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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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가 가장 멋지네요. 영화 속에서 꽤 인상 깊은 장면인 동시에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도 하구요.)



 - 줄거리 소개가 뭔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뭐. 일본에 사는 원자력 관련 전문가 부부가 나옵니다. 여자는 무려 줄리엣 비노쉬네요. 아들 하나 키우며 살구요. 남자의 생일날 하필 원자로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어찌저찌하다 아내는 사망.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인데, 남자는 그 사건 이후로 음모론(?)에 빠져서 헬렐레거리며 살고 아들은 엘리자베스 올슨과 결혼한 군인이 되어 자기 아버지랑 똑같이 아들 하나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아버지가 일본에서 통제 구역에 들어가 뻘짓을 하다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으로 가는데, 그 때 하필 과거의 그 날과 똑같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아니 뭐 줄거리 얘긴 여기까지만 하죠.



 -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던 게 개봉 당시, 그러니까 벌써 6년 전인지라 전에 들어서 알고 있던 정보는 다 잊어버렸죠. 그냥 잘 만든 고질라 영화인데 평이 많이 갈리더라는 정도만 기억하고서 본 건데... 음. 왜 평이 갈렸는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제가 고질라 팬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제 3자(?) 입장에서 볼 때 그냥 잘 만든 괴수 영화였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고 말하자면 좀 그렇고. 말 그대로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지언정 꽤 준수하게 잘 뽑은 영화라는 느낌.



 - 영화의 내용이 반으로 뚝 갈라집니다. 간단히 말해 인간 파트와 괴수 파트라고 할 수 있겠죠. 상식을 가뿐히 개무시하는 거대 사이즈의 괴수 둘이 인간들 사는 동네를 미니어처 부수듯 싹 쓸어 버리는 내용의 영화이니 어쩔 수 없이 두 파트가 엮이긴 합니다만, 인간 파트가 괴수 파트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냥 대재앙 앞에서 무력한 인간들 vs 대재앙 그 자체. 뭐 이런 구도인데 그렇다보니 인간 파트가 무의미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나 보더라구요.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대괴수들의 위력을 감안하면 뭐 그게 단점이 될 수 있나 싶습니다. 무기력한 가운데 살려고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드라마. 그냥 그 정도로 제겐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덕택에 괴수들의 위력이 더 강조되는 효과도 있었구요.



 - 또 한 가지 호불호가 갈렸다는 부분이 괴수를 드러내는 방식인데... 흔하다 못해 식상하고 질리는 비교지만 '죠스' 식이라는 게 문제(?)였던 거죠. 주인공인 고질라의 출연 시간이 적습니다. 둘이 본격적으로 맞붙는 건 거의 이야기가 끝나가는 하일라이트 장면에서나 벌어지구요. 하지만 그 '죠스'식 연출이 상당히 고퀄이어서 전 그것 역시 단점이라고는 못 느꼈네요. 괴수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하는 리듬감이 꽤 근사하고 또 멋지게 연출이 되어서 초중반까지의 그 '드러날락 말락' 장면들이 거의 괜찮았거든요. 뭐 빠르게 등장해서 수많은 괴수들이랑 치고 받고 하는 내용도 재미는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애초부터 하일라이트의 임팩트를 위해 그 전까진 톤을 절제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일라이트'가 기대만큼 멋지거든요.


 게다가 감질맛 연출이라고 해도 괴수들이 조금씩 보여질 때의 장면들은 거의 빠짐 없이 근사했습니다. 다양한 연출법으로 괴수들의 거대함을 강조하는데 연출도 효과적이면서 그 그림들이 다 멋져요. 뭔가 눈호강 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 그래서 제가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무토'라는 괴수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애초에 단단한 껍질에 싸인 곤충이 모티브라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로봇스런 느낌이 들어서 '대괴수 간지'가 좀 부족하더라구요. 그래도 슝슝 날아다니며 내려 앉는 빌딩마다 붕괴시키는 위용은 멋졌던.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보여줄락 말락 하면서 막판에 몰아치기... 라는 연출 스타일이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흔히 접하기 어려운 퀄... 그러니까 우주 명작까진 아니어도 '수작' 딱지 정도는 충분히 붙여줄만한 퀄리티의 재난 & 괴수물입니다.

 원작 존중의 차원에서 들어간 몇몇 장면이나 설정들이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톤의 영화와 엇나갈 때가 있지만 심각한 문제까진 아니구요.

 인간 드라마가 하찮음과 동시에 별로 매력 없이 클리셰대로만 돌아간다는 거. 그리고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 같은 게 별 의미도 존재감도 없다는 거. 이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흠 잡을 데 없이 멀끔하게 잘 뽑힌 영화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재밌었어요.

 



 + 위에서 이미 했던 얘기지만 '그림'을 정말 멋지게, 기가 막히게 잡는 장면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음악도 그에 맞게 근사한 느낌.



 ++ 제가 조금 호감을 갖고 있는 배우인 엘리자베스 올슨이 나오는데... 뭐 역시 특별한 연기나 매력을 보여줄 틈은 없습니다만. 여지 없이 또 불안해하고 눈물 흘리는 캐릭터라는 게 그냥 좀 웃겼습니다. 이 분은 늘 맡는 역할들이 비슷비슷해요. 마냥 밝고 샤방하게 나오는 작품을 (저는) 본 적이 없군요.



 +++ 마지막에 뉴스 자막으로 '킹 오브 몬스터즈'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속편을 겨냥한 건지 아님 걍 오래전 고질라 영화에 대한 오마주인지는 모르겠구요. 속편이 나오는데 5년이 걸린 걸 생각하면 아마도 후자겠죠?



 ++++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이 작품과 일본의 '신고질라', 화끈한 볼거리로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 밀려서 이래저래 부끄러운 어둠의 역사 취급 받는 게 1998년판 고질라이지만, 그 영화도 남긴 게 하나는 있지 않겠습니까.



 아예 지미 페이지를 모셔다가 재녹음한 기타 리프의 이 주제가 하나는 참 맘에 들어서 당시에 굉장히 많이 들었더랬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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