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3일된 따끈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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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략 이런 자막과 함께 시작합니다. 이거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1994년에 '거트 데 야거'라는 남자가 자기 여자 친구와 함께 소녀 6명을 납치했고, 그 소녀들은 결국 영원히 찾지 못했으며, 이 놈의 자백이 담긴 테이프를 아파르트헤이트 정부는 공개하길 거부했다... 대략 이렇구요.


 기껏 이렇게 자막을 보여줘놓고 바로 이어지는 첫장면은 얼굴을 가린 어떤 사람이 그 자백 테이프를 몰래 보는 겁니다. 텍스트로 요약해놓고 바로 이어서 영상으로 다시 보여주는 이유가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여기서 덧붙여지는 디테일은 '사실 내가 납치한 건 40명 넘게였고, 그건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정부 실세 장관의 지시였으며 그들은 이란 쪽의 갑부들과 연결되어 페도필리아 놀이를 하고 있다. 그 장관 이름은 말 못함. 말하면 감옥에 있어도 날 찾아내 죽일 거야' 입니다. 그리고 이 테이프를 녹화한 다음 날 갸는 죽었대요. 말 안했는데!!!

 그리고 이어서 1994년에 유괴된 소녀들이 겪는 일들이 아무 설명 없이 좀 나오지만... 뭐 생략하구요.


 메인 스토리의 배경은 현재의 남아공입니다. 아동 인신매매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가 나오구요. 그 형사랑 연인 관계인 다른 형사가 나오구요. (포스터 보면 아시겠지만 둘 다 여성입니다)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추적을 해도 번번히 허탕만 치는 가운데 어느 날 갑자기, 처음에 언급한 그 1994년 사건 관계자 한 명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지금껏 자기가 쫓던 그 조직이 1994년의 그 사건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라는 직감을 하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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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이 된 분... 은 아니고 (쌍욕!쌍욕!!!)들.)



 - 이렇게 스스로 본인이 실화 베이스라고 주장하는 영화를 보게되면 바로 검색으로 확인부터 해 보는 나아쁜 버릇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왠지 귀찮아서 '저렇게까지 각잡는데 실화겠거니...' 하고 다 본 후에 검색해봤는데요. 음. 뻥이네요. 완전 구라는 아니지만 각색이 좀 심합니다.


 비슷한 이름의 남자가 본인 아내와 함께 6명을 납치해서 죽였다가 1994년에 밝혀진 건 사실입니다. 근데 본인이 페도필리아였구요. 체포 되기도 전에 잡힐 걸 눈치 채고는 아내를 죽이고 본인도 자살해버렸답니다. 당연히 자백 테이프 같은 건 없었고. 사건 몇 년 후에 이 남자의 아들이 '당시 장관 셋이 이 사건의 배후다!!' 라고 외치긴 했는데, 이 아들놈은 이미 어린 소녀를 살해한 죄로 감옥살이를 하는 중이었고 자기 아버지 사건과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정되지만 확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는 중이었던... 그러니 갑작스런 배후설의 신뢰도는 뭐 믿거나 말거나 수준인 거죠. 그런데 그 배후설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라고 믿고서 그 아들과 아버지를 합체시킨 가공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들이밀어 놓고는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게 이 영화입니다.



 -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이 사건의 배후는 전문어 가카이고 난 시키는대로 한 것 뿐이다!'라고 외치고 자살했다고 쳐봐요. 물론 그 주장의 증거는 아무 것도 없어서 그냥 넘어갔구요. 그러고 30년이 흐른 뒤에 누군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영화로 만들면서 그 '배후 전문어설'을 베이스로 삼고, 그래서 그 전문어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내세운다면 어떻겠습니까.


 하물며 영화 말미에 '실제 사건의 희생자들과 유가족, 그리고 그들을 위해 애썼던 수사 기관 등등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는 자막을 넣을 생각이었다면 좀 더 실제 사건의 디테일을 살리면서 믿기 어려운 '가설' 같은 건 배제하는 게 도리에 맞는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태도는 그래서 참 많이 이상합니다. 혹시 제가 찾지 못한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 같은 게 나온 상황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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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둘 다 스토리 전개 필요에 따라 능력치와 성품이 널뛰기를 하는지라...)



 - 이런 사실들을 모르고 보면 이 영화는 나름 신중하고 사려 깊은 영화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어린 여자 아이들)가 성적으로 착취 당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거나 하지 않아요. 소재의 선정성을 활용하지 않고 현실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배려해주는 현명한 선택이죠. 그리고 어려서 당한 성착취로 인한 생존자의 상흔 같은 것도 꽤 비중 있게 보여주고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 대한 분노는 또 꽤 강하게 터뜨립니다. 그런데... 그 분노의 방향이 '어둠의 권력자들'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그게 정말 믿을 수 없는 놈이 아무 증거도 없이 떠벌린 이야기 뿐이니 그냥 이야기 전체가 허망해져버리는 겁니다. 음. 정말 이상해요. 이상합니다.



 - 뭐 이런 부분 다 제껴놓고 그냥 영화만 놓고 얘기만하다면...

 그냥 애매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나름 사려깊고 신중하면서도 진중한 태도 자체는 좋은데, 사건 전개가 되게 건성이라서 이야기에 몰입이 안 돼요. 모든 게 다 너무 쉽게 쉽게 흘러간달까요. 말하자면 그 '어둠의 암살자'가 너무나도 전지전능해서 이야기가 거의 아무렇게나 막 풀리구요.

 또 결국엔 복수극인 주제에 그 복수의 카타르시스가 놀라울 정도로 적습니다. 특히 최종 빌런과의 대결 장면 같은 건 진짜 어쩌자고 이렇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 거기에 덧붙여지는 에필로그 장면은 또 놀랍도록 가볍고 팔랑팔랑해서 현실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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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구했냐구요? 그냥 전능하신 그 분께서 다 해주셨습니다...)



 - 뭐 더 이상 길게 말할 게 남지 않아서 이쯤에서 정리합니다.

 실제 사건 같은 건 다 잊어버리고 걍 '복수극' 장르물로서 즐기기엔 너무 카타르시스가 약하구요.

 진지한 사회 고발 드라마로 봐주기엔 또 어중간한 완성도의 장르물 성격이 발목을 잡습니다.

 사회 고발도 좋고 현실의 피해자들 위안도 좋지만 일단 작품은 잘 만들어 놔야 하지 않겠니... 라는 당연한 교훈을 곱씹게 해 주는 영화였네요.

 끝입니다.




 + 영화 제목은 노골적인 주제 선언인 동시에... 영화 속에서 나름 중요한 대사로 튀어나오는 말인데요. 음. 그러니까 역시 영화를 좀 잘 만들...



 ++ 위에서 실컷 투덜거린 '실화와의 괴리'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여기에서 얻었습니다.


https://thecinemaholic.com/is-i-am-all-girls-a-true-story/


https://southcoastherald.co.za/432525/gert-van-rooyen-case-newspaper-looking-for-former-durban-woman-who-can-perhaps-help-in-the-cold-case/


https://teriousmy.tistory.com/54


혹시 영화에서 사실처럼 들이밀고 있는 '권력자 배후설'에 대한 새로운 근거 같은 걸 알고 계시거나 발견한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 하겠지만 뭐 굳이 이걸 찾아보실 분이 있으실리가. ㅋㅋㅋ



 +++ 반전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반전 하나가 영화 중반쯤 나옵니다. 너무나 뻔하긴 하지만 포스터 이미지들이 대부분 그 반전을 그냥 대놓고 보여주고 있는 건 좀 그렇더군요. 걔중에 안 그런 거 하나 고르느라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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