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돌아와서 새벽에 이렇게 혼자 있으니 꿀꿀하군요. 요즘 또래나 동생들을 보면 글쎄요. 그들의 꿈은 대개 부자예요. 결혼을 하고 싶다...뭔가 열심히 잘 해서 유명해지고 싶다...같은 것들보다는 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경우가 많아요. 그야 이건 내가 그런 사람들만 만나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보통 주식이나 부동산 얘기를 하곤 해요. 코인은 내가 안하기 때문에 대화에 낄 수가 없어서 코인 얘기가 나오면 가만히 듣기만 하고요.



 2.나는 이제 돈이 별로 필요가 없어요. 소고기를 먹어야 할 날에 소고기를 먹고...소주를 먹어야 할 날에 소주를 먹고...발렌타인30을 먹어야 할 날에만 발렌타인30을 먹고...하는 정도면 되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발렌타인30을 가게에서 사서 마실만한 날은 1년에 몇번 없어요. 지금까지는 발렌타인30을 먹을 필요 없는 날에도 발렌타인30을 먹으려고 했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생각해 보면 발렌타인30을 먹더라도 누군가가 면세점에서 사온 발렌타인30을 집에서 안주랑 먹어도 충분해요. 가게에서 7~8배의 값을 치르고 사먹을 필요가 없는 거죠.



 3.하지만 사실 발렌타인30이나 조니워커 블루같은 걸 평범한 날에 시켜먹는 이유는, 평범한 날의 무게...우울함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겠죠. 그러니까 앞뒤 순서가 바뀐 거예요. 발렌타인30을 먹을 만한 날이어서 시키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하루로 바꿔보고 싶어서 발렌타인30을 시키는 걸 거예요. 지금 이순간에도 바에서 발렌타인30, 로얄샬루트38, 조니워커 킹조지 같은 술을 시켜서 먹는 사람들도 그렇겠죠.


 그러나 어쩔 수 없죠. 평범한 날은 평범한 날이라는 사실...그것에 익숙해져야만 해요. 축하할 만한 일도 없는데 굳이 발렌타인30을 까고 괜히 비싼 소고기를 먹고 괜히 비싼 호텔에 가고 그러는 건 현실도피인 거니까요.



 4.휴.



 5.그야 물론 압도적인 부자라면 매일 가게에서 발렌타인30을 물처럼 마셔도 상관이 없겠죠. 그게 한달수입의 10%도 안 되는 돈이라면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술을 평범한 날에 마구 마셔대는 건 결국 허세...과소비인 거니까요. 규격과 규모에 맞지 않게 사는 어긋남은 결국 더 우울해질 뿐이예요.


 어쨌든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어요. 



 6.하지만 요즘 친구들을 보면 '본인이'열심히 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본인의 돈이 열심히 사는 데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죠. 그야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게 효율이 좋다고 여기지만...요즘은 너무 심해요.


 요즘은 예전에 없던 신조어인 '돈복사'라는 유행어마저 생겼잖아요. 어쩌다 보니 투기가 과열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2배, 3배 정도의 수익은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고 있을 정도예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 어린 사람들은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노동을 우습게 여기고 있더라고요.


 내가 어렸을 때는 30%면 잘한 거고 2배나 3배를 먹으면 엄청난 거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도 중요하긴 했어요. 열심히 일해서 시드를 늘려야 의미가 있는 수익이니까요. 적은 돈으로는 30% 정도의 수익을 내봤자 많이 달라지는 게 없었거든요.



 7.한데 요즘 사람들은 10배의 수익을 마치 별거 아닌 것처럼 지껄이곤 하죠.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투기 광풍이라고 해도 10배의 수익이 본인의 몫이 되는 건 일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거든요. 게다가 10배의 수익을 챙기려면 인내심도 있어야 했고요. 주식이 상한가 15%이던 시절에는 10배를 기다리려면 매일 매일 15%씩 복리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go를 외칠지 stop을 누를지 계속 인내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순식간에 10배를 말아올리는 경우도 꽤나 많더라고요. 한데 이게 주식도 아니고...누군가가 10배를 벌었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잃어줘야 하는 제로섬 게임인데 말이죠. 한데 그들은 열심히 일해서 자본금을 늘리기보다는 차라리 적은 자본금을 들고 10배의 수익을 노리려고 하고 있어요.


 어쨌든 그래요. 어린 사람들을 만나 보면 그들은 자신이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될 거라고 믿고 있더라고요. 그런 종교적인 믿음을 내려놓게 만들만한 말주변도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곤 해요.



 8.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실패도 경험이니까 실패하도록 놔두지 왜 그걸 안좋게 보냐고요. 하지만 글쎄요.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배우고 얻는 게 있지만 투기나 도박을 해서 돈을 잃는다는 건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을 잃었다는 것은 그저 돈을 잃었다는 것으로 끝나버리곤 하거든요. 실패한 이유를 깨닫고 분석해서 다시 도전해봤자 또다시 판단 미스를 범할 확률이 높아요. 왜냐면 도박에서 실패하는 패턴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요. 다음 번에 다시 달려들어서 똑같은 실수는 안 하더라도, 또다른 이유로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돈을 잃은 것이 수업료가 되는 경우는, 다시는 도박이나 투기를 안 하게 되는 경우뿐이예요. 돈을 잃었는데도 또다시 도박성 투기에 달려든다면 돈을 잃어서 배우거나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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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해장이나 하고 싶네요. 면이나 고기 번개나 해볼까 하는데...늦은 점심이나 저녁먹을사람은 쪽지주거나 여기로. https://open.kakao.com/o/gJzfv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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