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트 노벨마냥 쓸 데 없이 구체적이고 설명적인 제목이 눈에 걸리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살펴보다가 감독이 이 양반이길래 근황이 궁금해서 봤고. 보고 나서 뭐 다른 것도 있나 해서 '살인귀를 키우는 여자'를 봤어요. 둘 다 iptv에도 있고 웨이브에 있습니다. 개봉 연도순으로 스포일러 없이 감상 적어 보겠습니다. 


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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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제목 직관적이죠. 네. 정말 그런 내용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훈남 훈녀 커플이 등장합니다. 둘이 알콩달콩 데이트하는 장면이 한참 나오다가 남자가 택시에 스마트폰을 흘리고 그 폰을 주운 사람이 여자쪽으로 연락해줘서 폰을 되찾죠. 그러고나서도 한창 알콩달콩의 연속!! 그런데 런닝타임이 15분쯤 지나서 보니 주운 놈이 하필 그런 거 전문인 범죄자였고 그 커플은 본인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위기를 맞게 됩니다. 
 ...라는 와중에 주인공 2가 등장. 똘망똘망 귀엽게 생긴 형사입니다. IT쪽 일을 하다가 원래 꿈이었던 형사로 전직을 했다네요. 강력부로 발령 받자마자 긴 생머리 여성 연쇄 살해 암매장 사건에 투입되는데 아무래도 이게 인터넷, sns를 활용한 범죄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도 첫 번째 주인공팀의 여자가 긴 생머리 미녀거든요.


 -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어요. 이제 후반이다! 싶을 때까지 시종일관 발랄 귀엽 뽀짝한 음악을 깔며 전개됩니다. 첨엔 무슨 마리오 음악인가 싶었죠. ㅋㅋ 
 도입부는 정말로 그렇게 밝고 가벼운 분위기라서, 중반부는 그걸로 역설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그런 거였겠죠.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이긴 해도 덕택에 아주 잠시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럼 뭐합니까. 역시나 클라이막스는 슬픈 음악 몰아치면서 주요 등장 인물들(여자, 형사, 살인마까지!!)의 비극적 사연이 폭발하는 일본식 마무리거든요. 한 때는 한국 영화들이 꼭 막판에 이런 신파로 분위기 망친다고들 했는데 실상은 일본 영화가 몇 배로 심한 것 같아요.


 - 각본이 안 좋습니다. 
  초반부터 중반까지 해커가 주인공들 신상을 터는 이야기는 꼭 공익 홍보 드라마 같아요. 스마트폰과 sns 관리에 있어서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의 사례 모음집을 보는 느낌인 거죠. 추측하기 쉬운 비번 쓰지 마세요. 인터넷 카드 결재시나 개인 정보 전송시엔 그게 공식 사이트가 맞는지 분명히 확인하세요. sns 친구 맺기는 아무하고나 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뭣보다 문제 상황이 닥치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믿을 수 있는 업체에 정식으로 문의하세요... 등등. 이런 게 줄줄이 이어지는데 뭐 특별히 앞뒤 안 맞는 건 없지만 동시에 딱히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도 않는 느낌이라 진짜로 교육용 드라마 보는 느낌.
  그리고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들은 이 모든 상식에 도전하며 있는 힘을 다해 해커의 함정을 열고 스스로 들어가 눕습니다. 당해도 싸단 생각만 들어요. 

 그리고 후반에 들어가면, 특히 빌런이 정체를 드러내고 나면 갑자기 괴상한 멜로 드라마로 흘러가는데, 그러다 범인의 사연에 너무 힘을 주어서 각본가놈이 설마 이 범인을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특히나 주인공 형사놈의 개인 사정까지 튀어나오는 순간엔 그나마 있을락 말락 했던 긴장감도 곱게 접혀 하늘 위로 날고, 장중한 마무리로 주인공의 사연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그냥 다 포기하고 '쟤들은 슬픈데 난 웃음이 나와' 라는 기분으로 마지막 20분을 지켜보게 되죠. 

 또 결정적으로 범인이 하는 짓도 참 식상 진주하게 구리고, 클라이맥스의 액션은 진짜 웃음거립니다. 어찌보면 가장 좋은 부분이기도 했네요. 진심으로 웃었거든요.  


 - 대충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스마트폰 & 인터넷 보안 홍보 영화에 진부하기 짝이 없는 연쇄 살인마 이야기를 결합한 영화입니다. 홍보 파트는 홍보가 너무 과하고 살인마 파트는 그냥 평이하게 구려요. 
 좋았던 점? 하나 있긴 하네요. 살인마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담당 배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진짜 기분 나쁜 사이코 갬성이 뿜뿜! 뭐 그래봤자 바로 몇 분 후엔 오버액션으로 빠져서 조소감이 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결론은 보지마세요. 입니다. ㅋㅋㅋ


+ 속편이 나온다네요. 의외로 흥행은 괜찮았... 는진 모르겠으나 제작비가 엄청 적게 들긴 했을 거에요. 

++ 클라이맥스에서 튀어나오는 어떤 비밀 사연은 그냥 말이 안 됩니다. 뭐 2010년대 일본이 개척시대 미국도 아니고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요.



2. 살인귀를 키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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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서 자길 성추행하던 남자를 죽이고 그 충격으로 다중 인격을 갖게 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피곤한 인생이긴 해도 그냥저냥 남들에겐 티 안 내고 잘 버티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자기를 위협하는 사람이 하나씩 죽어 나가기 시작하고, 그게 자신의 인격 중 하나가 저지르는 일인 것 같은데 누군지를 모르겠네요. 그 와중에 메인 인격(?)이 좋아하는 소설가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인격들간에 갈등이 생기고 또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는데...



 - 간단히, 핵심만 말하자면 이건 에로영화입니다. 스릴러의 탈을 쓴 에로영화요. 비하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이 그렇습니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다 섹스로 연결되어 있고 중요한 사건들도 모두 섹스와 연결되죠. 당연히 80여분 되는 짧은 런닝타임 중 섹스씬의 비중이 크고 또 그걸 쓸 데 없이 자세히 보여주고요.


 해리성 인격 장애, 즉 다중인격이라는 스릴러/공포물에선 흔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평타는 쳐주는 소재를 선택해놓고는 이걸 거의 에로에로한 장면들을 만드는 아이디어로 활용합니다.

 물론 스릴과 반전으로도 연결은 되지만 그게 굉장히 헐거워요. 특히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그냥 헛웃음 수준이구요.

 


 - ...음. 뭐 더 할 말이 없네요.

 어찌보면 재밌을 뻔도 했을 소재와 설정을 갖고 그냥 게으르게 만들어 놓은 영화입니다.

 스릴러로서는 영 꽝이고 에로로서도 별로에요. 

 될 수 있으면 그냥 안 보시는 쪽을 추천합니다.



 + 나가타 히데오... 라고 하면 사실 애초에 수작을 많이 내놓은 사람이 아니긴 해요. '링'과 '검은 물 밑에서'의 기억으로 아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었습니다만, 이젠 그냥 놓아주는 걸로. ㅋㅋㅋ


 ++ 두 영화 다 원작이 있죠. 잘 팔리는 장르 작가가 여럿 존재한다... 는 것은 분명한 한국 대비 일본의 장점인데 그런 장점을 영화나 드라마 같은 쪽으로 그렇게 잘 살려내는 것 같진 않네요.

 그리고 두 영화 다 아주 교훈적이구요. 또 가해자(?)들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 큰 비중을 두는데... 일본 장르물들을 보면 이런 식의 설정이 되게 흔한 것 같더라구요. 여기에서 또 무슨 사회적 메시지 같은 걸 끄집어 내구요. 뭐 거기까진 좋은데 제발 막판에 일장 연설과 눈물 신파로 빠지지만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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