면 2학기 학사 일정에도 영향이 가겠죠. 그럼 이게 또 골치아파집니다. 보통 중, 고등학교는 입시를 위한 내신 산출 때문에 2학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지필평가를 치르는데 학사 일정이 (뭐 교육부가 괜찮은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꼬여 버리면 고입이 꼬이고 대입이 꼬이고 중1 체험학습 담당자의 인생도 꼬이고 뭐 수능 날짜까지 바뀔 수도 있는 거구요. ㅋㅋㅋ



결론적으로 교사들 입장에선 미리 해놓았던 신학년 준비의 대부분이 리셋될 위기이구요.

학생들 입장에선 1, 2학기 사이의 휴식 기간이 줄어드니 2학기 생활에 스트레스가 더 커질 것이고. 그리고 그건 또 교사가 감당을...

특히나 입시 치를 학년의 학생들은 올해 이 난리가 되게 불안하고 불편하고 짜증이 날 거에요.

덧붙여서 학부모 입장의 어른들 역시 여름 휴가가 망하고 자녀들에게도 평소보다 몇 배로 신경이 쓰이는 상태로 올해의 절반 이상을 버텨야 하겠죠.

그리고 방학 특수에 해당되는 업종의 자영업자분들... ㅠㅜ



정말정말 소올직히 말하자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10대들에겐 큰 위험도 없다는데, 

어차피 학교에 손소독제 같은 거 다 구비되어 있는데 예산 좀 더 들여서 듬뿍듬뿍 쓰게 해 주고 3월 9일부턴 개학을 하면 좋겠다... 라는 "심정"입니다만.

"그러다 우리 애 코로나 걸리면 너희가 책임 질거니?" 라고 물어보면 할 말 없죠 뭐. 책임 못 지니까요. ㅋㅋㅋ 특히 대중 교통을 이용해서 등하교 해야 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부모들의 그런 걱정은 당연하구요. 학교 전체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또 상황이 말도 못하게 복잡해질 테니 '그냥 얼른 개학하는 게 옳다!'라고 주장하기도 힘들구요.



오해를 막기 위해 여기에다가 한 줄 덧붙이자면, "그러니까 걍 얼른 개학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걍 답답함의 토로죠. 휴업을 하고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대구 지역의 초, 중, 고는 이미 개학 2주 밀리는 것까지는 확정이 되었더라구요.

그 외의 지역은 1주일만 밀린 채로 아직 새로운 소식은 없습니다만, 지금의 '폭발적 증가' 국면이 사나흘 안에 진정이 될 것 같지가 않네요.

아. 암울합니다. 사실 전 코로나19에 감염될 걱정은 전혀 안 하고 사는데 이 코로나19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스트레스에요.



 + 사실 제 아들이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결과적으로 3월 첫주를 무소속 백수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쌩뚱맞지만 시간 참 빠르죠. 이 놈이 아가였을 때 제가 배째라고 듀게에 사진 올려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이제 여섯살 된 둘째놈은 엊그제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아빠. 코로나 바이러스는 좋은 거 아니에요? 그것 때문에 내가 어린이집 안 가고 집에서 아빠랑 놀잖아요." ㅋㅋㅋㅋㅋ 그것 때문에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생각하면 안돼... 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사실은 '이 놈, 벌써 머리를 좀 굴릴 줄 아네?' 라고 생각했습...;;


++ 참고로 개학 연기, 방학, 수업일수, 체험학습 진행 등등에 대한 교육부의 최신 입장은 이렇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22518873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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