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이네요.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듯 합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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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보면 영화가 참 컨셉을 간결하게 잘 잡았습니다. 1)기억 상실인 채로 2)밀실에 갇혀서 3)90분 후에 죽을 운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실험용 미로를 헤매는 흰쥐의 모습이 보입니다. 가까이서 잡던 카메라가 멀어지면 그 쥐가 헤매는 미로의 장대한 스케일이 보이구요.

 암튼 타이틀이 뜬 후 장면이 바뀌면 좁아터진 뭔가에 고치 같은 데 싸여 있는 사람 형체가 보입니다. 자다가 깼는지 헉헉거리며 아주 고생스럽게 고치를 뜯고 나니 인공지능 스피커(...)가 반갑게 말을 거네요. 너님은 동면 처리 중이었는데 기계 오류 때문에 산소 부족으로 깨어나게 된 거래요. 이제 대략 90분 후면 산소 다 떨어지는데 뭐... 그냥 그렇답니다?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게 없어요. 무책임한 A.I.님 같으니. ㅋㅋㅋㅋ

 근데 문제는 이 분, 자기가 누구인지 여기 왜 누워 있는지 전혀 알지를 못합니다. A.I.에게 물어봤더니 무슨 코드 네임 같은 거나 불러주고 나 어디 아픈 거냐고 물어보니 몸도 건강하다네요. 뭔가 언뜻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이미지들이 있긴 한데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데드라인은 90분으로 주어져 있으니 그것부터 해결을 해야겠네요. 다행히도 우리의 A.I.님은 주인공에게 꼭 필요한 것만 빼곤 다 할 수 있는 뛰어난 분이십니다. 외부로 전화도 걸 수 있고 인터넷 검색, sns 구경도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주인공은 '무엇을' 찾아야하는지만 알면 되는데...



 - 어제 폴라포님의 글도 있었지만,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베리드'죠. 좁아터진 공간에 갇혀서 외부와의 간당간당한 연결 하나에 의존하여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서스펜스 스릴러! 넷플릭스의 짧은 시놉시스를 읽으니 그 영화를 재밌게 봤던 게 떠올랐고, 그리고 멜라니 로랑은 예쁘니까요. 이 정도면 누적된 '먼저 보기로 했던 영화 리스트'를 무시하고 이걸 먼저 볼만한 이유가... 되는진 모르겠지만 그냥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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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보게 될 모습 1번)



 - 스포일러를 피해서 소감을 적기 참 까다로운 영화입니다. 왜냐면 국면 전환이 여러번 일어나거든요. 그리고 전환이 일어날 때마다 스포일러성 설정이 하나씩 추가가 되니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극초반 이후론 스포일러 없이 거의 불가능해요. ㅋㅋ

 사실 그 국면 전환들은 대체로 뻔합니다. 그리고 영화 아주 초반에 다들 떠올리게 될 엔딩 가설... 을 큰 틀에서는 별다른 이탈 없이 그대로 비슷하게 따라가요. 하지만 어쨌든 준비된 국면 전환의 갯수가 서너개쯤 되고 그 사이사이엔 자잘한 액션들이 가득 차 있구요, 그 와중에 영화 런닝 타임은 한 시간 사십분 밖에 안 되니 참신함은 없을지라도 그다지 지루할 틈도 없습니다. 시종일관 쿵짝쿵짝 뒤집히고 뒤집히니 심심하기가 힘들죠.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래요. 딱히 기발한 건 없고 딱히 훌륭한 건 없고 딱히 칭찬할 건 없는데 전반적으로 되게 성실합니다. 감독이 SF에 별 열정이나 지식이 없었을진 몰라도 이야기를 만들고 채워 넣는 쪽으론 능력이 충분한 사람이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쩔 수 없이 멜라니 로랑 원맨쇼, 멜라니 로랑의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뭐 괜찮아요. 무슨 상 받을만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한 시간 사십분 중 한 시간 삼십 오분쯤 화면에 비치면서 감정 널뛰기를 보여줘야 하니 쉬운 역할도 아닌데 런닝타임 내내 잘 이끌어 가구요. 설정상 딱히 미모를 뽐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래 예쁜 분이니 이런 상황 이런 연기로도 저 정도로 예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됩니... (쿨럭;)


 그리고 후반부가 연기가 특히 좋았어요. 이제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과 자신의 정체 등등을 모두 깨닫고 난 후부터는 일종의 멜로드라마가 되거든요. 당연히 좀 더 설득력 있는 연기가 필요해지는 부분인데...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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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보게 될 모습 2번)



 - 단점은... 폴라포님이 먼저 적어주신 글처럼, 이걸 SF로 생각하고 보면 참말로 오류나 부실한 구석이 많습니다. 

 일단 그 A.I.만 해도 그렇죠. 나중에 밝혀지는 진상을 고려할 때 참 대책 없이 무능한 A.I.에요. 이 영화에서 위기 때마다 주인공이 생각해내는 해결책들 같은 건 사실 처음부터 그냥 A.I.가 알아서 해줬어야 하는, 혹은 이걸 기획한 놈들이 애초에 그렇게 자동으로 처리되도록 설정을 해줬어야 할 부분들이죠.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주인공의 이름은 도대체 왜 안 알려준 걸까요?

 그리고 그 외에도 거의 대부분의 중요 설정들에 거대한 구멍이 하나씩 나 있는데, 이미 폴라포님께서 많이 적어주셨으니 전 이만하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SF가 아닌 그냥 이야기 자체의 논리를 생각해봐도 미심쩍고 괴상한 부분들이 많아요. 역시 또 스포일러 때문에 따지질 못 하겠는데...

 암튼 '됐고, 일단 이런 설정이라고 좀 받아들이고 넘어가주겠니?' 라는 태도로 짜여진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됐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분들에겐 저엉말 실망스런 작품이 될 수도 있어요. 전 뭐, 그 댓가로 재밌는 이야기만 들려준다면 어지간한 건 다 용서하는 사람이라 다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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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성 짤을 제외하면 나오는 사진들이 다 그게 그거라서 이번 글엔 사진이 몇 장 안 올라갑니다. ㅋ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위태로운 기둥 여러개를 갖고 열심히 엮어서 아슬아슬하지만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건축물 같은 느낌의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부실한 구석 투성이인데, 그걸 종합해서 완성된 결과물은 또 매력이 있어요.

 그러니까 믿음직한 하드 SF 같은 건 아예 기대하지 마시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문도 모르고 개고생하는 주인공이 계속해서 닥쳐오는 고비들을 극복하는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끼며 막판 드라마에 이입해주실 수 있다면 괜찮은 한 시간 40분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전 그랬어요.

 하지만 왠지 듀나님은 많이 투덜거리실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 어찌보면 이 영화는 마치 하드 SF인 것처럼, 말이 되는 영화인 것처럼 분위기를 잡기 때문에 더더욱 과학적 오류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저는 이 영화 속의 통신 문제 때문에 저 혼자 괴상한 가설까지 생각하고 그랬는데... 사실 이 정도로 설정이 대충인 SF는 아주아주 흔하잖아요. 과학적으로 '대체로' 말이 되는 SF가 오히려 레어템이죠.



 ++ 시종일관 갖혀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 이긴 한데. 그러면서도 '베리드'와는 다르게, 관객들에게 폐소 공포증 같은 건 유발하지 않는 순한 맛 영화이기도 합니다. '베리드'와는 다르게 수시로 플래시백이 들어가는데 그쪽 공간은 당연히 확 트여 있고 심지어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많거든요. 혹시 보면서 주인공의 갑갑함에 빙의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되는 분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ㅋㅋ 



 +++ 어쨌거나 처음엔 완전한 기억 상실 상태인 주인공이 순식간에 동면 장치 안의 장비들을 다 파악하고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에 본 어떤 영화가 생각이 났는데... 정확히는 그 영화 속 설정이 생각났네요. 무슨 영화였는진 기억이 안 나거든요;

 암튼 거기서 말하기를, 기억상실 증상에는 최근 것만 사라지거나 일부분만 사라지는 것도 있는데 드물게는 걍 거의 평생 기억이 리셋되는 경우도 있다고.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성장하면서 이미 익힌 기본 생활 스킬들도 함께 사라진다... 뭐 그랬었거든요. 이게 진짜로 맞는 얘긴지 아닌진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일생 분량이 통째로 기억이 없는 사람 치곤 너무 이것저것 바로바로 잘 하더라구요 우리 멜라니 로랑님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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