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히어로 (2021)

2021.07.25 15:54

DJUNA 조회 수:2007


이진호의 [액션히어로]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한국영화입니다.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CGV 배급지원상을 받았고 주연남자배우 이석영이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받았지요. 전 영화제에서는 안 보았는데 (한국영화는 될 수 있는 한 극장개봉 때 보려고 합니다),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극장상영에 들어가서 같은 주에 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세계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지만 망상 속에서는 액션배우를 꿈꾸는 대학생 주성이 주인공입니다. 청강하고 있는 영화과 과제로 내기 위해 단편영화를 찍던 중 이 친구는 우연히 영화과 차교수 앞으로 온 불법입학 협박편지를 발견합니다. 영감이 떠오릅니다. 이 협박 사건 전체를 몰래 카메라로 찍고 자신이 나서 액션을 하면 어떨까. 끝내주는 액션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사건은 주성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배배 꼬여있고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막판까지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제목은 [액션히어로]지만 액션 장면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습니다. 영화는 대학비리를 소재로 한 추리 코미디에 가까워요. 하지만 주인공의 정체성과 꿈,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거짓말은 아닌 제목입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액션 장면은 여러 모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주성이 꿈꾸는 멋진 홍콩영화식 액션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난장판 슬랩스틱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제법 실력이 있는 무술인이라 재미있는 액션이 계속 이어집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거의 안 나오는 영화입니다. 차교수를 비롯한 대학사람들은 대부분 악당입니다. 주성은 몰래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 안 드는 사람입니다. 주성의 롤모델이고 단편영화 [액션히어로]의 주인공인 선아는 차교수의 부정입학행위에 어쩔 수 없이 가담하다 결국 협박사건에 참여합니다. 악역이 나쁜 건 당연한데, 선한 사람들도 그리 온전하게 선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덜떨어지고 문제가 많아도 우리의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데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영화는 액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긴 액션 히어로가 대학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어요. 영화는 과연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금의 대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인에 대해서도 의심합니다. 글로 쓰니까 암담해보이는데 그래도 의외로 냉소없이 긍정적인 영화이고 결말도 밝습니다. (21/07/25)

★★★

기타등등
1. 가변화면비 영화입니다. 옛날 홍콩영화 흉내를 내는 프롤로그는 비스타, 중간에 나오는 [액션 히어로] 영화 클립은 아카데미 비율 그리고 영화 대부분은 위아래 블랙바가 뜨는 스코프 비율입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 영화 홍보팀은 MZ 세대를 내세우던데, 과연 이들이 하나로 묶이는 사람들입니까? 그리도 더 이상 공정, 불공정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못 듣겠어요. 어쩌자고 멀쩡한 단어가 이렇게 무참하게 붕괴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 이진호, 배우: 이석영, 이주영, 김재화, 장인섭, 이세준, 다른 제목: Action Hero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Action_Hero.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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