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작입니다. 이번에도 90분이 안 되는 짧은 영화였네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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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일 없는 홍콩의 밤거리 유흥가를 비춰주며 시작합니다. 오락실에서 DDR을 하는 남자,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남자, 룸살롱 직원... 등등을 스쳐가듯 차례로 보여주고 나면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져 피바다가 된 식당의 모습이 보여요. 타겟인 듯한 조폭 회장님이 어찌저찌 간신히 탈출하고 나면 다음 날부터 회장님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사설 경호팀이 조직되고, 거기에 불려오는 것은 시작 부분에서 슬쩍슬쩍 비춰졌던 남자들이죠. 이 남자들은 이후 수차례 계속 되는 암살 시도에서 보기와 다르게(?) 유능한 모습을 보이며 활약하고.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다툼도 하고, 화해도 하고 하면서 의리!!를 쌓아갑니다만...



 - 여러 듀게 회원님들이 알려주셨듯이 이 영화는 두기봉의 2006년작 '익사일'의 비공식 전편 같은 존재이죠. 원래는 '익사일'이 이 영화의 속편으로 기획되었다가 그냥 '비슷한 관계의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관계 없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고 하구요.

 근데 사실 두 영화는 많이 다릅니다. 이 '미션' 쪽이 훨씬 건조하고 소박해요. 의도적으로 시종일관 과잉된 이미지로 달리는 익사일과 달리 이 영화는 비주얼부터 되게 평범한 일상톤이 많구요. 액션도 익사일 같이 초인적인 액션 연출은 거의 없습니다. 이야기의 사이즈(?)도 정말 작구요. 정말로 전편, 후편으로 나왔다면 '익사일'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되게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완성도의 차이를 떠나 그냥 톤이 너무 다르니까요. 익사일은 뭐랄까... 좀 오우삼스런(?) 느낌이 강한 영화였죠. 이 영화는 그보다는 홍콩 느와르의 조상이라는 장 피에르 멜빌 영화 쪽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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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폼은 똥폼이되 무리하지 않는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남자들'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두기봉 스타일(이자 멜빌 스타일)인 것 같은데,

 작정하고 디테일하게 파악이 되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어요. 쟤랑 쟤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이고 가까운 관계인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얘들이 가족은 있기는 한지, 풀타임 조직원인지 걍 용병인지, 보스와의 관계는 뭔지 등등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습니다. (그런 걸 알길 원하는 캐릭터가 하나 나오는데 모두에게 묵살당합니다. ㅋㅋㅋ)

 

 그냥 어차피 '임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니 임무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중요한 것이고, 그래서 도입부에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의 능력과 역할을 조금씩 흘려가며 알려줍니다. 그렇게 모두의 역할과 능력을 증명하고 나서야 이 남자들은 서서히 각자의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하구요. 그러다보면 이제 슬슬 우애 같은 게 생기기 시작하는데...


 뭐 이런 방식이 좋더라구요. 모든 게 다 '일'을 통해서 드러나고 맺어지는 거. 이런 식으로 캐릭터가 제시되니 그 캐릭터들은 전문가스러움과 믿음직스러움을 풀풀 풍기게 되고, 그게 결국 캐릭터들의 인간적 매력에도 플러스가 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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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하찮아 보이지만 맡은 일 열심히 잘 해내는 능력자님들이십니다.)



 - 액션도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마이클 만의 '히트'와 오우삼의 '첩혈쌍웅' 가운데 어딘가.... 쯤에 위치한 스타일인데요. 현실적으로 절제된 척하면서 사실은 되게 폼을 잡는 액션이랄까... 설명하기 좀 애매하네요. ㅋㅋㅋ 암튼 뭐 오우삼 스타일처럼 아예 발레나 현대 무용 레벨로까지 날아가버리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절도 있고 우아하게 총을 쏴댄다. 라는 정도로만;


 또 한 가지 액션에서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얘들이 좀처럼 방방 뛰어다니고 날아다니질 않는다는 겁니다. 가만히 보면 얘들은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언제나 '대형'을 이루고 자기 포지션에 멈춰 서서 총을 쏴요. 한 명 한 명이 막 달리고 붕붕 몸을 날리며 명사수 놀이를 하고 그런 전개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 사람들이 맡은 미션이란 게 경호 임무여서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데. 또 이런 식으로 싸우니 왠지 더 있어 보이면서 '팀'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막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ㅋㅋㅋ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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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구할 수 있는 짤의 느낌이 별로 전문적이지가 않...;;)



 - 암튼 뭐랄까... 영화가 되게 담백합니다. 뜨거운 으리!! 도 있고 위기도 갈등도 있고 음모와 반전도 있고 뭐 있을 건 다 있는데 그게 다 소박하고 절제된 느낌으로 후루룩 날렵하게 흘러가는 느낌.


 보면서 계속 오우삼 영화 생각을 했어요. 오우삼 리즈 시절의 홍콩 느와르 영화들을 좋아했고 지금도 즐겁게 보지만, 사실 그 스타일은 이제 수명이 다했잖아요? 절정 고수 킬러라는 사람들이 2미터 앞에서 서로를 향해 탄창 하나를 다 비우고도 치명타 한 방을 못 맞히고. 되게 실용성 없어 보이는 폼으로 우아하게 아무렇게나 쏴대면 졸개들은 그냥 다 맞아 죽고. 이런 연출에 더 이상 사람들이 열광하는 시절도 아니고. 

 또 오우삼 영화들 속 히어로들의 능력은 뭔가 좀 이상하죠. 뭘 특별히 잘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냥 폼을 잘 잡고. 그렇게 폼을 잘 잡고 있으면 날아오는 총알이 다 피해가면서 적들이 알아서 쓰러지는... 뭐 그런 초능력 같은 거잖아요. ㅋㅋ

 그게 그 시절엔 먹혔고. 또 '무협의 총질화' 라는 식으로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 있었고 그랬는데. 더 이상 그러기 힘들어진 요즘 세상에서 두기봉은 상당히 균형을 잘 잡고 홍콩 느와르를 이어가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보면 명백하게 폼을 잡아요. 그리고 그게 폼이 납니다. 그런데 현실 불가능... 은 아닐 정도의 선을 지키구요.

 또 보다보면 명백하게 의리! 우정!! 이런 게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근데 그게 끈적거리는 느낌 없이 담백하고 그럭저럭 납득할만 정도를 잘 지켜요.

 오우삼이 흘러가고, 21세기에 들어오면서 홍콩 느와르도 완전히 저물어버린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제가 그 이후로 홍콩 영화를 안 봐서 그렇게 생각했던 거구나... 라고 반성하는 중입니다. ㅋㅋㅋ 두기봉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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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인물을 배치해서 화면을 채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암튼 정리하자면 대략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스케일 작은 이야기이고 아기자기 소품급 영화입니다만. 그렇게 작은 스케일을 담백함 내지는 현실성으로 잘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며칠간 계속 두기봉 영화 얘기만 하다 보니 계속 비슷한 얘기들만 반복하게 돼서 대충 생략하구요.

 초반엔 살짝 느슨한 전개 덕에 갸우뚱... 하다가 끝까지 보고 나니 왜 이걸 가장 좋아하는 두기봉 영화로 꼽는 분들이 많은지 납득하게 되는 수작이었어요. 전 여전히 '익사일'도 참 맘에 드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영화도 다른 방향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 부분은 감탄이 나오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별 거 아닌 걸로 근사한 클라이막스를 만들지? 하고 생각해며 봤어요.


 저처럼 80~90년대 홍콩 느와르의 전성 시대 이후로 데이터 업데이트가 거의 안 되신 분이라면 이 영화든 '익사일'이든 한 번 찾아보세요.

 한국 사람들이 예전만큼 안 봐서 그렇지 홍콩 느와르는 죽지 않았습니다!! ㅋㅋㅋㅋ




 + 영화가 시작할 때 살짝 '아, 이 저렴함은 무엇이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음악이 나옵니다. 근데 그게 이 영화의 메인 테마라서 영화 내내 계속 나와요. 가끔 다른 음악이 나온다 싶으면 알고 보니 변주. ㅋㅋㅋ 근데 어처구니 없게도, 다 보고 나면 그 음악까지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젯밤에 자려고 누워 있는데 계속 그 음악이 머리 속에 울려서 정말... ㅋㅋㅋㅋㅋㅋ




 한 번 들어보시죠. 웃기는 게, 유튜브에서 이 영화 ost를 검색하면 여러 영상들에 업로더가 붙인 설명이 'Cheesy' 테마라고. ㅋㅋㅋㅋㅋㅋ



 ++ 두기봉이 팬이었던 건지 홍콩 조폭들이 프리미어 리그 도박으로 돈을 많이 벌던 건지 자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언급이 나오네요. 근데 언제나 못 했다, 망했다는 식으로만 언급이. ㅋㅋ



 +++ 클라이막스의 식당 장면에서 식당 주인인지 지배인인지가 '샥스핀 가지러 갈게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사가 '익사일'에서 변주됐던 게 생각나서 괜히 긴장했습니다. 



 ++++ 시작부터 끝까지 임설이 죽어라고 까먹는 것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해바라기씨였나보네요. 아니 그걸 왜 그렇게 열심히 먹는데.



 자 그럼 이제 또 뭘 보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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