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함 vs 서글픔

2021.09.14 10:30

어디로갈까 조회 수:712

# 어제, 귀갓길에 근처 마트에 들려서 여러가지 장을 봤는데 부피가 좀 크고 무겁긴 했습니다. (주범은 맥주 캔 - -) 휴대한 시장바구니 두 장에 담아서 양손에 들고 오는데 열살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다가오더니 "누나~ 제가 하나 들어드릴게요"라며 왼손에 있는 바구니를 스윽 가져가더라고요. 제가 비틀거리는 게 보였나봐요. '고맙지만 내가 가져 갈 수 있어요'라는 말을 못한 건 누나라는 호칭이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그 나이대에서 보는 저는 아줌마일 텐데 '누나'라니요.

그런데 저런 호칭을 들을 때마다 갸우뚱하게 돼요. 가족은 아니지만 물, 우유나 탄산음료처럼 친숙하다는 의미인가? 우리 막내가 저에게 쓰는 의미처럼 백합이나 뜨거운 달이라고 나를 느낀 건가? 라는 의문이 들거든요. 처음 대하는 사람은 읽지 않은 책, 안 본 영화 같은 존재인데 이름을 모르면 그냥 호칭을 쓰지 않고 말 걸면 되지,  저는 그렇게 쉽게 가족 호칭을 가져다쓰는 게 들을 때마다 어색하더라고요.
저는 살면서 지금까지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오빠/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해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102명 애인들도 저에게서 오빠라는 호칭 들어보지 못했죠. 쌀쌀맞게 느꼈을까요? - - 

아무튼 친화력이 있고 폐쇄적이지 않은 아이에게 현관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줄 게 있다고 말했어요.  그나마 먹혀서 사둔 포도 몇 송이와 영문판 동화집이었습니다. (런던 조카가 가져와서 읽고 놓고간 책인데 내용 알차고 제본도 훌륭해요)
어린이가 가슴에 안고 기뻐하는 모습보니 흐뭇하더만요. 
[나의 누나 我的姐姐]라는 중국영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봉 안됐죠? 인터넷에서도 영상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여자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힘으로 사는가?'라는 프로이트의 질문을 다룬 영화라고 해요. 

#지금 이 낙서질을 하는 건 재산세 포함 여러 세금 용지가 날아왔는데 결제를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에요. 
오래도록 세금을 온라인 결제를 해왔는데 이걸 어떻게 하는 건지 의식이 깜깜한 겁니다. 간신히 기억을 더듬어 들어가서 시도해보지만 매번 에러가 나는군요. 혹시 삼십대에도 치매가 오는 경우가 있나요? 제가 딱 그 꼴인 것 같아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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