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뇨리타 Señorita (2011)

2021.03.01 00:38

DJUNA 조회 수:1788


[사랑의 온도]를 보고 이자벨 산도발이 빈센트 산도발이었던 시절 영화 [세뇨리타]를 연달아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의 온도] 이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으로 많은 해외 관객들이 이 순서로 보았을 거예요. 그래도 전 [세뇨리타]부터 보았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야 마지막 날에 쫓기듯 보느라 보다 중요한 영화인 [사랑의 온도]를 먼저 챙겼지만요.

산도발이 이 영화에서 연기하는 주인공 도나는 탈리사이라는 소도시에서 조카 토마스를 키우며 시장 선거 운동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틈만 나면 마닐라로 가서 소파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지요. 당연히 이 이중생활은 위험하고 언젠가 한쪽이 다른 쪽을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그 방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달랐어요.

영화는 의외로 정치세계를 다룬 본격 필름 누아르입니다. 여기에서 '의외로'라는 말을 쓴 건 이런 영화에서는 당연히 도나/소피아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이게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영화는 보다 보편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 편견의 대상이고 남들이 업신여기는 일에 종사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세상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려는 주인공이 자신의 위치와 정보를 이용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거죠.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위험한 게임입니다. 산도발은 알란 J. 파쿨라의 [클루트]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요. 하긴 이런 보편적인 이야기를 트랜스젠더 캐릭터에게 주는 것 자체가 또다른 의미에서 정치적인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사랑의 온도]와 여러 모로 대비되는 작품이지요. 우선 성전환 전의 빈센트 산도발과 성전환 후 이자벨 산도발은 외모부터가 많이 달라요. 심지어 연기 스타일도 다른 거 같습니다. 이자벨이 고전 오페라 아리아를 완벽하게 부르는 프리마돈나라면 빈센트는 아직 거친 아마추어입니다. 물론 아마추어 연기의 매력이 따로 있으니까 그렇게 몰입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요. 촬영이나 편집도 [사랑의 언어]와 비교하면 투박한데, 조금 더 필름 누아르의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사람들은 늘 제한된 조건 안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던져진 이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스릴러의 플롯 안에 적절하게 녹여낸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21/03/01)

★★★

기타등등
소피아는 도입부 장면에서 잠시 짧은 스커트의 교복을 입고 나오는데, 이걸 '한국 학생 교복'이라고 하더라고요.


감독: Vincent Sandoval, 배우: Vincent Sandoval, Publio Briones III, Dominic Milano Palomo, Richard Manabat, Stella Palomo Monteño, Aya Ng, Eric Alvin Po, Roy Sevilla Ho

IMDb https://www.imdb.com/title/tt894322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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