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면서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영화나 노래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중 하나가 제겐 러브 스토리라는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을 다 발음하기도 전에 이미 울려퍼지는 센트럴파크의 눈밭 OST. 그리고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아냐라는 클리셰적인 명대사

제가 태어나기 전에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이미 뱃속에서부터 보고 나온 것 같은 영화를 저는 지금껏 제대로 본 적도 없음에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죠.

, 어제의 EBS 주말의 명화를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그리고 이 영화는 제가 몇 가지 큰 퍼즐로만 알던 그렇고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것

이게 왜 그렇게 인구에 회자되어 저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식상하다고 했는지 반성 아닌 반성을 했더랬죠.


  저는 무엇보다 여주인공 제니가 21세기에나 어울릴 법한, 아니 이 시대라고 해도 너무 독립적이고 당당한 캐릭터 였다는게 믿을 수 없었어요

무수한 실검의 리뷰대로 이 영화 이후 숱한 아류작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나오지만 그 누구도 제니 같은 자연스러움과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하잖아요

가장 비슷하게 떠오르는게 김수현 작가의 완전한 사랑’? 하지만 김희애 배우가 아무리 열연을 해도 20대 초반의 제니가 가진 발랄하고 건강미 넘치는 매력과는 다르구요.


  남주인공인 올리버 역시, 영화 속에서 어떤 배경을 가진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마무시한 집안의 귀한 아들 신분이라는 걸 이제 알았구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티격태격하다가 정들고 사랑하다 반대하는 결혼 이후 어쩌고는 너무 익숙한 순서인데… 

그 모든 씬들이 하나도 버릴게 없다는 것이 놀라웠고 두 사람의 대화 역시 그렇게 유치한 화법이 아니라는데 놀랐어요


  특히 여주인공의 압도적인 미모 때문에 묻혔던 남자 주인공의 외모와 분위기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주인공에서 저라면 돈을 지불하면서 쪽지를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을 지 몰라요 ㅎㅎ.  

이미 패션계에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제니 패션은 말할 것도 업고두 사람이 입던 옷 또 입고 번갈아 갈아입고 나오는 장면들도 현실적으로 보기 좋고

좁은 집에서 같이 공부하고 껴안고 생활고를 해결하느라 같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이게 정말 50년전에 만든 영화가 맞는지 놀라울 정도였죠


  그리고 그 유명한 명대사의 의미를 어려서의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요. 물론 진짜 의미를 납득하기엔 저는 지금도 누구를 쉽게 용서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죠. 

병원까지 가는 눈길에 둘이 꼭 붙어서 내내 키스하고 가는 두 사람의 롱테이크 씬이 지금 봐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고, 죽어가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다던 제니의 말이 전혀 

허세로 들리지 않는. 저는 이 영화를 왜 한 번도 재대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떠올려 봤어요. 


  일단 너무너무 유명해서 이미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는 착각과 함께 너무 유명한 작품에는 굳이 제 한표까지 보태줄 생각이 없는 반골기질. 

그리고 몇 개의 퍼즐로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속단하는 오만한 지점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요

이번 기회에 너무 유명해서 이미 보고 읽은 것 같은 영화와 책들을 좀 챙겨봐야겠어요

여건상 재택 근무는 아니지만 퇴근하고는  어디 갈 데도 없으니 겨울 밤 와인 한잔과 함께 얼마나 여유로울까요, 옆에는 따뜻한 난로와 고양이!

 


  2. 제가 다니는 회사로 출근하는 길은 어느 대기업 사옥을 지나쳐야 하죠. 전철역 출구에 면한 그 사옥 앞에는 날이면 날마다 확성기 방송을 틀어놓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어느 초로의 노인이 1인 시위를 합니다. 말이 시위지 이미 녹음된 웅변과 노동가요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 것이에요.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뭔가 피해를 봤으니 당연히 보상을 요구하는 것일 텐데 그 웅변하는 녹음방송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다른 대다수 시민들의 피로감은 말할 수도 없고 

심지어 한 때는 시골 장례식에서나 나올 법한 상여소리와 곡소리를 종일 틀어놓는 바람에 적잖은 민원이 들어간 걸로 알아요. 그 개인의 피해내용과 범위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만 그것을 호소하는 녹음된 목소리는 (요즘엔 저런 내용을 녹음해 주는 곳들도 있나보죠?) 좀더 설득력 있는 성우를 섭외할 법도 한데 누가 들어도 상당히 거북한 

논조에 듣고 싶지 않은 거친 목소리 입니다. 곱게 좋게 말하면 안 만나주니 격앙된 목소리일 수 밖에 앖는 건. 거기까지는 뭐 그렇다치는데요

 

  왜 그 웅변의 끝에는 꼭 음을 위한 행진곡이 들어가나요

다른 민중가요도 아니고 꼭 이 노래 한 곡만 틀어놓는데 솔직히저 분이 지금 관철하는게 개인의 손해배상일 뿐인데  그러기엔 저 선곡은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제 말은저도 아직 입밖으로 꺼내 부르기에 스스로 뭔가 자격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유일한 곡인데 엉뚱한 데서 남용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못마땅함이 어쩔 수 없이 있단 말입니다뭐 이랬든 저랬든 이직하고 이 동네에서 3년째 다 되는데 유독 손해배상 시위도 많고 역 출구마다 각종 전단지가 끊임없다는 게 

이례적인 동네네요당연히, 대기업 사주 또는 임직원들은 시위를 하건 말건 코빼기를 비치지도 않구요.        


  3.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회체육시설운영 하용의 범위에 대혼란이 있어서 발레는 가도 걱정 못 가니 짜증으로 그렇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대로 지금의 허용범위에는 불공정한 차별과 금지가 적용되는게 분명하고, 이번 성인취미학원의 허용 논란을 통해 행정부처들이 

얼마나 탁상공론에 의지하여 만만한 한 놈만 패기인지 여실히 증명한 꼴이 되어, 유례없는 재난에 어찌 완전한 컨트롤을 바랄까 하며 참고 이해하려던 관대함은 다 사라졌어요.


  하지만 저는 한달의 휴원 내내, 아무도 쓰지 않는 동네 1인전용 마룻바닥 연습실을 빌려서, 퇴근 후 밤길의 한파를 뚫고 날마다(주말 포함) 걸어서 왕복으로 오가며, 

데뷔 앞둔 고독한 장수 연습생의 마음으로 혼자서 그 지루한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견딘 끝에 학원 복귀 첫날에도, 

어제까지 수업한 사람 같다는 칭찬을 기어이 듣고 말았습니다.  네. 이것은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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