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갑갑...

2021.01.04 18:04

가라 조회 수:625


심각한 상황이라 '바낭' 같은 농담식의 자조적 머리글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전에도 몇번 언급했는데, 팀에 사내 평이 안 좋은 팀원이 있습니다.

이번에 승진대상인데 떨어졌어요. 4수를 했는데... 실망과 충격이 이만저만한게 아니고 저도 팀장으로서 당혹감을 느낍니다.

올해는 성과도 괜찮았고, 저도 평가를 좋게 주었기 때문에 당연히 될줄 알았거든요.


인사팀장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한숨을 쉬면서 '윗분들한테 이미지가 안 좋아. 평판도 안 좋고' 라고 합니다. '가팀장이 면담 잘 해서 위로해주고..'

그러면서 한마디 더 붙이네요. '1년 더 다닌다고 승진한다는 보장도 못해주고.. 계속 다닐건지 말지 가팀장이 한번 확인해봐' 라고 합니다.

헐..... 이건 내보내란 소리 아닌가요....


(저희 회사는 3수 해서 떨어지면 진지하게 그만둬야 하나 고민합니다. 저도 차장 진급 3수 하고 '회사에서 난 여기까지라고 보는구나' 하고 그만둘까 고민했는데 당시 상사님이 '워크아웃도 있었고 회사 실적도 안 좋아서 승진을 안한적도 있으니까 한번 더 노력해보자.' 라고 해서 4수 끝에 진급했습니다.)


일을 못하는건 아닙니다. 냉정하게 팀장으로서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70점. 후하게 봐주면 85점 정도. 본인은 100점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제가 스스로 평가 한다면 75-80 정도 주는데, 팀원을 85점 주면 저보다 나은 면도 있다고 보는 것)


남들은 10억짜리 프로젝트에서 5% 줄여서 9억5천에 해냈는데, 자기는 1000만원짜리 프로젝트에서 10% 줄여 100만원 절감하고 나는 10% 했다고 내가 쟤들보다 낫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랄까.. 윗분들이야 10%나 해냈구나 고생했다 하고서 뒤돌아서면 5000만원 줄인 사람만 기억하죠. 

이 친구가 10억짜리를 하면 1억을 줄일것이냐? 아니, 위에서 이 친구한테 10억짜리를 안 맡길것 이기에 비교가 안됩니다.


저희 팀에 발령났을때 다른 팀장들이 해준 이야기가, '시끄러움', '트러블 메이커', '자기만 잘난줄 안다' 라면서 '가팀장, 걔 잘 다룰 수 있겠냐' 라며 걱정해주는 팀장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업무는 그럭저럭 해내니까 좀 골치아파도 데리고 가려고 했고, 평가 코멘트도 '내년에도 기대가 된다' 라고 썼습니다

아무래도 C 붙는 최고경영진급 임원중에 이 친구를 단단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네요. 휴...


본인은 이번 승진인사에 자기가 신입사원 교육 시키던 후배들도 과장 진급한거 보고 '쪽팔려서 못다니겠다' 라고 하면서

그만둘지, 포기하고 계속 다닐지 부서이동을 해달라고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팀장이라는 사람이 사내 영향력이 없어 1년 더 고생해보자는 말을 못하는게 가슴 아픕니다. 4수해서 안되었는데 5수 한다고 될까?

우리 회사가 과장까지는 왠만하면 승진 시켜주는데, 도대체 위에서 이 친구를 어떻게 보길래 과장 진급도 안시켜주고 여기까지라고 하는거지?


그만두더라도 코로나 시국에 대책없이 그만두지 말고 갈곳은 알아보고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 감정에 휩쓸려서 결정하지 말고 생각 좀 정리하고 다시 이야기 하자고는 했는데, 워낙에 자존심 강하고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스크래치가 크게 난것 같습니다. 


다른 부서 보내달라고 해도, 제가 원하는 부서에 보내줄 능력이 없고.... 다른 부서장이 받아줘야 하는데 제가 말해볼만한 부서장들은 다들 이 친구가 저희한테 올때 부정적인 조언을 해준지라, 안데려갈 것 같아요.


데리고 더 일을 해도 인사팀장이 저런 말한거 보면 승진은 또 안될것 같고요. 


새해 첫 출근부터 갑갑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19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193
114449 '황운하 의원과 식사모임' 경제인 접촉한 대전 일가족 4명 확진- 기레기 제목장사 [3] 왜냐하면 2021.01.05 493
114448 프랑켄슈타인, 하지만 죽어도 좋아 [4] 겨자 2021.01.05 443
114447 영화 "사라진 시간" 보셨나요? [1] 왜냐하면 2021.01.04 571
114446 어몽어스 일기 Sonny 2021.01.04 294
114445 페니 드레드풀 다 봤어요 [2] daviddain 2021.01.04 340
11444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신 분& 전기자동차 [13] 채찬 2021.01.04 698
» [회사바낭] 갑갑... [6] 가라 2021.01.04 625
114442 아직도 초인종 장난을 치는 애들이 있군요 [4] 예상수 2021.01.04 519
114441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비슷한 이미지? 티미리 2021.01.04 321
114440 각자도생의 한국, 시민연대의 일본? - 사사in [5] ssoboo 2021.01.04 677
114439 파국적 망상 - 그래도 이낙연보다는 이재명이? [10] 토이™ 2021.01.04 953
114438 [넷플릭스바낭] 망작 충전 쿨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오우삼의 '맨헌트' [10] 로이배티 2021.01.04 471
114437 이곳은 영화 이야기만 할 수 있나요 ~?! [12] 미미마우스 2021.01.04 561
114436 Joan Micklin Silver 1935-2020 R.I.P. [1] 조성용 2021.01.04 191
114435 얼마나 밖에서 살고 싶으면 일부러 코로나 걸리려고 [4] 가끔영화 2021.01.03 864
114434 페니 드레드풀 쭉 달립니다 [2] daviddain 2021.01.03 368
114433 위기탈출 이낙연!!! [9] Sonny 2021.01.03 1417
114432 4년제 학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요. [7] sok85 2021.01.03 692
114431 레전드(2015) catgotmy 2021.01.03 343
114430 새해의 다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 아가 [4] 어디로갈까 2021.01.03 9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